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최근 잔잔하게 감동을 준 영화 두 편을 생각해본다. 라라랜드(LALA LAND, 2016)와 발레리나(Ballerina, 2016년)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는 구성과 전개, 음악적인 부분에서 정말 좋은 영화이고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라라랜드가 워낙 흥행에 성공해서 애니메이션 발레리나는 기억에 남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발레리나가 더 감동이 있었다. 내용의 전개와 제작 방식이 다른 두 영화의 공통점은 ‘꿈을 찾아서’다.

우리는 어린 시절에 저마다의 꿈을 꿨을 것이다. 길을 걸어갈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잠을 잘 때에도 그 꿈이 머릿속에서 상상의 나래와 함께 우리를 행복하게 했다. 그렇게 아름답고 예뻤던 꿈은 시간이 흐를수록 찌그러지고 좌절하고 포기하게 된다. 특히 경쟁과 혹독한 입시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어린 시절 꿈은 수능 성적표와 교환을 하게 된다. 수능 성적표를 받는 순간 꿈과 이상은 한 장의 종이와 교환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불혹의 나이를 지나게 되면 어린 시절의 꿈은 사라지고 현실에 안주하는 불혹이 돼버린다.

꿈을 격려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길을 찾아주는 것 보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을 가르쳐주는 교육 방식이 가끔은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자신의 생각과 꿈과는 상관없이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에게 지금 네가 무엇을 선택했든지 어떤 전공을 공부하든지 언젠가는 네가 어렸을 때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조금 늦더라도 조금 부족하더라도 꿈을 이루기 위해 살아간다면 너의 미래의 삶은 더 아름답고 풍성해지지 않을까?’라고 꿈을 찾아주고 격려해 주고 싶다.

보통 사람은 어린 시절에 꿈을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 보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 아빠 엄마의 손을 잡고 꿈을 그려본 사람은 그런 대로 행복하다. 그런데 우리의 바로 옆에는 가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는 아이들이 있다. 가난은 태어나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아이들의 어깨는 무겁다. 하루를 살아가야 하고, 부모의 역할을 대신해야 하고, 병든 할머니를 모셔야 한다. 이 아이들에게는 꿈이라는 단어가 사치스러울 수도 있다. 이 아이들도 꿈을 꾸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조금은 더 따스해질 것 같다.

영화 발레리나에서 나의 마음에 가장 와닿은 부분이 있다.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고아원을 탈출하고 혹독한 시련의 시간을 보내면서 지치고 힘들어 하는 아이를 향한 선생님의 한마디. ‘너에게는 열정(Passion)이 있어, 그것이 네가 그녀와 다른 점이야’ 그 한마디가 작은 아이의 삶을 변화시키고 꿈꾸던 극장의 발레리나가 되게 만들었다.

어떤 이유로든 꿈을 잃어버린 우리의 아이들에게, 이 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가난 때문에 꿈조차 꿀 수 없던 아이들에게 우리가 나눠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꿈으로의 여행에 초대하고 그 아이들에게 꿈을 회복시켜주면 어떨까? 꿈을 회복한 아이들에게 열정을 심어주고 꿈을 후원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아이에게 있는 열정을 발견하고 그 열정을 격려하고 키워주면서 또 다른 열정을 바친 선생님의 모습을 나의 삶에 투영해본다. 그리고 어느 날 꿈을 회복하고 뛰어가는 나의 제자에게 나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너에게는 Passion이 있어’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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