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재 삼육보건대학교 교수/교수학습센터장

매튜 본이 연출한 두 편의 킹스맨은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프랜차이즈다. 그 첫 번째 시리즈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년 作, 이하 킹스맨 1편)'는 19세 미만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 관객 수 613만이라는 기대 이상의 흥행을 거뒀다. 이러한 관객 수치는 킹스맨의 고향인 영국의 그것을 뛰어넘는 결과라고 한다.

“Manners. maketh. man.”

킹스맨 1편의 대중적 흥행은 콜린 퍼스의 이 짧고도 강렬한 한마디를 전 세계에 열병처럼 번지게 했다. 이 문구는 윈체스터 칼리지의 표어로 매우 유명한데, 우리말로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로 번역된다. 작품이 개봉된 2015년 이후,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이 문구가 방송, 매체는 물론 우리 주변에서 관용구처럼 끊임없이 회자되는 것을 보면, 한 편의 영화(혹은 미디어)가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무척이나 크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다수의 교육학자들은 매너가 사람을 만들 듯 미래에는 데이터가 교육을 만들 것이며,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데이터 기반의 교육생태계 속에서 가르치고 배우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미 오늘날의 교육 패러다임은 티칭에서 러닝으로 변하는 과도기에 머물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 데이터 기반 교육생태계가 구축되면 학습자중심 교육 환경 또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데이터 기반 교육생태계를 3가지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째,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인맞춤형 교육이 이뤄질 것이다. 미래에는 전통적인 획일화된 교육환경에서 벗어나 학습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맞춤형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분야의 선두주자인 구글에서는 이미 인공지능 교육 분야에 대한 1조원 기부를 결정했으며, ‘구글과 함께 성장하기(grow.google)’라는 이름의 인공지능 교육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렇듯 인공지능 교육이 보편화된다면 이미 현대인의 신체의 일부처럼 되어버린 스마트폰은 물론, 소형화·경량화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을 매개로 하여 학습활동 데이터들이 자동 기록·축적되고 이를 인공지능이 분석하여 교수자·학습자에게 실시간으로 맞춤형 학습 진단 및 처방이 가능해진다. 바야흐로 진정한 완전학습 체계 구축이 실현되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시스템은 다수의 학생들이 학습목표를 성취하면 상위 학년으로 진학하거나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형태를 띠고 있지만 미래에는 개인별 학습 능력과 속도에 따라 각기 달리 처방되는 학습, 이른바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이 일반화될 것이다.

둘째, 개인의 전체 생애에 걸친 역량 중심의 교육이 가능해질 것이다. 현행 제도는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교육기관마다 분절된 성적표를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만, 곧 한 사람이 일생에 걸쳐 경험하고 습득한 학습내용을 데이터로 축적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대체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기존의 수행중심 성적표를 디지털 역량 중심 성적표로 바꾸는 작업이 분주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새로운 성적표는 각 역량을 클릭하여 개인이 어떤 학습활동을 통해 해당 역량을 공인받았는지 대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핵심역량 데이터는 훗날 기업과 취업자의 고질적인 미스매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본 자료가 될 것이며, 생애능력을 개발하는 지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셋째, 학습자가 진정한 학습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다. 현행 교육 시스템 내에서 학습자는 늘 교사에 의해 평가받는 수동적 존재로 간주돼 왔다. 물론 구성주의적 교육관이 보편화되면서 학습자 중심의 교육 환경에 대한 많은 논의와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교사와 학생 모두 학습의 성취여부를 객관화시키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어떻게 학습 성과를 평가할 것인가라는 난제에 부딪히곤 했다. 하지만 미래의 데이터 기반 교육생태계에서는 학습자 스스로 여러 정보들을 종합하여 자신의 학습 성과와 진행상황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되고, 어떤 학습활동이 더 필요한지도 즉시 확인이 가능해진다. 과정과 평가에 대한 객관적 데이터 확보 체제 구축은 이를 직접 관리하게 되는 학습자로 하여금 강한 주인의식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영화 킹스맨에서 베테랑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어떻게 별 볼 일 없던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탁월한 잠재력을 미리 알아보았을까? 그 비결은 아마도 해리의 수많은 경험, 즉 축적된 데이터로부터 야기된 성과였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 대학의 교육개혁은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 개혁의 밑바탕에는 데이터 기반 교육시스템이 자리하게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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