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 정보라 옮김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색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 《무지와 편견의 세계사》는 인간과 국가, 정치와 종교, 관용과 불관용, 그 안에 무수히 많은 무지와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와 결합해 서술한 책이다.

작가 반 룬은 많은 역사적 사건을 다루며 “소설보다 소설 같은 일이다”, “이러니 누가 소설을 읽겠는가”라는 표현을 한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갈등 속에서 어이없는 죽음을 당하거나 기적처럼 살아나거나, 마을 전체가 가톨릭의 공포에 빠졌다가 개신교로 해방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동일한 공포에 빠지는 어이없는 역사적 사실의 반전을 돌아보면서 한 말이다. 

1925년에 초판, 1940년에 개정판을 출간한 이 책은 당대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는 역사를 ‘관용’이라는 키워드로 엮어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고, 뛰어난 시대 분석과 비유로 독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리 아래, 반 룬이 100년 전에 남긴 글이 100년 후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 헨드릭 빌렘 반 룬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이자 가장 오래된 아동문학상인 뉴베리상의 제1회 수상자이기도 하며, 대학에서 서양사와 근세사를 가르치던 교사이자 역사가 겸 저널리스트였다.

반 룬이 이 책을 쓴 1925년(초판), 혹은 1940년(개정판)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지향이 이전 시대 종교만큼이나 중요했던 시기였다. 인종차별이나 민족갈등 역시 이데올로기 뒤에 숨어서, 혹은 공공연히 앞줄에서 여전히 불관용의 불씨가 되고 있었다. 경제적 갈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관용의 의미가 종교를 벗어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에서 중요한 태도로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반 룬도 본문에서 밝히듯, 이 책은 ‘관용’을 단독 주제로 역사를 조망하는 최초의 시도였다. 로크, 몽테뉴 등 ‘관용’에 대해 이러저러한 견해를 피력한 역사가나 사상가는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다른 주요 주제에 덧붙여서 단상을 정리한 정도였다.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도 초판 1925년, 개정판 1940년에 이르기까지 오직 ‘관용’이라는 키워드로 인류사를 대담하게 탐색한 역사에세이는 이 책이 처음인 셈이다. 역사가 반 룬은 역사서를 쓰며 꾸준히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무지와 편견에서 벗어나, 관용을 실천해야 한다고. 물론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반 룬이 확신했듯 인류는 언제나 더 나은 세계로의 도약을 꿈꾸고, 도약해낸다. (생각의길 /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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