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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기고
[기고] 교육의 공공성과 사립대학교의 공영화강원돈 한신대 교수(사회윤리·전 교수협의회 대표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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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4  15:4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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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돈 한신대 교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수업료를 내고 대학에 다니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 대학에서 받는 학위의 가치가 시장에서 뚝 떨어져 비싼 수업료를 내는 것에 대해 저항의 강도가 날로 거세지기는 하지만, 수업료를 내지 않고도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고 상상하지는 못한다. 그동안 기껏해야 반값 등록금을 요구하고 이를 실현하라고 촉구하는 목소리가 있었을 뿐이다.

교육이 공공재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면, 이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은 공교육이 어느 정도 구축돼 있지만, 사교육의 광풍에 휩쓸려 교육이 공공재라는 인식은 여전히 희박하다. 대학교육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대학에 다니는 사람들은 전적으로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수업료를 내야 한다. 교육이 공공재라는 인식이 공중에 붕 떠 있다시피 하다보니, 우리나라에서 사립대학교의 비중이 80%에 이르고 있는데도 이를 기이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교육이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에 충실한 유럽 대륙의 대학교들은 대부분 국공립대이다.

교육재정이 거의 마련되지 못했던 가난한 시기에 사립대학교가 우리나라 교육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그늘도 짙다. 많은 사립대학교들에서 설립자의 횡포와 비민주적인 지배구조에서 비롯되는 적폐들은 그동안 수없이 지적돼 왔다. 설립자나 이사진의 교비 횡령이 꼬리를 물고 일어났고, 대학 구성원들의 자치는 위축되거나 종식됐다. 취약한 재정구조를 갖고 있는 대부분의 사립대학교들은 국가와 시장의 압력에 저항할 힘을 기르지 못했고, 급기야 학문의 자유마저도 지키기 어렵게 됐다. 게다가 인구 절벽 앞에서 대부분의 사립대학교들은 존립을 걱정해야 할 딱한 처지에 몰렸다.

이러한 상황은 어떻게 타개해야 하나? 대학이 우리 사회의 미래 능력을 형성하고 인재를 기르는 기관으로 계속 존립해야 한다면, 그 대답은 대학의 공공성을 드높이는 것이다. 대학의 공공성은 두 가지 요건을 반드시 충족시켜야 한다. 안으로는 대학의 자치와 투명한 운영이 확보돼야 하고, 밖으로는 국가의 책임 아래서 대학교육을 공공재로서 공급하려는 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교육부가 사립대학교의 공영화 방안을 제시한 것은 매우 주목된다.

교육부의 공영화 방안은 두 가지를 골자로 한다. 하나는 사립대학교의 지배구조를 개혁해 공익이사가 이사회 정수의 과반이 되도록 하거나 공익위원이 과반수를 이루는 대학운영위원회에 재정권과 인사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학 운영비의 상당부분을 국고로 채우고 그 비율을 점차 높여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공영화 방안이 대학 자치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실현된다면, 대학의 공공성은 점점 더 많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들을 놓고 보면, 교육부의 공영화 방안은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이다.

그런데 공영화 방안을 입법화하는 데 반대하는 저항세력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들은 한편으로 공영화를 추진하더라도 사립대학교의 지배구조의 본질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설립자의 출연에 근거한 지배구조의 변경은 받아들일 수 없으니 공익이사가 과반을 차지하는 이사회 구조를 단호하게 거부하겠다는 것이다. 그들이 내거는 주장은 2006년 사립학교법 개정에 반대하던 세력이 내걸었던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대학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더 강력하게 요구해 국고지원을 더 많이 받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고 있다. 이것은 이사회의 전횡을 제도적으로 방지해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공영화의 근본적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주장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의 자치와 투명한 경영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데 국고 지원만 늘리면 누가 이익을 취하겠는가?

또 다른 한편으로 공영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영화를 추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몇몇 공영화 대상 대학교들에 투입할 것이 아니라 모든 사립대학교에 골고루 나눠주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이 주장은 보편성의 원칙에 충실한 것같이 들리지만, 한계에 도달해 존립조차 버거운 대학에는 재정 투입의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울 것이다. 공영화는 무차별적인 연명을 위한 수단일 수는 없고, 미래 능력을 갖춘 대학교를 육성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학교육을 만인의 공공재로 공급하는 단계까지 우리 사회가 갈 길은 멀다. 물론 모든 사람이 대학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교육을 받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그럴 만한 수학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대학교육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은 지식기반의 4차 산업혁명의 도전 앞에 서 있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사립대학교의 공영화를 피할 수 없다. 한정된 재정수단 때문에 공영화 대상으로 선정되는 사립대학교의 수는 처음에는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첫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다. 공영화의 효과가 뚜렷하다면, 재정수단을 더 많이 확보해 미래 능력을 갖춘 더 많은 사립대학교들이 공영화의 길을 가게 될 것이다.

공영화를 위해서는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는 사립대학교의 공영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의견들을 살펴서 교육의 공공성을 드높이고, 대학의 자치와 건전한 운영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시민사회와 대학 구성원들도 교육의 공공성과 사립대학교의 개혁을 위해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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