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이재웅 부총장 vs 한국직업 능력개발원 강무섭 원장

경기불황으로 야기됐던 대졸 미취업 문제가 점차 구조화되는 경향이다. 인력 수요자인 기업 입맛은 더욱 까다로워져 채용방식도 경력자 중심에 수시 모집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매년 50만 명에 이르는 졸업생들이 대학 문턱을 나서지만, 이중 삶의 터전을 잡는 이는 절반정도 뿐이다. 가히 '취업 대란' 이라 할만하다. 경제학자로 현직 대학부총장인 이재웅 교수(61)와 교육학자이자 현직 국책 직업연구기관 총수를 맡고 있는 강무섭 원장이 지난 11일 성균관대 부총장 실에서 만났다. 교육학적 논리가 지배하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연구하는 이재웅 교수와 교육학을 전공하고 정부 대학정책 핵심인 경제논리를 뒷받침하는 강무섭 원장의 만남은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다. 이 두 석학이 2시간 여 동안 나눈 현재의 대졸취업 현주소 그리고 원인과 실질 해결방안에 대해 들어보자. 이재웅 성균관대 부총장 : 최근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평균 실업률은 3.4% 이다. 그러나 대졸미취업자를 생각하면, 이 통계는 전혀 피부에 닿지 않는다. 강무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원장 : 청소년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15세∼24세를 기준으로 할 때 이들의 실업률은 10.1%이다. 평균 실업 세 곱이다. 노동부는 올해 신규 대졸자 취업률을 50%, 교육인적자원부는 56.7%로 각각 예상하고 있다. 모두 예년에 비해 취업률 감소 전망이다. 이 부총장 : 이런 상황은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낮은 수치다.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실정을 감안한다면,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강 원장 : OECD 국가와 비교하면 경제 활동 참가율도 낮다. 이 부총장 : 통계에 잡히지 않았지만, 지방대생과 여대생 취업 상황은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다. 강 원장 : 학교 졸업 뒤 첫 일자리를 얻는데 평균 8.5개월 걸린다는 통계다. 3개월 이내 취업률은 43% 밖에 안 된다. 취업 재수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이 부총장 : 요즘 학생들이 졸업을 안 하려고 한다. 졸업을 늦추려고 휴학을 하는가 하면, 다른 방편으로 해외연수를 가기도 한다. 강 원장 : 외국 대학을 보면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라는 것이 있다. 말 그대로 공부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이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있으면 생활이 보장되기 때문에 계속 학교만을 다니는 것이다. 우리 나라 대학도 잘못하면 그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부총장 : 대졸 미 취업은 경기 호전 여부와 관계없이 구조적 문제다. 경제가 회생되고 불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도 대졸 취업문제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졸자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난 것을 지적하고 싶다. 대졸 자에 대한 사회 수요 변화에는 아랑곳없이 진학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95년 32만 4천명이었던 대졸자 수는 지난해 47만 여명에 이르렀다. 강 원장 : 동감한다. 나는 대졸인력 질적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기업이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배출되지 않는다. 현재 기업은 대졸자 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다고 아우성이다. 요즘 대기업 고용 패턴이 경력자 중심, 수시 채용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이 부총장 : 우리 나라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도 한 원인이 아닌가 한다. 문제 있는 기관이나 기업은 퇴출 해야 하는데 노조가 장애가 된다. 기존 직원의 자리를 유지하려고 하기때문에 정작 신규 인력이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이다. 강 원장 : 지금까지 우리는 대졸 취업 양적 불일치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나 나는 질적 문제는 없는지에 대해 주목하고 싶다. 예를 들어 전문대 취업률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50∼80만 원 받는 다는 조건으로 입사해 한 두 달 일하고 나오는 것이 다반사다. 이런 상황도 취업률에 합산된다. 이 부총장 : 대졸취업문제는 미국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예전 미국의 괜찮은 학교 MBA를 나오면 좋은 직장을 골라 갔다. 그러나 지금은 잘 뽑지 않기 때문에 눈 높이를 조절한다고 한다. 