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홍길동전》은 조선 중기 광해군 때의 정치가이자 학자였던 허균(許筠)이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소설이다. 부패한 사회를 개혁해 새로운 세상을 이루고자 했던 허균의 혁명적인 사상이 고스란히 나타난 이 소설은 당시 조선 사회의 모순을 비판한 최초의 사회소설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소설 속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서자로서 자신의 처지를 고민하자, 아버지 홍 판서가 “호부호형(呼父呼兄)을 허(許)하노라”로 서얼(庶孼)제도가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서얼제도는 ‘집 안’보다 ‘집 밖’이 더 문제였다. 집 안에서 호부호형이 허락되더라도 집 밖에서 사회적 성공을 위한 신분은 여전히 제약될 수밖에 없었다.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은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자율화와 함께 전문대학의 위상을 높이고자 도입한 교육제도다. 2·3년제 전문대학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이 인정되는 자에게 전문대학 총장 명의의 4년제 학사학위를 주는 제도다.

2008년 첫 입학생을 맞이한 이후 10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은 사회적으로 서얼이다.

그렇다면 과연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아시나요?”라고 묻는다면 진정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100명에게 물어보면 99명이 “그게 뭔데요?”라고 오히려 되묻는다.

그리고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이 그렇게 차별화된 교육제도라면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운영하는 대학관계자가 자신의 자녀를 입학시킬 정도로 자신 있는지 의문이다. 학생들에게는 학사학위를 딸 수 있는 훌륭한 제도라고 설명하면서 막상 본인 자녀에게는 일반대로 편입학하라며 노량진학원가로 보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다 보니 교육부에서도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에 대해 일반대학과의 차별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졸업장에 영문학위은 Junior College로 써야 하고, 일반대학의 3, 4학년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 1, 2학년으로 표기해야 한다. 그 뿐만 아니라 회사에서는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을 기타로 분류하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교육제도로 인식하고 있다.

제도가 사회 전반에 운영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이다. 인식은 사람마다 고유한 고집이기 때문에 바꾸기가 아주 어렵다.

학사학위 전공심화과정에 호부호형을 허한들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지 못하면 계속 서얼로 남을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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