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용(수원여자대학교 교수, 기획처장)

기존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문제점을 둘러싼 많은 격론을 거치면서 정부는 문제해결방안으로 이름을 대학 기본역량 진단으로 바꾸고, 재정지원방식도 바꾸겠다고 했다. 현재 문제가 과거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해볼 때, 현재 만족스럽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와 다른 정책, 특히 이제까지 적용된 방식과는 다른 재정지원방식이 필요할 것임에도, 과거의 지원방식을 이어가는 것에 대해 매우 아쉬움을 금할 수 없다.

이전 정부 재정지원방식은 경쟁과 특정산업 인력 중심의 선택과 집중 지원에 바탕을 두었다. 이러한 재정지원방식은 대학 간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켜 전체 대학의 균형적 발전을 저하시킴은 물론, 사업 중심의 교육운영을 통해 교육의 피폐를 초래하였으며, 정부가 원하는 특정영역 방향으로 교육운영이 획일화되고 편향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예를 들자면 첫째, 경쟁에서 지면 안 좋은 대학, 이기면 좋은 대학이라는 낙인효과를 주기 때문에 대학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경쟁에 몰두하느라 제대로 된 교육에 전념할 수 없었다. 늘 재정지원을 받기 위한 사업을 구상하는데 에너지를 쏟게 되면서 대학이 교육기관이 아니라 사업수행기관으로 변질되고 있는 셈이다. 둘째, 돈을 좇아가는 교육에 집중하면서 대학 특성화 역시 장기적 관점에서 고려하기보다 지금 당장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는 특성화를 먼저 생각함으로써 대학 특화방향이 왜곡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대학 특성화 방향이 수시로 바뀌는 이유다. 셋째, 이러한 경쟁방식은 가장 창의적이어야 할 대학을 획일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쟁을 할 때는 당연히 동일한 평가기준으로 평가를 받기 때문에 대학은 차별화된 성과를 내는 것보다 주어진 평가영역에서의 성과값을 올리는 데 집중할 수박에 없다. 대학이 창의적으로 뭔가를 시도하고 성과를 내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재정지원이 없는 교육운영이나 혁신은 생각하지 않는 태도, 생각했어도 지원이 없으면 추진하지 않는 태도를 조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돈을 좇아 대학을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재정지원 정책은 국가의 장기적 교육품질 향상 측면에서 볼 때 학생들에게나 대학에게나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몇 가지 재정지원방식 개선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재정지원 목적의 기본으로 돌아가자. 고등직업교육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경쟁이 아니라 대학 규모에 맞추어 모든 대학에 지원을 하는 것이다. 세계대회에서 몇몇 선수가 금메달을 딴다고 국민 모두가 스포츠를 잘하는 것이 아니듯 국가의 직업교육 발전은 특정 몇몇 대학의 발전만으로 성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재정지원 성과 평가방식을 NCS(국가직무능력표준) 평가방식으로 해보는 것이다. 모든 대학이 달성해야 할 최소 성과기준을 제시하고 기준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컨설팅을 통해 맞춤형 지원을 더해주면서 수준을 끌어올리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튜터링을 통해 학생의 학습수준을 끌어올리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때 달성기준은 정부나 위탁기관에서 정기적으로 성과를 분석‧조정하면서 관리하면 된다.

셋째, 목적형 정책을 추진하고자 하는 경우 추가로 지원하거나 기존의 지원금액에서 해당 목적 사업에 일정 비율을 투자하도록 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특정대학 중심으로 재정지원이 편중되거나 재정이 과다하게 중복 투자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넷째, 잘하는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어 격려하듯이, 성취도가 높은 대학에 추가 지원을 해주는 것이다. 성과평가를 해보면 평가 영역별 우수대학이 나올 것이고, 이에 대해 장학금처럼 지원을 추가해주면 대학별 특성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다. 이때 추가지원 재정은 원래 지원 금액의 약 10%를 성과급 기금처럼 미리 분리‧편성해 두었다가 활용하면 된다.

이제 장기적인 교육발전을 저해하는 보여주기식 지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개인의 우수한 체력은 신체의 특정 부분이 튼튼해서 신장되는 것이 아니듯, 국가의 직업교육 우수성 역시 특정 대학, 특정 분야의 우수성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직업교육기관의 우수성을 통해서만 달성된다. 교육기관 지원은 서열을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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