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치외교사논총> '트럼프 현상으로 본 미국 고립주의의 본질과 재현 가능성 전망'

현역 군, 국정원 엘리트에게 논문쓰기 교육 위해 집필
트럼프 유력 대선후보 부상 전 발표 논문 ‘예언 적중’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DBpia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한 정한범 국방대 교수(안보대학원)는 2016년 8월 <한국정치외교사논총>에 '트럼프 현상으로 본 미국 고립주의의 본질과 재현 가능성 전망'을 발표했다. 트럼프가 당선되기 전은 물론, 유력 대선후보로 떠오르기 전에 발표했다. 정 교수는 "트럼프가 당선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회고한다. 그해 11월 거짓말 같이 트럼프가 당선되자 예언을 적중시켰다며 큰 관심을 받았다. 이 논문은 DBpia 이용률 지표에서도 지난 한 해를 통틀어 정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논문을 쓰기로 결심한 동기는 의외로 소박했다. 우리 군의 허리 역할인 대위와 소령 장교들, 그리고 국정원의 현역 요원들이 재교육을 받는 국방대에서는 논문보다 보고서에 능한 엘리트들이 학생으로 있다. 정한범 교수는 이들에게 논문을 쓰는 법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아이디어는 자신이 구상했지만, 이선희씨(예비역 중령, 국방대 박사과정), 김중완 육군 대위를 공저자로 참여시켜 리서치를 진행하고 작성법을 가르쳤다.

“학생들이 사회 경험이 많다 보니 과제를 잘하고 능숙한데, 정작 논문과 보고서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버릇이 든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학위 받기를 자격증 취득처럼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석사나 박사학위를 받는 순간부터 지식의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사회적 현상에 대해 학자로서 외칠 수 있는 경험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자신보다 학생들이 논문상을 수상한 것을 더 기쁘게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정 교수도 “학자로서 일생에 한 번 있을까한 과분한 업적이고 자랑스럽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도 운이 좋았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학술논문의 의의로 학문적 깊이와 사회적 현상을 적시에 해설‧평가하는 시의성 두 가지를 꼽는다.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고, 사회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적시에 건드려야 한다는 것이다. 학계가 시의성 측면에서 자신을 인정한 것이라서 더욱 값진 수상이라고 말했다.

▲ 정한범 국방대 교수.(사진=김정현 기자)

그의 논문은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한국의 외교 안보 전략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미국 ‘고립주의’의 역사적 맥락을 짚고 트럼프 현상을 분석했다. 지금은 워싱턴 정가에서 ‘미국 우선주의’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트럼프로 인해 나타난 단발적 현상이 아닌 미국의 본질적 무의식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는 미국이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민자들로부터 시작해 이민에는 어느 나라보다 개방적이지만, 이와 반대되는 미국 우선주의도 심했다는 것이다.

“50~60년전 미국 정가는 고립주의라는 표현을 쓸 필요도 없이, 그게 자연스러운 주류였다.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제주의가 강해졌다. 미국이 개입하지 않으면 국익에 심대한 위협이 되겠다고 판단해서다. 최근의 현상은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30~40년을 거치면서 미국 국민들에게 향수가 강해졌기 때문이다. 또 정치인들과 달리, 국민들은 굳이 국제에 눈을 돌리지 않아도 돼 저변에 고립주의가 자리잡고 있었다.”

논문이 나온 지 1년 5개월이 지났다. 트럼프가 방한했고, 정부는 북한 문제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와 군사회담을 끌어내는 데 지지를 끌어냈다. 정한범 교수는 정상회담 전 청와대의 비공개 실무회의에 참석해 분위기를 들여다봤다. 어려운 상황인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가 정말 잘 대처하고 있다며 “A학점을 주겠다”고 했다.

“사실 외교의 70%는 의전이다. 방한 당시에도 비무장지대(DMZ) 방문 대신 평택 미군 기지를 추천했다. 우리가 한미동맹을 위해 얼마나 많이 희생하는지 보여주게 하려 했다. 칭찬해주면 좋아한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우리가 실리를 얻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립서비스’가 중요하다. 정부는 이걸 알고 있고,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잘하는 것이다. 현안만 보고 대 중국 관계가 굴욕외교니 보복이니 비판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동북아 국제정치 전문가인 그에게 북핵문제도 물었다. 대화를 강조하는 현 정부는 비핵화 원칙은 고수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했다. 정한범 교수는 이미 정보기관이 평창을 계기로 북한이 협상 국면에 나설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고 전했다. 외교는 명분이므로, 말 그 자체보다 행간을 짚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는 명분 싸움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내 주려면 적어도 양보한 것처럼 명분을 세워야 한다. 내가 줘 놓고 이긴 것처럼 떠드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핵 무력 완성 발언은 협상 국면을 선언한 것과 같다. 물론 북한이 핵을 실제 완성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실질 완성단계로 생각한다. 국면전환의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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