김은기 본지 논설위원, 숭실사이버대 부총장

일을 하면서 또 가정에서의 막중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학업을 하는 것은 사이버대학에 다니는 학생에게는 진정한 도전이 된다. 온라인으로 경력을 개발하고 학문적 바탕을 넓히는 교육 프로그램이 갖춰진 학교로 다시 돌아가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삶에 맞게 스케줄을 조정하는 새로운 경험을 주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 각종 사회적 일로 바쁘게 지내게 되지만 그런 가운데 학업을 하는 것은 새로운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학생들은 아침·점심시간 또는 밤늦은 시간까지 학업을 하면서 수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교육과 관련된 자신의 삶을 재구성하고 다시 그 삶에 교육을 맞춘다. 다시 말해 온라인 교육은 학생들의 교육 선택의 폭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것이다.

온라인 대학교육은 고객인 학생들의 측면에서만 유연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도 온라인 교육은 매우 큰 유연성을 가지게 된다. 우선 물리적인 학교 부지를 뛰어넘어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서비스 제공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경제적 동기 외에도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전공 또는 학과목을 보다 용이하게 개발할 수 있다는 교육적 동기에서도 대학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 대학교육은 유연한 시간과 장소 활용으로 교육과 직장, 나아가 사회를 결합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학습자의 자율성 향상 및 자기 주도 학습, 빠른 속도로 접근할 수 있는 학습 자료, ICT를 이용한 유연한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학교육 제도 자체가 지니는 변화에 대한 무거움을 덜 수 있는 유연성을 사이버대학이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정책은 사이버대학이 기존의 대학제도의 틀 속에 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물론 사이버대학이 학생들로 하여금 전문성을 함양하도록 한다는 대학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인식하고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 고등교육의 틀에 바탕을 두어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은 수긍이 간다. 그러나 이는 오로지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혹여 사이버대학에 대한 규제의 틀을 강조하다 보면 사이버대학이 학생에게 제공하는 일·학습 병행의 유연성, 시대의 요구나 직업적 요구에 맞춘 교육과정의 개편이나 학과의 융합 등에서 유연성을 잃어버릴 수 있어 급변하는 4차 산업시대에 빠르게 부응할 수 있는 훌륭한 교육적 대처수단을 놓치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특정 학과의 수요 부족으로 교육서비스 공급이 어려워질 때 오프라인 대학의 경우 그 해결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지만, 사이버대학은 해외 등 학교의 범위를 벗어나 수요가 부족한 학과의 콘텐츠를 필요한 곳에 활용한다거나 인접학문과 협력하여 사회 요구에 맞는 융합 콘텐츠를 제작함으로써 문제를 보다 용이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러한 융합 콘텐츠는 사회적으로 더 큰 부가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다.

지식에 대한 액세스가 아주 자유롭게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학문 간의 융합, 산업과 교육의 융합, 나아가 각종 지식전달 미디어의 융합이 대학교육의 희망이다. 직장인을 위한 또 직업을 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진정 필요로 하는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양한 전문 분야를 개발한다든지, 전통적인 학과를 융합하여 새로운 학과를 개설한다든지, 사회 수요에 맞춰 대학 특성화의 방향을 수정하는 등의 보다 유연한 태도가 사이버대학에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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