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계획 후통보’ 논란에 다수 졸업생 외면

학생들 “대학문화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반발
교수들 사이서도 의견 분분 “반대 불구하고 꼭 해야 했나”
DGIST “지역 호평 많아…지역상생, 새 문화 만들기 위함”

▲ 드론으로 촬영한 7일 DGIST 졸업 퍼레이드 현장. DGIST 측은 졸업생이 직접 참여하고 지역과 상생하는 축제를 만들어 보려고 이번 퍼레이드를 기획했으나, 계획에 앞서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논란 속에 결국 소수의 학부 졸업생(검은 옷)만 참여한 채로 진행됐다.(사진=DGIST)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개교 이래 처음으로 융‧복합 학사 졸업생을 배출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의 올해 졸업식이 퍼레이드 논란으로 얼룩졌다. 사전 설문조사에서 학부 졸업생 85%가 반대했음에도 대학 측은 이날 퍼레이드를 계획대로 진행해 논란이다.

DGIST는 7일 학사 96명, 석사 51명, 박사 17명 총 164명에 대한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2014년 국내 최초로 무학과 단일학부 4년 과정을 설치한 DGIST의 첫 융‧복합 학사 졸업식이다. 학부전담교수제, 그룹형 연구 프로젝트(UGRP) 등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한 졸업생들은 이학사와 공학사를 합친 ‘융‧복합 학사학위’를 받았다.

이날 졸업식에는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김연창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 등 500여명이 참석해 졸업을 축하했다.

그러나 이어서 진행된 ‘테크노폴리스 2018 졸업 퍼레이드’는 ‘옥에 티’가 됐다. 보직교수, 재학생, 교직원과 인근 포산중, 현풍중 졸업생과 지역주민 1000여명이 참석했지만, 주인공인 졸업생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DGIST 인근 대구광역시 달성군 유가면 일대는 영하 2도의 쌀쌀한 날씨였다. 참석자들은 대학 종합체육관 잔디운동장을 출발, 유가면 파출소와 면사무소를 기점으로 돌아오는 1Km 남짓의 거리를 걸었다.

DGIST는 학교 구성원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고유한 대학문화 조성을 위해 퍼레이드를 계획했다. 5월에 졸업식을 하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옥스퍼드대의 퍼레이드 사례를 참고했다. 졸업식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대학과 달리 기억에 남는 졸업식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다. 테크노폴리스를 대외에 알리기 위한 지역 상생의 취지도 있다.

▲ 7일 DGIST 학위수여식에서 축사하는 손상혁 총장(오른쪽).  졸업식에 참여한 오명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앞 줄 오른쪽),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앞 줄 왼쪽)이 앉아있다.(사진=DGIST)

그러나 이 퍼레이드 계획은 학내에 처음 공개된 지난해 12월부터 논란을 일으켰다. DGIST 기초학부가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의견을 묻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나 85%가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근우 DGIST 총학생회장은 “학생들 주도로 문화를 만든다는 게 아니라 결정하고 난 뒤에 진행한다고 통보한 것이 반발을 일으킨 원인으로 보인다. 졸업준비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긴 했으나 계획을 먼저 만들어 놓은 후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기초학부가 해당 설문조사 결과를 대학 당국에 전달하며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DGIST 당국은 정책운영위원회에서 확정됐다는 이유를 들어 받아 들이지 않았다. 대신 참여를 학생들의 자율에 맡기고, 네 차례의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대학원장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손상혁 총장이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직접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익명을 요청한 기초학부 소속의 한 교수는 “떠나는 학생들의 여론을 악화시킨 것은 물론, 사전 의견 수렴 절차도 미비했다. 무엇보다 추위 속에 부담을 안고서 이벤트성 행사를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라며 “내년에는 학생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개선책을 마련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DGIST 측은 “강압은 전혀 없었다.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일반적인 졸업식으로 그치기보다는 다같이 참여해 기억에 남는 축제의 장을 만들어 주려는 선의의 취지였다”며 “참여한 학생들과 인근 주민들의 여론은 무척 좋았다. 테크노폴리스와 지역 상권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는 호평이 많았다. 차로를 한 개만 사용하는 등 주민 불편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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