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발전협의회 기대하고 있어, 서로 입장 들어보고 이해해야”

“국공립대보단 사립대 지원이 효율적” 재정난은 “정부·대학·학생 분담하자”
역량진단은 경쟁과 탈락 반복하는 ‘나는 가수다’ 방식처럼 해야 주장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회 곳곳에서는 변화의 바람을 기대했지만 대학가에는 찬바람만 불었다.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무성은 여전히 제자리 수준을 맴돌았고 대학 평가를 둘러싼 불통은 지난 정부와 다를 게 없었다.

특히 사립대에는 냉랭한 한파가 들이닥쳤다. 지원예산은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입학금과 입학전형료를 두고 대통령을 위시해 전방위적 압박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숨쉬기조차 버거운 추위 속에서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를 이끌고 있는 이승훈 회장은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입학금 폐지를 놓고 교육부와 협상을 이끌어냈고 재정확보를 위해 사총협 체제를 정비했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국공립대를 중점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문재인정부 고등교육 철학 아래에서 사립대만의 특징과 발전방향을 수립해야 하고 십수년째 요원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과 사립대학진흥 특별법 현안도 남아 있다. 엄동설한을 지나고 있는 사립대학의 역할과 발전방향은 무엇일까. 지난 1일 이승훈 회장을 만났다.

- 입학금 폐지 논의 당시 교육부와의 협상이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사립대 사이에서는 최선의 결과였다는 평과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이 엇갈린다.
“등록금이 학교수입의 대부분 차지하는 현실에서 10년 동결에 오히려 마이너스도 나왔다. 대통령께서 국무회의에서 입학전형료 폐지 필요성을 강조하기에 동참하자 했는데 마지막에 입학금까지 폐지하라니 학교 입장에서는 어렵다. 등록금은 국민들에게 되게 매력적이지 않나.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히 할 얘기라고 보고 우리 입장에서는 전반적 흐름에서 저항할 것인지 받아들일 것인지 둘 중 하난데 2보 전진을 위해 1보 후퇴하는 게 상책이다 싶어서 받아들였다.”

- 정부가 부족분은 지원하나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정부가 예산이 여유가 있어서 지원하면 좋은데 결국 있는 예산에서 빼서 줄 거 아니냐. 그럼 다른 쪽에 들어가는 걸 전용해서 줄 텐데 그럼 정부도 책임져야 하고 학교도 허리띠 더 졸라매야 하고 학생도 부담을 해야 한다. 서로 간에 양보하자는 차원에서 우리도 일정부분은 떠안겠다. 국가도 방법 찾아서 해주겠다고 했고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차원에서 논의 중이다."

- 문재인정부는 국립대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고, 사립대는 공영형 사립대 등 공공성에 무게를 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어느 정권이나 공약과 아젠다가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교육 자체가 공공성을 목적으로 생겼으니 공립이든 사립이든 결국 공공기관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교육에 기여하느냐가 중요하다. 국공립 대학에 투자해서 효율성이 높아진다면 더 바랄 것 없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생·학부모·기업체가 요구하는 건 서울에 있는 사립대다. 세계 500대 대학을 따져도 서울대나 카이스트를 빼면 다 사립대다. 왜 그렇겠나. 그간 충분한 지원이 없어도 사립대학들이 열과 성을 다해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을 얘기한다면 사립대의 몫이지 국공립대는 아니다. 예산에 있어서는 국공립대에 지원한다면 사립대에서 빼서 쓸 수밖에 없다. 고등교육예산이 한정돼있는데 고인돌 뺀다는 거다. 공영형 사립대는 1개 대학만 따졌을 때 50% 경상비 지원하면 400억~500억 준다는데 2019년부터 사립대에 지원하는 게 잘해야 5000억 정도다. 5000억에서 400억 빼서 준다는 거 아니냐. 만약에 한다면 무리라고 보고 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라고 본다. 사총협에서는 국공립대학을 집중 육성하겠다는데 대놓고 반대할 수는 없다. 바른 방향이라면 해도 된다. 예산 확충해 지원하는 건 적극 찬성인데 현재 한정된 예산에서 빼서 지원하는 건 사립대가 국가에 기여해온 것들을 도외시하겠다는 얘기다. 과연 그게 국민, 학부모가 바라봤을 때 옳은 방향인지는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 사총협에서는 사립대학진흥 특별법을 추진해왔는데 무슨 내용인가?
“대교협이 얘기하는 것과 입장 차이는 약간 있지만 전체 파이를 늘리자는 건 국공립 포함 모든 대학이 다 찬성이다. 문제는 그 안에서 돈을 쓸 때 일방적으로 자금 흐름이 국공립 중심으로 비효율적으로 간다면 자원배율이 비효율적인거다. 국가 경제 전체에 있어서 문제 된다고 본다. 그래서 사립대만을 위해 확보된 예산에서 지원할 수 있는 특별법도 만들어달라는 거다.”

