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김우식 총장은 우리 나라 화학공학 분야의 대표적 학자로 연세대에서 부총장, 총무처장 등 학내 행정에 오랫동안 관여해온 행정 실무가이다. 그는 또 현재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 원장,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등 명실상부 우리 나라 고등교육을 이끌고 있는 핵심인물이다. 김 총장은 최근 교육인적자원부의 거듭된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대학 재정난 타개책으로 '기여우대제'를 적극 추진키로 해 화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본지 이인원 회장은 지난 8일 연세대 김우식 총장을 직접 만나, 대학교육개혁, 특성화 등 대학 현안과 기여우대제, 사립대발전 방안 등에 대해 들어보는 특별대담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 벌써 취임하신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총장께서 가지고 있는 대학 경영 철학은 무엇입니까.취임초기 '개혁만이 살 길 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하신 바 있는데요. "대학사회 개혁이란 뿌리 채 뽑는 혁명이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개선'이란 말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습니다. 연세대는 오랜 전통이 있습니다. 총장이 되었다고 해서, 선배 총장님들과 전혀 다른 길을 갈 수는 없습니다. 송자 총장님 때는 메켄지, 김병수 총장님 시에는 삼성SDS 등으로부터 컨설팅을 받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 발전계획도 세웠습니다. 내 임기에 새 발전계획안을 내는 것은 낭비입니다. 저는 취임 현재 선임자들의 발전계획안을 검토하고 좋은 점들을 선별해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세대 개혁의 씨앗은 선배들이 뿌려놓았고, 저는 뿌리 내리는 작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 개혁의 주안점은 어느 분야에 두고 있습니까. "총장을 하면서 3가지 교육목표를 두었습니다. 첫째 창조 전문인 양성, 둘째 봉사하는 지도자로서 연세인 양성, 셋째 열린마음 가진 세계인으로서 연세인 양성입니다. 또 목표를 전제로 연세의 국제화, 정보화, 특성화 세 가지를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이 자리서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힘듭니다만, 지금까지 많은 진척이 있었습니다. 올 연말쯤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사항을 정리해 모든 연세인에게 밝힐 예정입니다." - 예전에는 대학별로 적어도 몇 개 과목씩 특성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수능시험 성적으로 서열화 돼 있습니다. 연세대는 어떤 분야에서 얼마만큼 특성화 돼 있다고 보십니까. "연세대 특성화 사업은 크게 학교에서 이끄는 교책사업과 각 단과대 연구소가 책임지고 이끌어 가고 학교당국이 뒤에서 미는 육성사업이 있습니다. 교책사업에는 국학진흥 국제적 연구 첨단기술 연구 의료기술 연구가 있고, 육성사업에는 신학선교분야 상경분야 영상예술분야 등이 있습니다. 이중 첨단기술연구분야는 IT(정보통신), BT(생명공학), NT(나노기술),CT(환경기술)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전문 병원화와 국제 공인 임상시험 연구소 건립을 통해 의료기술연구 발전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 상경분야 육성차원에서 리더쉽센터를 세웠고 국내외 각국의 훌륭한 분들을 모셔 학생들이 직접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국제화를 향한 노력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또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추진중인 계획은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대학 내에 있는 국제화 관련기구들을 '국제관계총괄위원회’로 일원화하고, 교학 부총장의 관할 하에 두도록 했습니다. LA에 있는 한국어학당 분원을 '연세 미주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매년 8백 여명이 해외교환학생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우선 학술교류단과 의료지원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대학 운영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대학 내 구성원들의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고 봅니다. 총장께서 추진하고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요. “교수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총장에게 직접 건의할 수 있는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또 대부분 정책은 단과대에서 먼저 입안하고, 총장이 수렴해 결정, 집행하는 구조입니다. 대학 내의 체계와 질서를 중시하고, 존중하며 그 바탕 아래서 정책을 만들어가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 요즘 대학을 보면 너무 경쟁적이지 않나, 너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사람만을 양성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됩니다. 물론 사회전체가 전쟁터 같은 분위기입니다만, 대학교육은 생활인으로서 도덕적 인간을 길러 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감합니다. 아시다 시피 우리대학은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제 교육 목표 중 하나도 '봉사적 지도자 양성' 입니다. 앞서가는 지도자, 봉사하는 지도자, 희생할 줄 아는 지도자로 키우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도자에 대한 연구와 훌륭한 지도자를 초청해 학생들과의 만남을 갖는 리더쉽 센터는 그 중 하나입니다. 또 오지 벽지에서 5년 이상 봉사한 사람을 교단이나 대사관 추천을 받아 격려하는 언더우드 봉사상 제도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 우리 나라 경제 규모는 세계 11위 권 수준입니다. 그러나 대학의 수준은 세계 1백 위 권대학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낙후돼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총장께서는 취임 당시 연세대를 1백 위 권 대학으로 올려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셨는데요.