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형 외 지음 ⟪청년창업⟫

우리나라에서 창업은 치킨집이라는 공식이 있다. 더 넓게 생각해봐도 고기집, 카페 등 외식 창업 말고는 색다른 게 떠오르질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매일 새로운 음식점이 생겨나는 동안 세계는 디지털, 의료,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대학에서 점차 융·복합을 통한 창업 교육을 선도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하나의 스펙 쌓기 정도로만 생각할 뿐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지는 않는다.

⟪청년창업⟫은 동아일보 기획기사인 ‘창업가 키우는 글로벌 공대’에서 취재한 내용을 심화해 펴낸 책이다. 집필한 기자들은 글로벌 명문 공대 15개 대학과 우리나라 7개 대학의 창업 교육을 분석하면서 창업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는 4가지의 포인트를 찾을 수 있다.

첫째, 한국 대학이 벤치마킹해야 할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외국 대학만 취재한 것이 아니라 국내 대학들의 창업 교육 사례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둘째, 창업 교육으로 유명한 전통 명문 대학만이 아니라 최근 집중적으로 창업가를 양성해내고 있는 신흥 명문 대학도 취재했다. 셋째, 7개의 한국 대학 사례는 한국의 창업 환경이 어려운 중에도 나름대로 창업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넷째,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명문대 올인, 대기업 올인이라는 통념을 바꿔야만 대학에서의 창업 교육은 물론 일반 창업 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책은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고 말한다. 외국은 이미 창업을 선호하는 문화가 뿌리를 잡고 있는 반면 우리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부모는 자녀가 빨리 안정적인 직장에 자리잡기를 원하거나 이미 부모가 만들어 둔 회사에 자녀를 CEO로 안착시킨다.

만약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창업 교육은 방향을 잃고 요식업 CEO를 만드는 데 그치게 될 것이다.

한편 청년과 부모의 인식 변화가 중요한 만큼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교수들은 연구 성과에 올인하거나 대학평가 순위, 취업률을 높이는 데만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대학은 우리나라에 부족한 창업 문화를 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

기술을 고민하고 그 기술을 실현해내고 상품으로 만들어내는 이 전 과정을 대학에서 교육해야 대학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적 발전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푸른들녘 /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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