- 기본역량진단 평가로 정원을 줄이지 않아도 되는 자율개선대학과 강한 구조조정을 요구 받는 대학으로 나뉠 예정이다. 대학의 혼란을 최소화 하고 효율적인 평가 및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원칙이 있다면?
“기존보다 진보된 건 사실이지만 좀 더 점진적 방법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늘 정부에 얘기했다. 첫째,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탈락자는 탈락시키고 남은 사람들 중에서 1ㆍ2등 뽑지 않았나. 지속적으로 경쟁시켜서 발전하는 계기가 됐는데 대학도 마찬가지다. 재정지원제한대학들을 지원하라는 게 아니라 퇴출을 가능하게 하자. 둘째, 퇴출하려면 본인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퇴출하려면 퇴출하게 해주자. 학생, 구성원,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학교 잔여재산에서 기금을 마련해서 학생엔 등록금 환불하고 연금과 실업기금 못 받는 내부구성원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 다른 학교로 이동하거나 다른 직업 가질 때 교육비 투자, 어느 정도 생활비 지원도 해야 한다. 셋째, 그중 구 재단도 있을 텐데 재단에게 어느 정도 보상해서 기존 다른 재단이 있으면 현금화해서 그 수입으로 새로운 학교에 투자할 여력을 줘야 한다. 설립자 개인에게 주라는 게 아니다. 가능하면 법인에 잔여재산 줬을 때는 거기에 대해 기금화를 해서 그 지역에 쓰도록 하면 자연적으로 나갈 사람은 나가고 남을 사람에게는 모든 걸 투자해보고 안 되면 본인이 정리하면 기본적으로 정리 될 거라고 본다. 그 다음에 서울에 주요 대학은 기본역량진단 관심없다. 이들은 아시아 100대, 세계 100대 인증받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현실적으로 보면 난 낭비라고 본다. 그럼 그 대학에 대해서는 신청 받아서 세계 대학들과 맞는 기준으로 경쟁시키고 나머지 대학은 일반적인 지원을 해주자. 결론적으로 한 방향은 퇴출중심 대학으로 자연스런 퇴장을 유도하고 또 한 방향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을 만들어서 꾸준히 발전할 수 있는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나머지 한 방향은 일반대학에 대해서는 평균적 지원해주고 지속적 평가를 하라는 것이다.”

- 우리나라는 법인과 교비 회계가 분리돼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민 정서라고 흔히 얘기하는데 그건 국민 정서라기보다는 정치권 시각이라고 본다. 상황에 따라서는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을 때 쓰는 게 재벌, 사립학교다. 법인과 대학의 회계를 단일화 시키자는 게 마치 법인이 교비회계 빼서 쓰겠다는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는데 학교의 모든 재산은 법인에 등록돼 있고 그 돈은 교비에서 나온다. 이상하지 않나. 법적으로는 법인 소유인데 그럼 법인이 총괄해서 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못 쓰게 돼 있다. 사업을 하는 경우라면 교비가 넘어가지 않겠냐 하는데 지금 보면 사업 회계도 별도다. 만약 섞이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눈뜨고 보고 있는데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데 누가 그렇게 하겠나.”

