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새해를 알리는 일출처럼 대학가에도 새해를 알리는 신호가 있다. 등록금 액수를 결정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가 바로 그것이다. 해마다 1월이 되면 대학과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등록금 산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때로는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기자회견을 연다. 살을 에는 한파에도 꿋꿋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학생들을 만나면 ‘또 한 해가 시작이구나’라는 것을 체감한다.

국가장학금 도입 후 약 10년째 등록금을 동결·인하해온 대학가는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물가와 인건비가 매년 오르는데 수입원이 10년째 제자리인 상황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동안 관리·운영비를 줄여오며 버텼던 대학들은 이제 실험실습·기자재 비용 등 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여야 하는 단계까지 왔다.

그럼에도 여론은 여전히 대학에 부정적이다. 고액 등록금에 대한 비난은 늘 이어져 오고 있으며 “등록금으로 장사한다”는 손가락질은 항상 대학에 꽂히는 반면 대학의 경영에 대해서는 ‘법인 책무성’만 간략히 언급할 뿐 실상 큰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이는 대학이 자초한 바가 크다. 여전히 등심위에는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학생이 참여하고 심지어 학교의 예·결산 자료조차 제때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학교가 재정적으로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이제는 대학도 학생을 학교 운영의 구성원이라고 진정으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교직원 임금을 포함한 인건비, 실험실습비, 교과과정운영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등록금이 어디에 얼마나 쓰이는지 알릴 필요가 있다.

법인전입금 역시 마찬가지다. 학생들이 법인 책무성을 주장할 때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우리도 어쩔 수 없다”가 끝이다. 학교 법인이 어떤 상태인지, 왜 전입금이 더 들어오지 않는지, 쌓여있는 적립금은 왜 쓸 수 없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와 학생이 민주적인 과정을 거쳐 도출한 결과가 법인의 문제라면 법인에 청구서를, 정부가 문제라면 정부에 청구서를 제출하자. 구성원들이 납득하고 이해를 해야 여론이 형성되고 그 여론이 법인이든 정부든 움직일 수 있다.

등록금 동결이 국가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대학들은 교육의 질 제고라는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해 있다. 등록금 동결을 전면에 내세우고 대학원생과 유학생들의 등록금을 올리는 ‘꼼수’도 장기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대학이 어렵다면 어려운 상황을 학생들에게 당당히 알리고 학생들과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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