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자녀 끼워 넣기·거액으로 서류 위조·학생부 조작 등

9%만 ‘수시 공정하다’…흔들리는 대입 공정성

처벌 강화하고 관리감독 기구·시스템 운영 필요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수시전형이 확대되면서 대입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 ‘논문 자녀 끼워 넣기’ 사례가 적발되면서 대입마저 ‘금수저 전형’이라는 분노가 일고 있어서다. 브로커에게 거액을 지급해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부정 입학한 사례가 발각되기도 했다. 또한 학생부 기재용 ‘스펙쌓기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입 공정성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입시 설명회장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없음(한국대학신문DB)

■ 잇따른 대입 비리에 ‘금수저 전형’ 논란= 서울대 공과대 화학생물공학부 A교수는 자신의 논문 40여 편에 아들의 이름을 저자로 실었다. 이 아들은 10년 동안 아버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아버지가 몸담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뛰어난 연구실적으로 아버지의 추천을 받아 학과에서 상과 상금을 받기도 했다.

교육부가 지난 10년간 ‘교수 논문에 미성년 자녀 논문 공저자 등록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위와 같은 부정이 29개 대학에서 82건이 적발됐다.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란 지적에 지난 1일 재조사한다고 밝혔다.

논문에 자녀 끼워 넣기 사례는 △성균관대 8건 △연세대 7건 △국민대 6건 △서울대 6건순이었다. 논문 게재 당시 자녀의 학년은 고3이 가장 많았다. 전체 82건 중 고2와 고3 자녀가 87.8%였다. 교육부가 자녀의 대입을 위해 연구 부정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이유기도 하다.

고려대와 서울시립대, 전주교대 등 3개 대학에서 장애인 서류를 위조해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부정입학한 학생 5명이 적발돼 입학 취소 조치가 이뤄지기도 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장애인 특별전형 실태조사 결과 취해진 조치다.

해당 학생 중 고려대생 1명과 서울시립대생 3명은 브로커에게 각각 약 3000만원을 지급했다고 경찰이 밝혔다. 경찰은 공문서위조·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입시브로커 양모 씨와 이모 씨를 구속했다. 해당 학생들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

입시부정은 불법행위부터 자잘한 꼼수까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커지면서 학생부를 무단으로 고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 국회 교문위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최근 5년간 고등학교 학생부 정정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수정한 건수는 18만2405건이었다. 이는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상장 몰아주기 문제가 심각했다. 국회 교문위 소속 김병욱 더민주 의원이 발표한 ‘서울대 최근 5년(2013~2017년) 전형 별 합격생 평균 교내 상 수’에 따르면 수시합격생들의 교내 상은 평균 27개였다. 한 학생은 교내 수상을 120회나 휩쓸기도 했다. 재학 동안 한 주에 한 개씩 상을 탄 꼴이다. 경기도의 한 학교는 1년간 상장을 6364장이나 남발했다. 전체 학생은 1208명에 불과해 수상자가 재학생의 5배에 달하기도 했다.

■ 노력·실력<돈·부모 직업, 추락하는 대입 공정성 = 잇따른 대학 입시 부정으로 수시제도의 공정성은 신뢰를 잃고 있다. 교육기업 진학사가 수험생 1385명에게 ‘수시와 정시, 어느 쪽이 공정한 입시에 더 부합하느냐’라는 질문에 81%가 ‘정시’라고 답했다. ‘수시’라고 답한 학생은 9.5%로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정시 선발 비율이 40% 이상으로 늘었으면 한다’고 답한 학생도 66.8%였다. 이들은 “학종은 돈을 들여 컨설팅받고 자소서 만들어 대학에 붙는다” “본인 실력보다 어떤 선생님을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노력이나 실력보다는 돈이나 운, 부모의 직업에 의해 대학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 ‘공정’을 키워드로 내세운 문재인정부의 새 대입제도 개편안에 치명적이다. 교육부는 입시 경쟁 및 서열화를 막고자 학종 위주로 대입제도를 개선했다. 고교정상화 명목으로 수시 비중은 73.7%까지 급증했다.

이에 교육부는 연구부정이 대입에 활용된 경우 입학취소 등 강력한 조취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며서도 이번 논문 자녀 끼워넣기의 경우 교육부는 2014학년도부터 논문 실적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학종에선 큰 문제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자기소개서나 교사추천서, 면접 등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고 본다. 특기자전형의 경우 KAIST나 DGIST 등 일부 대학에서 논문을 지원자격 중 하나로 두고 있어 대입에서 활용될 여지가 있다.

▲ 지난해 대교협 심포지엄에서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이 학종 성과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 수시 축소 근본해법 아냐…관리 기구·시스템 마련해야= 이에 정치권을 포함한 일각에서 수시 축소를 외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시 축소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라고 답한다. 창의 인재를 길러야 하는 시대의 흐름을 보면 암기식·주입식 공부를 강요하는 과거의 평가방식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은 “일부 문제를 전체로 확대해 축소·폐지를 외치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며 “학종은 학생들의 생활을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육현장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서열화 완화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유명무실한 '회피제척 시스템'을 정상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회피제척 시스템이란 수험생과 친·인척 등 특수관계에 있는 입학사정관을 학생 선발 업무에서 제외하는 시스템이다. 교육부가 15억원을 투입하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 운영하고 있었으나,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에 막혀 폐지됐다.

구본창 사교육걱정 국장은 “전형을 어떻게 설계하더라도 대입부정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근본 원인은 대입 경쟁과 대학 서열화”라며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강력한 처벌조항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입시 관리 기구를 마련해 △심의 △입학전형 모니터링 △규제 등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입정책의 방향성은 올바르게 설정했으나, 의사소통 전략이 부재했다고 본다. 대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 충분한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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