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원천징수, 사인 받아 자발성 강조하기도

▲ 대학들이 재정악화와 지표 개선을 이유로 교직원들로부터 기부금을 사실상 강제징수 하고 있다는 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사진= 이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입사 때부터 직원들은 3~5만원, 교수는 10만원씩 기부금을 강제 징수했다. 대부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최근에는 현직 교수들은 연구원들이 1억원 정도의 비용을 내고 교수 채용을 보장받았다는 제보도 있어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 지방 D대 A교수

“월급인상을 3.8% 해준다고 하면서 그만큼을 기부금으로 내라고 한다. 교수 연구실을 다니면서 기부금 약정서를 받았다. 여기에 호응을 안 하면 언젠가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누가 거부할 수 있겠나.” – 지방 k대 B교수

최근 학교가 교직원들에게 강제적으로 기부금을 걷는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언론에 수 차례 보도돼 왔던 대학들 외에도 사립대에서는 이미 암암리에 기부금 강요가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다.

기부금은 사립대의 주요 수입 재원 중 하나로 대학 내·외의 기업, 단체나 기관, 개인 등이 별 다른 대가 없이 대학에 기증하는 돈을 말한다. 문제는 기부금 자체가 아니라, 이를 빌미로 교수들의 임용과 승진에 압박을 주는 학교의 기부금 활용 방식이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한민국 사립대에서 발전기금(기부금)을 안 받는 대학들이 있나, 문제는 강압적으로 내느냐의 여부인데 그 사례가 많다”며 이미 이 같은 방식의 기부금 징수가 만연하다는 현실을 토로했다.

기부금 논란을 겪는 대학들은 재정악화나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이유로 든다. 기부금을 걷을 때는 꼼수가 동원된다. 월급을 올리고 그만큼 기부금을 내거나, 약정서나 서명서를 받는다. 자율로 포장된 강제나 다름없다. 승진 심사를 앞둔 교수들은 당연히 압박으로 느낄 수밖에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기부금에 동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대학구조개혁평가의 지표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의 기부금 실적이 대학구조개혁평가에 포함된 교육비 환원율 지표와 직결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비 환원율은 등록금 대비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 학생 교육을 위해 투자되는 비율로, 대학이 학생들에게 얼마만큼의 혜택을 주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지표다. 발전기금과 같은 기부금이 학교의 운영비나 학생들의 장학금 등으로 쓰일 때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임은희 연구원은 “거의 모든 대학에서 등록금 외 다른 보조금이 다 포함되기 때문에 환원율 100%가 넘는다고 봐야한다”며 “이 지표 자체가 더 이상 평가 항목에 적합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로썬 이를 관리·감독할 체계가 부족하다. 학내 구성원이 교육 당국에 감사를 요구하게 되면 대학평가에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때 피해는 대학 교수와 직원, 학생들 모두에게 돌아간다. 쉽게 드러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자의 제보가 없으면 외부에서 사례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교육부의 관리 의지도 높아 보이지 않는다. 교육부 한 관계자는 “기부금이나 발전기금 자체가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아니라 학교의 제보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평가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이는 과도한 우려”라고 얘기하면서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학의 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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