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다위 여성인권센터 쉬고(shego) 팀장

▲ 박다위 여성인권센터 쉬고 팀장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전국을 발로 뛰는 활동가입니다. 박봉이고 일도 고됩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죽을 것 같이 힘들다는 생각도 종종 합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행복합니다. 나 자신이 여성이기에 나를 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누구든지 사회를 변화하는 데 참여하고 싶다면 저처럼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여성 인권을 증진하는 활동을 벌이는 비정부기구(NGO)인 ‘쉬고(shego)’의 박다위 팀장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했다. 30대까지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은 그는 이제 자신과 여성, 더 나아가 사회를 한걸음 나아가게 하는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한 박다위 팀장은 영화이론을 전공한 것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영화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페미니즘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졸업 후 영화사에 취직했지만, 여성단체에서 꾸준히 활동했고요. 그러다가 2012년 성매매 피해상담으로 진로를 바꾸게 됐습니다.”

이어 그는 “대학 생활 때 시작된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의 경험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몸담았던 것도 여성운동을 다른 시각으로 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고 말했다.

박다위 팀장은 성공회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며 본격적으로 여성리더로서 역량을 길렀다. “ 2016년 한국여성재단과 유한킴벌리에서 지원하는 ‘미래여성NGO리더십과정’의 장학생으로 선정돼 ‘실천여성학’을 배웠습니다. 대부분 여성 활동가였는데 현장 경험을 공유하고 이론화하는 데 중점을 뒀죠.”

최근 이화여대가 주최한 ‘이화글로벌임파워먼트프로그램(EGEP)’에 참석해 초국적 여성연대와 네트워크 구축 방안을 논의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기도 했다. EGEP는 여성학 이론·현장·네트워킹을 통합하는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번에 아프리카 5개국과 아시아 10개국에서 여성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박 팀장은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활동가와 교류하면서 나온 핵심 키워드가 ‘교차성’이라고 설명했다. “전혀 다른 국가와 문화에서 생활하지만 연결되는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어 야한 옷 입고 행진하는 ‘슬럿 워크(Slut Work)’운동이 한국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에서도 열리고 있습니다. 성범죄가 피해자 탓이라는 주장에 대한 항의운동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여성이 처한 현실이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뜻이죠.”

이어 “수요집회에 참가한 해외 여성 활동가들은 위안부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음에도 바로 이해하고 공감했습니다. 그들도 전쟁을 겪었기에 여성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죠. 귀국해서도 한국의 위안부 문제를 알리겠다고 마지막까지 힘주어 말해줬습니다.”

그는 여성인권 신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체감한다고 말했다. UB재단의 후원 및 UN Women과의 협력으로 마련된 여성인권 국제포럼에는 활동가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참석해 질의응답을 주고받았다. “학교 관계자가 전하길 지금까지 열림 포럼 중 가장 열띠었다고 하더군요. 참가자들도 가장 많았고, 학생들의 관심도 대단히 높았습니다.”

여성리더로서 관련 진로를 꿈꾸는 대학생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정말 다양합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성매매피해 상담소, 지역 풀뿌리 단체들까지요. 본인이 어느 분야에 관심 있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자원 활동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겠죠. 인력이 부족해 언제든지 열려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덧붙였다. “피해자와 상담하다 보면 자기 일처럼 억울하고 분노가 치솟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위해 공부하고 땀과 눈물을 흘리면 분노가 해소되는 순간이 있어요. 그 과정에서 오히려 힘을 얻기도 합니다. ‘내가 필요한 자리는 여기구나’고 느낍니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 여성인권 활동에 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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