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자료 제출·회의록 작성 문제제기 쏟아져

고등교육법에 명시…교육부 관리 필요성 지적하기도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올해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는 등록금 책정과 더불어 입학금 폐지를 논의하게 된다. 그러나 곳곳에서 등심위 구성과 운영을 놓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고려대 총학생회가 지난 3일 등심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사진=고려대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

교육부·사총협·학생대표 등 3주체가 입학금 단계적 폐지를 합의함에 따라 이번 등심위에서는 ‘입학금 폐지’ 요구가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다. 등심위는 학생이 참여해 학교 등록금 산정 및 예・결산을 심사・의결하는 기구로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다. 학생들이 학교 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이지만,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에 충분치 않다고 말한다.

가장 크게 지적되는 것은 ‘등심위 구성’ 문제다. 2016년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사립대 및 전문대학 등심위 구성 현황에서 학생위원 비율이 36.3%지만, 교원과 직원위원 비율은 41.5%였다. 대부분 학교에서 총장이 교직원위원을 임명하기 때문에 “치우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생위원을 총장이 선임하는 경우도 47% 정도였다. 

이에 대학 곳곳에서 규탄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9일 이화여대 중앙운영위원회 및 학생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화여대 등심위는 학생위원 6명, 학교위원 6명, 외부 전문가 1명으로 구성돼 있다”며 “외부 전문가 선임이 학교에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학교 측 위원은 7명”이라고 지적했다.

등심위 구성에 반발한 이화여대 학생위원은 과거 참석 거부로 총 6차례 파행을 겪기도 했다. 다만 이번 등심위는 3년 만에 참여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양대도 학교위원 5명, 학생위원 5명이지만, 외부 전문위원 1명은 총장이 임명한다. 이에 등심위 구성이 비민주적이란 비판이 일었고, 2017년 등심위 합의문에는 ‘외부 전문가 위촉 이전에 학생위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묻기로’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학교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자 학생위원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정보를 받기로 했다. 

서울대는 학생 측이 제시한 협의위원을 학교가 거부하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학교에서 학생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시간이 임박해서 내놓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등심위는 등록금 산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 학교의 장에게 관련 자료의 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학교의 장은 지체 없이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차안나 이화여대 총학생회장은 “요청 자료 대부분을 제공할 수 없다고 한다. 받은 거라곤 1장짜리 2017년 가결산안과 2018년 예산안뿐이다”며 “회의 시간에 아무리 많은 자료를 준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분석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총학생회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실험실습비 및 교과과정운영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서울여대도 총학생회가 11가지의 자료를 요청했으나 2017년 추가경정자금예산안과 2018년 가예산안 등 2가지의 자료만을 받았다며 이후로도 자료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자료제출 의무를 법률로 규정했음에도 지켜지지 않다보니 교육부가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개최된 ‘알록달록 등록금 캠프’에서 “7년 전 등심위가 신설되면서 법적으로는 학생들의 등록금 심의 과정 참여가 보장됐지만, 대학 재정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과 대학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여전히 등록금 심의와 집행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주어진 실질적인 권한은 극히 미미하다”고 꼬집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로서 등심위 개최 결과를 공시자료로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면서도 “(지적된 부분에 대해) 확인이 필요할 것 같다”고 답했다.

등심위 회의의 투명성 보장도 요구되고 있다. 등심위 회의록을 작성할 때 일시, 장소, 발언 요지 및 결정사항을 기록해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그러나 속기록 형식으로 상세히 기록한 학교도 있지만, 축약해 맥락을 확인하기 힘든 학교도 있는 등 제각각이다. 

이화여대 학생위원은 1차 등심위 회의에서 학생 참관과 서기록 작성 등을 요구했다. 이에 학교 측은 학생 참관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이며, 서기록 작성에 있어서 학생과 번갈아서 쓰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균관대 역시 지난 등심위에서 학생위원 측 간사가 배석해 학생들과 소통한 사례가 있어 이번 총학생회에서도 학생위원 측 간사 배석을 요청했다. 이에 등심위위원들은 2차 등심위 회의부터 학생 측 실무자 1인이 간사로 배석하는 것에 동의했다. 

박경미 의원은 “대학 등록금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등록금을 내는 주체인 학생들의 목소리가 정당하게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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