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한파에 文정부 일자리 정책 강조하지만, 현장 체감도는 낮아

대학일자리센터, 중소기업탐방, 일학습병행 등 대학과 연계 중
취업률 수치보다 장기적 시각에서 진로교육 강화해야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며 일자리에 대한 의지를 다졌지만, 일자리 지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청년층이 집중된 대학에 각종 지원사업과 취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화력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현장 반응은 차갑다. 대학 취ㆍ창업 담당자들은 “정책 입안자가 아닌 청년의 눈높이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현장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 채용공고를 훑어보는 취업준비생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청년일자리점검회의를 열고 “청년실업 문제가 국가 재난 수준”이라며 정부부처 관계자들을 질책했다. 이 자리에는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8개 부처와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총출동했다.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이들에게 경고한 까닭은 일자리 정책이 효과를 거두지 못해서다. 기재부는 지난해 11조2000억원의 일자리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며 대규모 자금을 동원했으나, 청년층 실업률은 9.9%로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 대학일자리센터 만족도 높지만, 해외취업 사업은 부족= 이에 대학과 공조를 강화해 청년층의 취업률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업은 대학일자리센터 사업이다. 대학의 분절된 취ㆍ창업 기능을 통합해 원스톱고용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청년의 취ㆍ창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매년 6억씩 5년간 지원받는다.

대학일자리센터를 운영하는 대학은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학이 자체적으로 갖추기 힘든 취업 인프라를 지원금을 통해 구축했다는 것이다. 또 학생의 진로와 취업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학생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해외취업과 관련된 사업비 승인이 번번이 가로막혀 답답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해외취업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2일 “대책 중 큰 줄기”라며 청년 일자리의 돌파구로 강조하기도 한 방안이다.

김종호 대구대 대학일자리센터 팀장은 “해외취업과 관련한 사업비는 지역 고용청에서 승인을 받기 힘들다. 정부지원금인 만큼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사업을 소수대학에만 지원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는 대학도 있었다. 서울 소재 A대 취업지원센터 팀장은 “과거에 많은 대학에 소액을 지원하다가 현재 소수대학에게 지원금을 몰아주는 형태로 바뀌었다”며 “인프라가 잘 구축된 대학에 지원한다는 것인데, 정작 도움이 절실한 곳은 잘하지 못하는 곳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취업 희망 기업

■ 취업 연계 프로그램 실효성 낮아…현장 눈높이에서 봐야= 실효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지적되는 정책은 중소기업탐방프로그램이다. 청년들에게 중소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고 노동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실제로 취업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선 학생과 기업 모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인 중 하나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의 폭이 한정적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김종호 팀장은 “제과제빵업계 등 홍보를 하려는 기업이 대부분이라 다양성이 떨어진다. 학생들의 호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학교가 기업 섭외 과정에 참여해 학생들에게 맞는 산업군의 기업을 섭외해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학성 세종대 취업처장은 “학생들은 대기업이나 공기업을 선호하다 보니 중소기업을 취업이 아닌 ‘스펙쌓기’ 정도로 생각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이런 부분에서 불만족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학생의 문제로 보고 프로그램 참여를 강제하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책이 아니다. 학교에서 진로 교육을 강화해 적성에 맞는 직장을 찾도록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지원 취업 정책 중 대학의 역할이 가장 큰 사업은 IPP형 일학습병행제다. 기업연계형 장기현장실습 제도로 대학과 기업을 오가며 이론과 현장훈련을 병행해 취업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업이다.

최근 사업에 선정된 대학들은 성과발표회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유미선 경기대 IPP사업단 팀장은 “128개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84개 기업에 167명의 실습생이 중도 탈락 없이 실습을 완료했다”며 “전공역량, 취업 계획, 만족도 등이 향상했으며, 연계 기업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 요건 등이 까다로워 본래 취지에 벗어나 커리큘럼 설계나 서류 작성에 얽매이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사업단에 선정된 B대는 “교과목을 취업과 연계되도록 설계한 후 지원을 받고 나서 실제로 커리큘럼대로 운영하지 않은 대학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가뜩이나 인력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NCS 개발부터 실습생 평가, 리포트 작성까지 절차가 복잡해 부담스러워했다”고 말했다.

■ 장기적 관점에서 진로교육 강화 필요=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여학생, 인문대생, 지방대생을 위한 정책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영봉 건국대 취업지원센터장은 “고용노동부나 여성가족부에서 여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라고 한다. 그러나 여학생들은 기존 취업 프로그램의 참여율도 높고 성적도 상위권이다”며 “문제는 기업에서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문대생도 마찬가지다. 여러 기업에서 인턴으로 뽑지만,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결국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역균등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가톨릭관동대 일자리센터 관계자는 “서류 전형에서는 지방대생이라도 직무 경험을 쌓은 학생에게 유리하다고 본다”면서도 “일반 기업에 정착된 것도 아니고, 면접에서 출신 학력을 알게 돼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답했다.

A대 취업지원센터 팀장은 “스펙을 제외하고 NCS 기반의 직무능력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며 “다만, 서울지역 대학들은 교과ㆍ비교과 학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서 결국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 NCS가 정성적 지표를 반영하기 때문에 채용비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대학 취ㆍ창업 담당자들은 단기적 수치에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펼 것을 요구했다. 이학성 취업처장은 “단기적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여러 사업 중복돼 실효성이 떨어진다. 정부는 미래유망산업을 전망하고 대학기관이 진로교육을 강화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