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권석 동강대학교 기획팀장

한 해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새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대학에서는 다음 회계연도 예산 편성과 대학 기본역량 진단 준비로 여느 해보다도 분주하다.

다음 회계연도 예산편성을 위해 충원율을 고려한 수입을 산정하고, 부서와 학과에서 요구한 예산과 비교하면 수억원이 부족해 예산 편성을 두고 한숨부터 나오기 십상이다.

입학정원 감소와 수년째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 금년부터 시작된 입학금 단계적 감축 등 매년 등록금 수입은 줄어들고 수입의 다양화를 위해 발전기금조성과 법인전입금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해 보지만 지방대학에서는 한계가 있다.

반면에 지출은 수입 대비 매년 늘어가고 있다. 기관평가인증을 비롯한 각종 평가의 지표개선 및 교육여건과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재정이 필요하다. 동시에 학생 복지와 인건비 상승, 공공요금과 물가인상 등으로 재정 부담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지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학과구조 개편, 명예퇴직과 임금동결 등 인건비 구조 개선, 각종 사업비 축소 등 예산 절감과 효율적 집행 유도를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재정 운용의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대학기획처장협의회 자료에 의하면 전문대학 중 교직원 보수 동결이 2017년 59.3%에서 2018년 79.4%로 늘었고 보수 인하는 각각 3.1%에서 8.3%로 증가됐다고 한다. 갈수록 교직원들의 복지가 열악해지고 있는 것 같아 이런 결과가 결국 학생들에 대한 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까 우려를 낳게 한다.

또한 대학에서는 3월에 실시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진단 결과를 일반 재정지원과 연계함으로써 2019년부터 3년간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 3년간 실행한 모든 교육활동 실적정리를 통해 정성지표 항목을 작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예산과 연계된 정량지표 항목들이 많아 재정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정량지표 항목이 평가점수의 과반을 차지하고 정성지표 역시 정량실적과 연계한 진단항목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라도 대학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재정을 보전하기 위한 자율성 보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 등 정량지표 유지를 위해 인상률 범위 내에서만큼이라도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어야 한다. 등록금 인상을 강제하기보다는 인상률 범위 내에서 시장경제에 맡겨 두자는 것이다.

그리고 자율성 보장이 어렵다면 전문대학 평균 등록금을 정해 평균 등록금보다 낮은 대학에는 평균 등록금만큼 인상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지역의 특성과 대학규모에 따라 입학금과 등록금은 차이가 많이 난다. 다른 대학보다 먼저 학부모와 학생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선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를 해왔던 대학들에 지금 시점에서 등록금 동결 권장은 재정압박을 더욱 가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년 들어 유난히도 겨울 날씨가 춥다. 이러한 추운 겨울을 견디며 지낼 수 있는 것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대학이 언제나 재정과 평가에서 자유로울지 그래서 학생들의 교육과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지, 대학에도 진정한 봄은 오는지 기대하고 싶은 심정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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