- 대학의 거버넌스 문제도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시각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거버넌스 얘기할 때 소유자냐 전문인이냐 항상 얘기하는데 답은 없다. 상황에 따라 어떤 것이 효율적이냐 하는 건 결과가 말해준다. 그 결과에 있어서 흥하냐 망하냐가 결과인데 그 과정에 너무 형식에 얽매여서 중요한 걸 놓치지 않나 싶다. 이사회는 반드시 필요하다. 총장을 뽑을 때 당연히 관여해야 하고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연임시킬 절차가 당연히 있어야 한다. 누가 뭐래도 역할이 각자 따로 있다고 본다.”

- 교육부의 사학혁신추진단이 조직됐고, 국민제보를 통해 전방위적으로 사립대 감사도 실시하고 있다. 비리사학의 정상화에 주효한 정책이라고 보나?
“마치 고발을 장려하는 사회가 되는 것 같다. 자료들을 다른 용도로 쓰지 않겠나 하는 우려가 있다. 여러 총장들이 볼멘소리 많이 한다. 개인적인 문제 해결을 교육부를 통해서 압력 넣겠다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러다보니 정작 할일도 제대로 못 하고, 하다 보면 생각했던 정화 작업보다는 오히려 부작용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교육부와 사총협 간 사학발전협의회 구성 움직임이 시작됐다. 구성 현황과 운영방향, 목표 등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부총리도 합의했고,앞으로의 문제에 대해서 머리 맞대고 가자는 차원에서 발족을 서로 간 동의하에 추진 중이다. 서로 이해하고 역지사지 입장에서 논의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이다. 기대하고 있다. 교육부와 사립대는 입장·시각이 다르다. 사총협 차원에서도 162개교의 공통된 주제를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시각에서는 선후와 경중은 따질 수 있다. 우리가 공통분모를 끄집어내고 교육부는 정책을 실현하는 데 대학 입장 이해하도록 서로 만나보자는 게 사학발전협의회다. 협의회를 통해서 양자 간 의견들을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역지사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 사립대의 정도(正道)는 무엇인가?
“공자님의 말씀 중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 있다. 신뢰가 없으면 바로 설 수 없다. 사립대를 믿지 않고 이상한 집단이라고 생각해 규제가 우선이라고 본다면 결국 그렇게 간다. 그럼 국가 교육이 제대로 가겠나. 결국 믿어야 한다고 보고 제재는 당연히 해야 하지만 믿는다는 전제하에서 무언가를 어겼을 때 제재를 해야 한다. 서로 신뢰와 믿음이 없으면 대학이 왜 존재하나.”

- 올해 본지가 창간 30주년을 맞았다. 대학사회 발전을 위해 본지에 덕담 한 말씀 해달라.
“대학 정보를 한국대학신문을 통해 얻고 있다. 사총협과 대교협이 있어도 학교 소식에는 어둡다. 그래서 한국대학신문이 그 역할을 잘해주고 올머너 고마운 존재인지는 우리가 다 알고 있다. 대학의 발전, 대학 간 네트워크에 가장 근본적인 역할을 한국대학신문이 해주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덕분에 대학들이 서로 돕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게 됐다. 앞으로도 대학의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

■ 이승훈 사총협 회장은…
1983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 서강대 대학원 자본시장전공 박사과정, 전주대 의료경영학박사를 했다. 2010년 세한대의 전신인 대불대 총장으로 취임했으며 현재까지 세한대를 이끌고 있다. 2017년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을 맡아 사립대학 및 고등교육 발전에 힘써왔다. 사단법인 4월회 공동의장을 역임했으며 교육부장관표창(1995), 목포시장공로표창(2005), 한국유네스코협회연맹회장 감사표창(2005) 등을 수상했다.

<대담 = 이인원 본지회장 / 정리 = 구무서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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