이전에 잘 가지 않았던 제조업 유통업에도 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리 졸업생들이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의 눈을 조금만 낮추면 취업이 쉬워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강 원장 : 우리 나라 대기업도 그런 것 같다. 따라서 졸업생들도 눈 높이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졸업해 대기업만 바라보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 그러나 취업이 됐어도 자신의 전공과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실업문제를 야기 시킨다. 대졸 취업자 중 첫 직장을 전공과 맞게 간 인원은 전체 33%밖에 안 된다. 이 부총장 : 대학교육개혁은 어제오늘의 명제가 아니다. 대학은 사회가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교과과정도 기업 수요가 있는 쪽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학은 상당히 경직돼 있다. 대학교육이 유연성을 가져야만 대졸자 취업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강 원장 : 인문학 등 기초학문 육성은 별도로 논의해야할 부분이라는 전제로 말한다면, 실제 사회에서 수요가 있는 분야는 인력 공급이 부족하다. 반면, 수요가 넘치는 인문사회분야는 공급인력이 넘쳐난다. 대졸자 취업률을 높이려고 한다면 대학당국의 새로운 전공분야 교육이 필요하며, 배출된 인력을 위한 계속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현재 4년 제 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에 입학하는 인원이 연간 2천명 정도 된다고 한다. 노동부 산하 직업전문학교 IT분야에도 대졸자들이 상당히 들어가고 있다. 이 부총장 : 동감한다. 사회의 IT 분야 수요는 많은 반면 대학의 공급 인원은 매우 부족하다. 그러나 사회과학인력은 남아도는 형편이다. 이는 대학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강 원장 말씀대로 대학도 학사제도 등을 유연성 있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대학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잘 안돼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대학에 비하면 오히려 쉬운지도 모른다. 강 원장 : 이러한 상황은 사립대학이 많은 우리 나라 특성과 하고 밀접히 관계돼 있다. 사립대학의 재정은 학생수가 좌우하고 대학은 이를 위해 학생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했다. 이로 인해 대학은 사회 인력 수요와 관계없이 학과를 늘리는데 앞장서 왔다. 이 부총장 : 내년부터는 대학 모집정원보다 학생수가 줄어든다. 때문에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들이 속출할 것이다. 또 대졸자 절반만이 취직되는 현실에서 대학들은 원하든 그렇지않든 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다. 대학도 생존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으며, 이에 전통적인 것은 차츰 사라지고 갈수록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린다. 그 전에는 대졸자 실업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강 원장 : 대학구조조정이 문제의 근본 해결책이라는 지적에 공감한다. 나는 이 시점에서 노동인력의 수요 공급 정보에 대한 부분을 지적하고 싶다. 현재 우리사회는 정부든 기업이든 대학이든 전체 인력 수급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없다. 이 부총장 : 직업소개소 노동부 등에서 제시되는 노동시장 정보가 원활하지 못하다. 가령 현재의 구직자 수와 구인자 수를 얘기할 때 괴리가 많다. 강 원장 : 이런 역할은 정부가 직접 담당해야 한다. 이 부총장 : 정보가 효과적으로 제공된다면 노동시장을 개선하는데 매우 효과적일 것이다. 현재 정부가 대졸자에게 한 달에 30∼40만 원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욱 필요한 것은 노동시장 정보를 각 주체에게 잘 공급해 주는 역할이다.또 사회가 원하는 대학의 직능교육 보완 방법 마련도 중요하다. 강 원장 : 우리 평가원에서는 노동정보 차원에서 현재 D/B를 구축 중이다. 여기에는 노동시장에 들어가는 방법, 수행하는 일 등의 모든 노동관련 정보를 담을 것이다. 부총장께서 지적한 현행 정부 정책은 여성 지방대 확대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또 궁색하지만 정부는 D/B구축, 초중등학교 전산보조원 이공계 인턴 등의 공공근로를 통해 대졸미취업자를 흡수하고 있다. 하지만 나 역시 이 제도 시행이 근본 대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부총장 : IMF때 고용보험기금을 활용, 공공근로 사업을 1년 가량 시행한 적이 있었다. 궁여지책이었으나 취업난 해소에 다소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강 원장 : 채용박람회 개최 등 취업 지원 서비스도 효과가 있었다. 