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정책자문위, PEET ‧ 6년제 약대 자율 병행안 제시

약학 교육계 “4년간 6년 과정 배워 학생들 ‘번아웃’”
기초과학 황폐화‧입시 과열 논란 PEET도 손질될 듯
6년 택할 시 편제정원 늘어 타 학과 정원 조정 예고

▲ 교육부가 약대 학제를 현행 2+4년제에서 6년제로 전환하도록 할 수 있게 하는 '자율 병행제' 정책 개편안을 발표했다. 박성수 대학학술정책관이 1일 서울교대에서 열린 약학대학 학제개편 논의를 위한 공청회 개회사를 낭독했다. (사진=김정현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의‧치의학전문대학원(MD)에 이어 약학대학들도 편입학 제도 시행 10년 만에 신입학 전형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통합 6년제’를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는 현행 2+4년제와 통합 6년제 중 하나를 대학들이 택하도록 법을 개정할 계획이나, 대부분 약대들을 비롯한 약학계가 6년제를 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4년에서 6년으로 길어져 편제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약대를 보유한 대학들이 타 학과의 정원을 약대로 옮기는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입시 과열과 기초과학 고사 논란 속에 있던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도 개정 학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는 1일 오후 2시 서울교대에서 약학대학 학제개편 논의를 위한 공청회를 열고 약대 학제 개편 정책안을 발표했다. 통합 6년제와 현행 2+4년제를 대학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6년제를 택할 경우 자체적인 정원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자율 병행제’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부터 약대 학제개편 정책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를 구성해 학제개편 논의를 진행해 왔다.

약대 교수, 학생들은 4년간 전공과목만 160학점에 달하는 현행 학사제도에 부담감을 호소한다. 편입학 전 2년간의 교육과정이 약대 전공과목과 연계되지 않아 약사들의 전문성을 하락시킨다는 주장도 약학계의 전환 근거 중 하나다.

공청회에 참여한 박명훈 전국약학대학학생협의회장(강원대)도 “점심시간조차 없는 시간표가 나올 정도로 몰아서 수강해야 4년에 겨우 졸업 학점을 이수할 수 있다”며 “생화학, 유기화학 등 PEET 준비 기간 공부했던 과목을 다시 수강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약대들도 6년제 전환을 희망해 왔다. PEET를 실시하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약교협)가 지난 2015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35개 약대 중 31곳이 통합 6년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 2+4년제를 선호하는 곳은 2곳이다.

과학계에서도 관련 학과들이 PEET를 통한 편입학 발판으로 전락하면서 학생 이탈과 기초학문 고사를 불렀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날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19개 대학 31개 학과에서 신입생 중 약대로 편입하는 학생이 2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화학‧생물 계열로서 2017학년도 약학대학 신입생 중 전체 62%에 달했다.

자문위에 참여했던 하연섭 연세대 교수(정책학)는 발제에서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들을 길러낼 수 있다는 (현행 2+4체제의) 장점은 커녕, 현재 약대가 단선적인 구성으로 가고 있다는 것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하연섭 연세대 교수(오른쪽 두번째)가 약학대학 학제개편 정책안을 발제하고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이처럼 약대들과 연관 학과들의 여론이 명확한 만큼, 일부가 의학전문대학원 체제를 유지하는 의학대학과 달리 약대를 보유한 대학 대다수가 6년제 전환을 택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약교협 핵심 관계자는 “2011년 신설된 15개 소형 약대들도 신입생을 선발하고 정원을 늘릴 수 있는 기회이므로 오히려 6년제 전환을 환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학이 6년제 약대를 택할 경우 1‧2학년이 추가되면서 편제 정원이 많게는 50%까지 늘어나게 된다. 대학설립 운영규정에 따라 정원 대비 교육용 토지 확보율 등 관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약대 졸업생을 늘리는 데 회의적인 상황이라 타 학과의 정원을 줄여 약대로 보내는 구조조정이 예고된다.

편입 3, 4수생을 양산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변별력을 위해 운영되는 PEET에 대한 비판도 많아 새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2022년을 기점으로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의경 성균관대 교수(약대)는 토론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하도록 교육부가 노력해야 한다. 부작용만 양산하는 미봉책에 불과하며, 대학 입시 경쟁률 완화는커녕 경쟁률 9.4대 1에 이르는 PEET로서 제 2의 입시 경쟁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백선숙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서울‧중랑 지역대표는 “PEET는 7지선다형의 극단적인 상대평가와 평균 2000만원의 천문학적 사교육비를 들여야 함에도 노력의 과정이 담보되지 않는 시험”이라며 “2+4제를 유지해도 PEET는 과정 중심의 평가로 개선해야 한다. 6년제를 택해도 시험 기계를 양산할 수 있으니 이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내용을 종합, 올해 상반기 중 2+4년제와 6년제 자율 병행제 도입을 골자로 관계 법령 개정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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