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 지음 《숨》

이 책은 장정부터 예사롭지 않다. 흰 여백의 표지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제목 《숨》도 평범하지 않고 게다가 저자도 살짝 모자로 가리워져 있다. 그러나 책으로 들어가면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타인의 삶에 평가를 내릴 수 없다.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일에도 슬퍼하는 사람이 있고, 힘든 일을 겪어도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숨》은 늘 곁에 있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이다. 저자는 우표를 사는 할아버지, 오피스텔 경비원, 폐지 줍는 할머니 등 평범해서 주목 받지 못했던 사람들을 이야기 속으로 데려왔다. 그들의 삶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착각할 만큼 비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저자는 그들을 덤덤하게 묘사해나간다. 여러 번 덧칠한 수채화처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문장에서, 그들의 행복과 불행을 구분하지 않는 태도에서, 저자의 진정성이 엿보인다. 읽는 내내 현실인 듯 아닌 듯 착각하게 하는 점이 ‘소설 같은 에세이’라고 느끼게 할 것이다. 

《숨》은 어떤 의미일까. 책에는 숨이라는 단어를 은유한 대목이 한 차례 나온다. 「옥상에서」라는 글에 이런 문장이 있다. “기억을 더듬어 그와 그녀의 이야기를 글로 지었다. 서로의 이름을 알 수 없더라도, 언젠가는 나의 숨이 당신에게도 닿을 테니까.” 저자는 ‘숨’이라는 단어에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았다. 독자에게 주어진 단서라면 책에 현실의 어떤 장면이 기록됐느냐 정도다. 이쯤 되면 저자가 저마다의 이미지를 연상하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보아도 될 것이다. 독자는 그와 그녀의 일화를 재미로만 읽어도 좋을 것이며, 타인인 동시에 자신이라고 여겨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스스로를 이해하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버지의 자격」등 34편의 짧은 글이 있다. 저자 '모자'는 세상을 마음으로 관찰하는 작가라고 해야 할까. 필명 모자의 의미는 작가의 말로 대신한다. ‘모자를 좋아합니다. 모자라서 그런가 봅니다.’ (첫눈 /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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