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초라한 비정규직이 아니라 워라밸 Gig다!
[시론] 초라한 비정규직이 아니라 워라밸 Gig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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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수 본지 논설위원/ 순천향대 일반대학원 경영학 교수(창업지원단장)
▲ 서창수 교수

우리 사회의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중의 하나가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다.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가장 해결이 어려운 이슈이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취지는 누구나 이해하지만 지금과 같이 급작스럽게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조직이나 기업 경영자 측뿐 아니라 근로자 입장에서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자리 시장의 총체적 구조가 바뀌고 있다. 급격한 기술변화와 짧아지는 기업의 수명,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온오프라인의 융합, 글로벌화의 진전에 따른 무한경쟁으로 기업은 물론이고 학교, 공공기관, 개인들까지 과거와 같은 평생직장과 장기고용, 정규직 일자리는 급격히 사라지는 추세다. 그것은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서 취하는 어쩔 수 없는 자구조치다. 정부가 정규직을 유지하라고, 비정규직을 전환하라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야 일시적으로 정부의 조치를 따른다고 하지만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을지, 민간 기업들이야말로 그들의 생존위협을 무릅쓰고 과연 얼마나 그런 정책에 장기적으로 동참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자칫 시늉만 내거나 미봉적인 조치로 당사자인 비정규직 근로자들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 없이 혼란만 겪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다. 이미 경기장의 경기 규칙과 사용하는 무기가 바뀌었는데 옛날식 규칙과 무기로 싸워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꼴이다.

한편으로는 근로자 개개인들의 일에 대한 인식과 삶의 질에 대한 기준이 최근 많이 바뀌어 일 자체보다는 개인의 자유로움과 여가ㆍ자율ㆍ독립성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일과 삶의 균형을 요구하는 '워라밸'이다. 네덜란드나 덴마크 같은 나라에서는 기업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제공해도 근로자들 스스로가 원하는 시간만 일하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한다. 어떤 특정 조직에 속해서 일하기보다는 프리랜서로 여러 군데 일자리를 대상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독립형 근로자(Gig)'의 시대, 이른바 'Gig Economy'다. McKinsey Global의 2016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근로가능인구의 약 20~30%가 프리랜서로 특정기업에 속하지 않은 전문 직업을 가지고 일하고 있으며,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이러한 Gig Economy의 규모는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비정규직 문제를 장기적ㆍ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들의 인식과 자세전환이 중요하다. 아무리 정부에 요구하고 기업이나 조직에 불만을 해도 비정규직이 급격히 증가하는 일자리 시장구조를 근본적으로 되돌릴 수는 없다. 장기적으로 근로자들이 불가능한 정규직 일자리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내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부모세대와 같이 한곳에 얽매어 개인의 삶도 없는 일벌레같이 살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일을 내가 원하는 만큼만 할 수 있는 복수의 직장인으로 사는 '독립형 프리랜스 전문가(Gig)'로 삶을 전환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같은 일이지만 그것은 '초라한 비정규직'이 아니라 '자유로운 워라밸 Gig'가 된다.

물론 생각만 바꾼다고 간단히 되는 것은 아니다. 독립적인 일을 할 만큼 전문성과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가능성 낮은 정규직 되기 위한 엄청난 낭비적 노력이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억지기대보다는 훨씬 생산적이고 수월한 일이다. 평생 내 삶의 자유로움과 독립성, 풍요로움을 담보할 수 있는 대박 나는 일이다. 우리 생각을 바꾸자. 흘러간 옛 노래로 정부 탓하고 바뀐 세월 한탄하기보다 빨리 새 흐름에 올라타자. 우리 모두는 워라밸을 갖춘 화려한 Gig가 될 수 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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