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네온사인으로 눈부신 젊은이의 거리 홍대 앞. 그러나 정작 그 문화의 중심인 홍익대 교정은 결코 화려하지 않다. 조용히 미래를 위해 숨고르기를 하고 착실히 내실을 다지고 있던 것이다. 지난 11월 2일, 소박하고 온화함이 느껴지는 10평 남짓 총장실에서 장병기 총장으로부터 학교구성원들의 잦은 발길로 문턱이 닳아진 얘기며 미대를 중심으로한 학교 특성화 자랑, 앞으로의 발전계획 등에 대해 들었다.

- 벌써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총장께서 갖고 있는 대학 경영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학교 건학이념은 홍익인간이다.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이 인본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산학일체의 교육을 하고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예의를 갖춘 상상력이 풍부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많이 배출하고 싶다. 나는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기 보다 앞선 총장님들이 내놓고 추진하여왔던 것을 계승 발전시키려 한다. 특히 앞서 총장을 역임했던 분들처럼 학교의 가장 어른인 총장입장에서 솔선해 검소하게 생활하고, 대부분 학생등록금으로 이루어진 예산을 알뜰하면서도 생산적인 곳에 투자하는 학교 운영을 하고자 한다."

- 홍익대의 미술분야는 우리나라 미술계를 대표할 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고 있다. 미술분야의 특성화는 얼마만큼 진척돼 있는가?

"우리대학은 입시제도를 개선해 미술실기 시험을 단일화시켰다. 미술은 물론, 공예, 디자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학생의 선택에 따라 학과를 지원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미대 안에 있는 11개 학과간에 학제간 교류·확대를 해서 교육제도를 혁신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전 서울대 미대 자리에 있는 한국 디자인 진흥원(KIDP) 부지를 매입함으로써 디자인 특성화 분야의 국제적 명문 대학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또 서울 캠퍼스에 미술 디자인 공학 연구소를 2년 전에 설립 운영하고 있다."

- 미술분야 이외에 특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우리 대학의 특성화 지표는 '첨단 산업과 예술이 만나는 대학'이다. 이 지표 아래 미술·디자인 계열과 공학 계열, 그리고 상경 계열의 중점 육성을 특성화의 방향으로 잡고 있다. 공과대, 경영대, 문과대, 미술대, 과학기술대, 조형대의 교수와 연구소장 등을 중심으로 21세기 디자인 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의 연구를 활성화하면서 각 영역의 총집합체로 디자인프로그램을 전략적 과제로 육성하고 있다. 또 애니메이션 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1999년에 애니메이션 전공을 신설했다. 동시에 컴퓨터 소프트웨어·게임학부를 신설해 공학과 디자인의 연계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디자인과 건축분야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산업 미술대학원과 건축도시 대학원을 설립했고, 지난 1997년에 광고홍보대학원을, 98년에는 미술대학원을 신설했다."

- 홍익대 조치원 캠퍼스는 지방 캠퍼스 가운데 유일하게 교육개혁 특성화 부문에서 최우수 대학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다면.

"조형대학의 학부제 실시이다. 신입생 3백 명은 1학년 때 여러 가지 전공의 과목을 골고루 이수한 뒤 2학년 때 자기 적성과 소질에 맞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 조형대학에는 또실무 경험이 풍부한 분들이 전임 교수 또는 우대 겸임 교수로 포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조형대학은 서울의 어느 미술 대학보다도 경쟁력이 강하며, 매년 졸업생들이 90%이상 취업되고 있다. 조치원 캠퍼스는 벤처기업 창업보육센터와 충남지역 기술혁신센터를 설치해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조치원 캠퍼스의 조형대학에는 영화 제작 스튜디오가 건립되며, 애니메이션 박물관이 개설될 것이다. 조치원 캠퍼스에는 이밖에도 내년 1월말이 되면 국내대학 가운데 가장 좋은 기숙사 시설이 준공된다."

- 요즘 대학의 국제화가 한창이다. 홍익대 국제화를 위한 노력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외국인 교수 확보율이 7.1%인 30여명으로서 전국의 전체 대학 가운데 3위이다. 영어의경우 강독 위주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교양과목에 배치해 국제화에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이들 외국인 교수들을 활용하는 방안의 하나로 해마다 여름과 겨울 방학 때 조치원 캠퍼스에 영어 캠프(ELI)를 설치해 전국의 초·중·고교 학 생들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생활 영어 교육을 시키고 있다. 또 미국과 일본, 중국, 호주, 영국, 프랑스, 러시아, 핀란드, 스페인 등 9개국 29개 대학과 교류 협정을 맺어 교환 학생제도,위탁 교육, 어학 연수 등을 통해 상호 학점 인정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 대학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는 무척 중요하다. 홍익대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면.

"우리 학교는 지역사회와 연계해서 시각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의 연구 개발, 산업체와 도시 공간 조형물 개발, 가구와 제품 디자인 개발을 하기 위해 디자인 정보 문화 연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7월말에 준공한 정보통신센터내의 멀티미디어 정보센터를 학교 인근 마포구 주민들에게 개방해 주민들에게 제공하고, 마포구청과 공동으로 인터넷 종합 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 홍익대 학생들이 매년 거리 문화제와 거리 미술전을 열고 있는것도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근 경기도 화성시 태안읍 소재 10만평에 홍익 테크노아트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9월 29일 경기지역 개발과 발전을 위한 협약을 경기도와 체결했다."

- 대학운영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대학 내 구성원간 의사소통이 원활해야 한다고 본다. 총장께서 추진하고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 1년전 총장 취임과 동시에 대학 구성원들이 총장과 언제나 대화할 수 있도록 핫라인(hot line)을 항시 열어 놓고 있다. 이 핫라인을 통해 건의 사항을 청취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질의에 대한 답변도 하고 있다. 또 시간 나는 대로 보직 교수들과 직원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불평 불만을 듣고 있으며, 실험 실습실 등 현장을 방문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 사립대 총장으로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 가운데 사학의 진흥과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부는 기업이나 학교가 어떻게 하도록 지시하기보다는, 기업이나 학교에 모든 것을 맡기고 필요하다고 생각될 경우에 지원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지시 행정보다는 학교의 전문성과 자율을 존중하는 지원 행정이 효과 면에서도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교수 확보율, 학부제 운영, 연봉계약제 등 대학 운영과 관계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해 획일적인 기준이나 처리방법을 정하기보다는 각 대학에 자율권을 주어서 각 대학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각 대학의 특성과 여건에 걸 맞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자율에 맡기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처리 방법일 것이다."

- 취임 당시 목표했던 사업을 모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임기동안 중점적으로 할 사업은 무엇인가?

"분야별 전문화 교육을 기본 축으로 해 예술교육 강화를 통한 창의적 인성 교육과 민주사회에 필요한 기본 소양 교육을 충실히 해 나갈 계획이다. 또 캠퍼스 인근의 자치단체와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 기존의 교과중심 교육과정을 지식기반 사회의 기능중심 교육과정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양한 연계전공 프로그램(interdisciplinaryprogram)을 개발하여 교육내용의 다양화를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필요성에 근거해 앞으로 우리 대학에서는 교육 내용과 방법의 혁신을 위한 노력을 충실하게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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