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대학 별로 팽팽하게 논쟁 중

“원래 배정된 지역에 정원 유지” vs “의료서비스 소외 지역에 배당”
내년 6월 지방선거 앞두고 의대신설 공약 많을 듯…논쟁 심화될 전망

[한국대학신문 주현지 기자] 폐교가 확정된 서남대의 의대 정원을 두고 대학과 지자체들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통해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을 전북대‧원광대에 한시적으로 배정해둔 상태다. 의대 전체 정원은 보건복지부의 소관으로 지역별로 정해두고 있으며,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다른 지역에 배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서남대 의대 정원은 인근 전북대와 원광대 등에 귀속될 수 있지만 전남권 대학에서도 의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정원 배분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게다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앞다퉈 의대 신설 공약을 내세울 가능성이 커 논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토록 여러 대학에서 서남의대 정원을 탐내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1993년부터 5년간 지역 균형발전 명목으로 9개 의대가 줄지어 문을 열었지만, 당시 교육 인프라 부족으로 의료 교육이 부실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지난 1998년 개설된 제주대 의대를 끝으로 정부는 의과대학 설립이나 정원 확대를 제한했다. 이후 20년 넘게 의대를 신설하려는 대학들의 계획은 정부의 제한과 의사협회의 반발로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에 서남의대 정원이 당연히 욕심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 “서남대 의대 정원, 본래 전북의 몫”= 전북 지역 관계자들은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은 애초부터 전북에 배정된 만큼 전북에 귀속시키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배종향 원광대 기획처장은 “의학계열 정원은 원래 지역에 따라 정원을 구분 짓는다”면서 “서남대 의대 정원은 전북 지역에 다시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원광대와 전북대 관계자들은 학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남의대 편입생들을 수용한 것은 향후 의대 정원을 더욱 확대시키기 위한 물밑작업이라는 의견에 대해 “정원과는 상관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전북 지역 정치권 인사들도 이에 가세하고 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9일 서남대 후속 대책 논의를 위한 자리에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은 당초부터 전북도에 배정한 것”이라면서 “서남대 폐쇄 여부와 관계없이 전북에 유지시키는 게 당연하다”고 밝힌 바 있다.

■ 전국 의료 서비스 꼴찌 전남… “공공의료 서비스 필요”= 의대 유치가 절실한 곳은 오히려 전남이라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16개 광역시‧도 중 전남은 유일하게 의과대학 및 대학 병원 등 의료인력 양성기관이 없는 지역이며, 의료 취약지 해소 차원에서 전남 지역에 의과대학을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2015년 국민건강관리공단 지역의료 통계에 의하면 진료비는 △전국 평균 124만원 △ 전남 162만원 △서울 111만원 등으로 나타났으며, 건강수명은 △전국 평균 82.4세 △서울 80.6세 △전남 77.5세 등으로 전남이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역 인사들은 타 지역에 비해 취약한 전남의 의료 서비스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전남 지역 대학들은 20년 이상 추진해왔던 숙원 사업인 의대 유치를 위해 전남에 서남의대 정원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승태 순천대 기획처장은 “순천대는 1996년부터 의대 설립 타당성 연구, 간호학‧약학 등 유관 학과 설치 등을 통해 의대 설립을 위해 힘써왔다”면서 “전남 지역에 산업단지가 밀집돼 있어 산업재해 의료가 빈번하고, 초고령화 지역인 만큼 의과대학 설립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목포대 역시 20년 이상 의과대학 설치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의사협회의 반대와 재정 부족으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목포대 의과대학 설립 타당성 조사에 예산 3억원이 확정되면서 관계자들은 지역 의대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분위기다.

최한석 목포대 기획처장은 “의료 서비스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나서는 수밖에 없다”면서 “보건복지부에서 서남대 의대 정원을 다시 회수하고, 전국적으로 공공의료 인력을 모집해 전남 지역에 배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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