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지만 대학 재정 등록금 의존률이 70%가 넘습니다. 특히 정부의 사립대 국고지원은 4.8%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정부가 각 대학에 등록금 동결을 권고했습니다. 물론 '권고'였지만, 학생들은 이를 근거로 등록금 동결을 주장하며 총장실을 점거합니다. 해마다 교직원 급여 인상은 해야 하고, 시설과 연구에도 투자를 늘려야만 하는데, 결국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세계 1백 위 권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대학이 질 높은 교육과 연구를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교수를 많이 모셔와야 하고 적절한 환경 속에서 교육과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만 하더라도 학생수가 특수대학원 사회교육원을 합쳐 5만 명에 육박합니다만 교수 수는 의과대를 합쳐 1천5백 여명에 불과합니다. 어느 과 경우, 교수 2∼3명을 모시려고 하는데 당장 연구 공간이 없습니다. 제가 총장이 된 뒤 증축한 건물이 14동입니다. 그런데도 어느 정도 지나면 연구실이 모자라는 형편입니다. 대학발전기금의 경우 미국 하버드대 한 개 대학이 24조원인데 비해 우리나라 사립대 발전기금을 모두 합쳐도 3조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비교가 되지 않는 것이죠. 연세대 의 세계 1백 위 권 대학 진입 목표 제시는 2010년에 이르러서는 적어도 우리 나라 대학 중 하나가 1백위 권에 진입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말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연세대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에서 말한 것입니다." - 취임이래 대학교육에 잔잔한 이슈를(기여입학제) 제공했습니다. 물론 긍정적인 면이 많기도 하지만, 상위권 몇 개 대학만이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는 기여입학제란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언론이 그렇게 썼을 뿐이죠. 저는 '기여우대제'라고 줄곧 얘기해 왔습니다. 언론에서 말하는 것과는 개념이 다릅니다. 또 지금은 경쟁사회입니다. 똑같이 하향 평준화하자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잘되는 것을 더 잘되게 함으로써 동반 상승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겁니다. 세계 1백 위 권에 진입하는 대학이2∼3개 생긴다면 우리 나라 대학교육 전반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입니다. 대학간 빈익빈 부익부 얘기도 나오는데, 기여 우대제는 엄연히 자율 입학제도입니다. 모든 것을 대학에 맡기자는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그 대학의 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을 우대하는 것은 기여문화향상에도 이바지 할 것입니다." - 정부당국에서는 계속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육부 청와대에 계속 청원하고 있습니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29조 2항에 몇 줄 만 들어가면 됩니다. 현재 우리 나라는 특례입학을 하고 있습니다. 농어촌 자녀, 외교관자녀, 소년소녀 가장 등을 특례입학 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대학 발전 기여자도 혜당 대학에서 혜탁을 주자는 것입니다. 비물질적으로 도와준 사람 가령, 우리학교 최현배 선생의 자손을 우대 를 해주는 것이 무엇이 나쁜지요. 살아생전 자신의 모든 재산을 쾌척하는데 직계 자손을 돌보는 것은 혜택을 입은 대학으로서는 윤리적으로도 당연하다고 봅니다. 물론 기여업적은 공 개리에 평가될 것입니다. 정부가 국민정서를 이유로 시기상조를 얘기하는데 언제까지 할 것인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기다리자 그리고 우선 비물질적 기여부터 하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 사립대 총장 입장에서 국가 정책상 사학진흥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국가 재정지원이 너무 적습니다. 적어도 15∼20%는 돼야 합니다. 또 막상 행정을 해보니곳곳에서 걸리는 것이 많습니다. 사립대에 자율권을 주었다고들 하는데 무엇을 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자율을 대학에 주었다는 논의도 온당치 않습니다. 대학 스스로 자율을 지켜야겠지만 국가에서도 보장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하게 자율권을 주고, 대신 책임을 물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발전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십니까. "교육부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쉽다면, 보다 더 대학 현실을 파악해 절실한 것을 극명하게 노출시켜 풀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점입니다." - 남은 3년 임기 동안 계획된 것을 다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총장께서는 어디까지 할 계획이십니까. "이미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합니다. 큰 과실을 딸 생각은 없습니다. 매일 철도 레일을 깐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다음 총장이 달려가기만 할 수 있도록 강박관념을 갖지 않고 총장 업무를 수행하려고 합니다." - 한국대학신문이 창간 13주년을 맞았습니다. 끝으로 우리 신문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한국대학신문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 한국대학신문에는 13년간의 대학 관련 정보가 많이 축적 돼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가능한 미담 중심의 밝은 기사를 많이 발굴해 주시고, 외국의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정보를 많이 제공해 주었으면 합니다. 계속해 일취월장하기 기원합니다." □약력 : 1940년 충남 공주. 연세대 화학공학과 및 동대학원 석박사.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 수. 연세대 공과대 학장, 대외부총장, 공학연구센터본부장, 제3대 한국공학기술학회 회장, 한 국공학교육인증원 초대 원장, 제2대 한국대학가상교육연합 이사장, 제3대 한국공학한림원 부 회장, 2000년 8월 연세대 총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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