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박태준미래전략연구소 엮음 《유니버+시티》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빈곤한 노동자층에 호소력을 얻어 당선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한 때는 미국의 산업 발전을 견인했던 오대호 지역의 제조업 도시들의 몰락은 어제 오늘 회자되는 일이 아니다.

최근 지역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 재생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시건주립대, 노스웨스턴대, 위스콘신주립대, 퍼듀대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과대학들은 첨단 기술과 고급 인력을 숙련 노동자와 결합시키며 도시의 녹(Rust)을 털어냈다. 이 같은 ‘선 벨트(Sun Belt)’는 연구중심대학과 연구기관이 위치한 지역 중심으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한국에도 지역의 몰락은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인력이 유출됨은 물론 과열된 입시 경쟁과 맞물려 수도권 집중현상이 여전하다. 대학과 지역사회의 결합이 가능하지 않을까. 김도연 포항공대(POSTECH) 총장과 16명의 대학총장, 7명의 지방자치단체장이 한국의 향후 30년을 대비한 비전을 담아 책 《유니버+시티》를 내놓았다.

책은 각 지역의 상생 전략을 소개하고 사회적 동참을 제안하고 있다. 도시가 쇠락한 이후 뒤늦게 재생에 나서기보다 지금 대학-도시 간 상생의 결단을 내려 지식집약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저자들은 지역 특색에 맞는 고부가가치 산업 개발, 창업 생태계 조성, 도시의 문제해결과 본격적인 협력을 위한 협의체/플랫폼 구축을 돌파구로 꼽는다. 각 지역의 특수성을 살릴 수 있도록 중앙정부가 규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자율성과 재정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유니버+시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공동체로 거듭난다는 새로운 의식’과 ‘상생발전을 이끌 리더십’, 그리고 ‘그 뜻을 제대로 펼칠 수 있도록 하는 예산’이 가장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김도연 총장은 특히 지금까지의 대학과 지역사회의 봉사 개념에 그쳤던 상생을 넘어선 공격적인 시각을 주문한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추구해왔던 인재가치와 지식가치를 앞으로는 창업(創業)과 창직(創職)으로 연계하여 사회·경제발전에 좀 더 직접적으로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를 도모하는 도시에게 있어 고부가가치 지식 창출과 고급인력 육성을 통해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창직과 창업까지 이끌 수 있는 대학의 존재는 필수불가결하다. 대학 입장에서도 우수 인력 유치에 중요한 쾌적한 생활·환경 인프라 제공과 대학의 브랜드 가치 제고,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도시의 지속적인 발전과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다.(포항공과대학교 출판부 / 1만5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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