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고3 아이를 가진 후배가 자녀의 진로·진학 문제로 만났으면 한다고 해서 오래간만에 조우가 이뤄졌다. 10여 년 후배니까 후배도 귀여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후배는 늠름해졌고 후배의 아이는 참 예쁘고 착하다. 아이는 학교 내에서도 활동적이어서 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동아리 활동도 자신이 좋아하는 동아리에서 열심히 했다. 학급에서도 부회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교과 성적은 반에서 중간쯤 된다. 과학은 좋아하는데 수학은 좀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래도 인문·사회 쪽보다는 과학·기술 쪽이 더 마음에 끌린다고 한다.

아이에게 수시에 지원하려면 학생부로 진학하기에는 쉽지가 않으므로 논술이나 적성시험 보는 대학에 지원할 가능성이 크며, 성적이 좋아져 학생부 중심 전형에 지원하려면 그동안 소홀했던 공부를 열심히 해서 내신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원론적인 조언을 했다. 내신 성적을 올린 자취는 중간고사에 남게 되니 두 달 반 남짓이면 또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선택지 안에 포함되는 것이 전문대를 수시로 진학하는 것이라고 말해줬다.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열심히 하면 성적에 맞춰서 대학 가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갖게 될 거야. 지금은 수학 공부를 하기 싫어서 수능은 문과 수능을 보고 과학을 보겠다고 하고, 지원하는 학과도 언론학과로 정했다고 하지만, 언론학이 좋아서 선택한 것이 아닌 것 같아. 언론학이 좋았다면 사회를 더 많이 배우는 과정을 택했을 것 같은데, 사회 과목은 과학보다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며? 성적에 맞춰서 전공을 찾다보니 언론학이 선택된 거지. 그러지 말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이나 마음이 끌리는 과목을 모아서 그것이 기초가 되는 공부 분야를 찾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런데 선택지를 전문대까지 넓혀야 해.”

후배는 대학의 수시 모집에 지원하고, 합격자가 발표되고 나서 안 되면, 대학의 정시 모집에 지원하고, 그래도 안 되면 전문대에 지원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물었다.

전문대 입시가 대학입시가 다 이뤄지고 난 뒤에 시작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에는 학교에서 진학지도가 다 끝나고 난 뒤 모든 대학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신 아이들이 죄지은 사람처럼 살며시 교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혹시 제가 갈 수 있는 전문대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었다. 그것은 옛날이야기다. 새로 고3 담임을 맡게 됐다는 후배 선생님도 아직도 전문대는 대학입시가 끝나야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대학의 전체 모집인원은 20만 명 정도 된다. 정원 감축에 따라 조금씩 모집인원이 줄고 있지만 2019학년도에도 20만 명 조금 넘는 인원을 선발한다. 그런데 전문대도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이 있다. 전문대 입시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어, 정말?” 하는 이야기로 들리겠지만 조금 더 숫자에 집중하면 “아!” 하는 탄성을 울릴 것이다. 전문대는 수시모집 시기를 둘로 나눠 실시하고 있다. 이름하여 수시 1차와 수시 2차다. 수시 1차의 모집기간은 2019대입에서는 올해 9월 10일부터 28일까지다. 대학의 수시 원서 접수는 9월 10일부터 14일 중 3일 이상 실시한다. 즉 대학과 전문대의 수시 원서 접수 첫날이 같다. 그리고 대학은 9월 14일이면 원서 접수가 끝나는데, 전문대 접수는 그 뒤 2주가 더 이어진다. 그러니까 전문대 입시 상담도 대학입시 상담과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전공에 대한 탐색과 지원하려는 마음을 결정하는 시기도 역시 같은 시기에 이뤄져야 한다.

이 정도는 ‘어, 정말!’의 시작에 불과하다. 수시 1차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상상을 넘어선다는 점을 알면 옛날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고 놀랄 것이다. 나는 후배에게 한국전문대학교협의회 사이트를 보여줬다. 그 사이트의 보도자료 중 ‘「2018학년도 전문대학 수시 1차 모집」 지원결과 발표 (2017년10월23일)’에는 수시 1차 모집 결과가 탑재돼 있다. 한눈에 볼 수 있게 그림도 있다. 

지난 해 수시 1차에 지원한 학생은 연인원 72만 5946명. 72만 5000건이 넘는 원서가 접수됐다는 것을 알고 나면, 전문대에 눈을 돌리고 있는 친구도 없는데 나만 전문대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은 정보가 없어서 나오는 말이다.

도대체 얼마나 수시 1차에서 뽑는데 그 많은 인원이 지원했을까? 자그마치 20만 명 중 13만 명 이상을 수시 1차에서 뽑는다. 후배가 말한다. “전문대 입시의 큰판은 9월에 이뤄지는구나!”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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