이 부총장 : 지난해 우리 학교 자체적으로 취업박람회를 연 적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여기서 직장을 구한 학생들도 많았다. 중견기업 임원의 특강도 개최했다. 우리학교 재단인 삼성의 계열사가 수 십군 데 아닌가. 여러 이점이 있었다. 강 원장 : 학생들이 기업에 너무 판에 박힌 이미지만을 주는 것 같다. 뽑는 입장에서 입사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 아닌지 가령, 귀 기업 매출의 몇 퍼센트를 올리겠다는 등으로 말이다. 정부도 대졸신입사원을 채용하는 기업에 세제 지원을 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또 각 부문에 투자하는 것에 대해서도 세제 혜택을 줘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구조조정에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다. 이를 SOC 사업에 쓴다든지 하면 고용창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용보험혜택을 대학졸업자에게도 주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총장께서 재직하고 있는 성균관대 등 대학들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이 부총장 : 우리 대학은 대학개혁에 앞장서 왔다. 96년 장기발전계획 세운 뒤 국내 대학 중 가장 먼저 학부제를 시행했다. 학생들게 선택여지를 늘리고 수요자 중심 교육으로 변모하자는 취지였다. 기업에도 훌륭한 인재를 공급하기 위해 학생 실력 인증제인 '3품제'를 실 시하고 있다. 가령 영어 외국어는 인증은 국제품, IT컴퓨터 능력 인증은 정보품, 예의 범절 사회봉사 등 인성 인증은 인성품 등이 그것이다. 우리 대학은 유연하고 개방적인 경쟁력 있는 대학을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 원장 : 우리 연구원도 3품 제와 비슷한 직업기초능력 인증제 도입 관련 연구를 한 적이 있다. 중심은 대인관계 정보화와 관련된 것이다. 직업생활에 있어 최소한의 기초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인증제 시행을 두고 현재 교육부와 협의 중이다. 이 부총장 : 기업 인사담당 임원들에 따르면 우리대학 졸업생들은 얌전하고 자기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평가다. 강 원장 : 산학협동 활성화가 필요하다. 전문대 경우 주문식 교과과정을 운영하는 곳이 있다. 현재는 다분히 형식적이긴 하다. 하지만 교육부가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대학에 재정지원을 하는 등 나름대로 유도하고 있다. 이 부총장 : 우리 대학도 삼성전자와 인턴쉽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정부에 의한 타율적인 것보다는 대학이 자율성을 가지고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 원장 : 현재 획일화 돼 있는 대학 기능이 바뀌어야 한다. 교수들이 진로 지도를 해야 한다. 학생들의 적성이 무엇인지 심층 분석해 가이드를 해야한다. 이 것을 선택하면 교육과정은 이렇고 최종 전망은 이렇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 부총장 : 입학 시 광역 모집을 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금은 1천8백 명을 한꺼번에 뽑아 1년 간 공부한 뒤 전공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교수들이 이 과정에서 자기 전공과목을 경쟁적으로 강의하면서 알린다. 우리 나라 많은 대학은 실용적인 분야보다 아카데미를 추구한다. 그러나 연구중심대학보다는 교육중심 대학 쪽으로 많이 가야 한다. 또 정부 역시 교육중심 대학에 재정지원을 많이 해야 한다. 강 원장 : 절대적으로 공감한다. 요즘은 전문대 졸업 뒤 4년 제 대학 편입학을 많이 한다. 원래 이들은 산업대학 쪽으로 가야 한다. 그러나 산업대학이 일반대학화 돼 버렸기 때문에 그 가치가 떨어진다. 품위가 떨어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직업 특성화를 할 수 있는 대학, 교 육중심대학을 활성화시키고 전문대 졸업자들이 편입학시 같은 계열에 갈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부총장 : 너무 국내 시장만을 얘기했다. 글로벌화 시대를 맞아 외국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모색돼야 한다. 강 원장 : 좋으신 말씀이다. 최근 IT분야에서 일본진출 길이 열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대학당국에 바라는 내용을 말하자면, 대학은 이제 졸업만 시키고 팔짱만을 낄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졸업생에 대한 A/S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졸업생이 취업이 안될 경우 주말을 이용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설치 운영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 부총장 : 우리학교는 아직 거기까지 이르지는 않고 있지만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 들에게 재교육기회를 부여하는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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