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시선, 국가장학금 연계 등으로 등록금 동결 10년 째

돈 없는 대학-돈 없는 학생 간 ‘을들의 전쟁’ 매년 반복
부족한 경상비, 교육·연구의 질 저하 우려…“정부가 나서야” 한 목소리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새해 들어 대학별로 한 해 등록금을 결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등록금을 올리지 못하는 대학가에서는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29일 등록금 인상 법정 상한율을 1.8%로 정했으나 이달 10일 서울대에 이어 연세대도 최근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 연세대는 8년째 등록금 동결이다. 이후 군산대, 동신대, 배재대, 숙명여대, 안동대, 전남대, 한림대 등 국립·사립 구분 없이 대부분의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을 발표했다.

대학들은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증가시켜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함께 등록금 인상·인하와 연계된 국가장학금Ⅱ유형 때문에 사실상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약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되다 보니 대학가에서는 ‘대학의 운영’ 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김태구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인제대)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지금 대학은 숨 쉬기도 힘든 형편”이라고 전했다.

수입 감소로 인한 재정난은 교육과 연구의 질 저하로 이어져 결국 학생의 피해로 귀결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험실습비, 기자재 구입은 물론 우수한 교원 채용도 돈이 없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동노 연세대 기획실장은 “교수를 뽑으면 훌륭하신 분들이 많이 지원하는데 실상을 알고 나면 이분들이 학교로 안 온다. 특히 아시아권의 좋은 대학들이 훨씬 높은 페이를 부르니까 그쪽으로 가는 분들이 꽤 많다”며 “국가적인 교육·연구의 질 저하가 보이는데 등록금 묶어놓고 학교에서 해결해라 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돈이 없는 대학과 학생 간 반목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에도 1.8% 인상을 두고 이견을 보였던 서울대를 비롯해 등심위 과정에서 비판 성명과 기자회견이 줄을 이었다. A대 기획처장은 “정부가 등록금을 못 올리게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대학과 학생, 본부와 교수, 본부와 직원 간 ‘을’들 간의 전쟁만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결국 해법은 정부의 고등교육 책무성 강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재정 측면에서 정부의 지원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토론회에서 발표된 ‘대학 경쟁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재정지원 확대 방안’ 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사립대 재원구조에서 국고보조금의 비율은 15%이지만 국가장학금을 제외하면 실질적 국고보조금은 4.1% 수준에 그쳤다. 반면 미국의 사립대학은 재원구조에서 연방정부 교부금 비율이 10%, 주 정부 교부금 비율이 1% 등 총 11%를 국가로부터 지원받고 있으며 같은 아시아 국가인 대만도 사립대 재원구조의 12%가 국가로부터 나온다. 우리나라처럼 사립대 비중이 높은 일본 역시 국가보조금 비율이 9%로 우리나라의 두 배에 육박한다.

이국헌 삼육대 기획처장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한 예산이 점점 부족해지니까 교육의 질적 제고 측면에서도 임계점에 오고 있다”며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부담금을 OECD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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