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아 용인대 학생생활상담센터 전임상담원

새로운 한 해는 어김없이 시작되고, 날씨는 매섭기만 하다. 방학이라고 빈둥거리는 것도 이제는 좀이 쑤신다. 막상 나가자니 으슬으슬 춥고 차가운 바람이 살갗을 스칠 생각을 하면 외출도 귀찮아진다. 집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뭐라도 해보자 마음먹지만 그 또한 막막하고 답답하다. 큰 한숨과 함께 한참 동안 한심하다며 타박한다. 이런 생각은 작년에도 어김없었다. 마음속에서는 바쁜 생각들이 돌아가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러다 3월이 오고, 4월이 되면 정신없는 일상이 지나간다. 나는 뭐 하나 변한 게 없고, 준비된 게 없다며 탓하다 보면 한 학기가 또 한 번 쑥 하니 밀려나간다. 나가자니 덥고, 집에 있자니 답답한 계절이 돌아온다. 여름일 것이다.

방학이 되면 뭐라도 해야겠는데, 도무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힘들다며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방문한다. 뭐라도 해보기 위해 학교를 방문했지만 자신은 결정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이 학생들은 스스로 자신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이토록 멋진 성찰과 용기를 내고 있다는 것을 자신만은 왜 모를까. 가장 안타까운 부분이다. 결정장애란 단어는 실제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미 인터넷의 여러 사전에서는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방향 없이 갈팡질팡하는 것이라며, 이 말의 등장배경까지 상세히 설명해주고 있다. 비슷한 말로는 햄릿증후군이 있는데 이는 선택을 미루거나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성향을 말한다.

지난 학기에 뭔가 결정하는 일에 고민이 있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여러 학생들이 참여했고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학생들의 말 중 공통된 내용은 뭘 살지 말지, 이것을 할지 저것을 할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무엇 하나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어떤 선택이 더 나은지 걱정이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이 더욱 심해지면 선택에 대한 분별능력이 없는 자신이 한심하고 싫어지는 단계가 오는 것이다.

그런데 실존심리치료의 대가인 얄롬(Yalom)이라는 학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이 정말 그렇게 형편없다면, 당신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신이 정말 그렇게 장점이 없고, 분별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자신에 대한 판단에 대해서만큼은 왜 그리도 비판의 여지가 없고, 흠잡을 데가 없는 것인가.”

따뜻한 집 안에서 며칠은 뒹굴고 싶은가. 아니면 취미모임에 나갈 것인가. 두 결정 중 하나를 선택하면 내가 얻게 되는 장단점을 5가지씩만 써보자. 그리고 각 장단점이 갖는 점수의 크기를 계산해보자. 우리는 점수가 더 크거나 개수가 많은 것을 행동하면 그뿐이다. 선택에는 언제든 기회비용이 따를 뿐 나의 잘못은 없다. 대학생활이 답답하고, 한심한지 아닌지 먼저 결정하려고 하지 말자. 앞으로의 결정장애란 나의 부족함을 미리미리 결정하지 못하는 것을 뜻하도록 하자.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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