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구소장

▲ 강낙원 고등교육연구소장

지난 수년간 지속돼온 등록금 부담완화 정책이 가져온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더라도, 현재 대학은 재정난으로 인한 교육여건 악화, 교육의 질 저하, 국제경쟁력 하락 등 여러 부정적 결과들에 직면해 있다. 더구나 올해 신입생이 없는 초등학교가 120곳을 넘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0%에 이르는 등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보내는 징후들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대학이 맞이할 미래는 더욱 어두워 보인다.

정부는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국가장학금제도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이것은 개별학생 대상으로 지원하는 학생복지제도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대학재정을 확보하거나 등록금에 대한 체감 수준을 낮추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충분한 고등교육예산의 확보 없이 기존 고등교육예산 규모에서 국가장학금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린 만큼 오히려 대학 재정지원 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한, 초·중등교육단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재정투자가 증가해(2017년 대비 9.8% 증가) 왔으나 고등교육단계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2017년 대비 0.2% 증가). 2017년 OECD 자료에서도 학생 1인당 공교육비의 정부부담 공공재원에서 초·중등교육은 평균을 넘어서고 있지만, 고등교육은 평균의 28.8%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는 초·중등교육단계 대비 18.8%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고등교육재정에 대한 우리 정부의 투자 수준은 OECD와 비교해 현격히 낮은 상황이다. 2017년 OECD 자료에서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수준은 평균의 59.3%에 불과하고, 정부부담 공공재원의 비중은 평균의 28.8%에 그치고 있다. 더구나 고등교육재정의 총액뿐만 아니라 공공재원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OECD와는 달리 우리는 거의 증가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등록금 부담완화, 대학 특성화, 대학 구조개혁 등 고등교육을 위한 여러 정책을 실행시키는 연결고리는 재정정책이다.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대와 경쟁력 강화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국가와 대학의 분담체계를 갖춰야 한다. 등록금 부담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명목등록금액을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도록 재정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예산 배분에서 교육단계별 재정투자 편중 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재정투자전략의 수정도 필요하다. 이처럼 고등교육 재정정책의 방향은 대학과 대학교육에 직접 투자될 수 있도록 재정규모를 확대하고,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고등교육 재정지원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되는 ‘고등교육재정지원법’을 제정하고, 이에 기반해 OECD 평균 수준의 공공부담 확보를 위한 단계적인 재정정책 로드맵을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국․공립대학의 인건비 전체에 대한 정부부담, 사립대학에 대한 실질적인 국고보조금 수준을 다른 나라들의 평균인 교비회계 총액의 10% 안팎으로 확보하는 방안 등과 같이 시작단계를 추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 앞에서 대학이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에 대한 투자를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 대학들도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스스로 인재 양성과 교육혁신 방안 마련을 위한 노력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여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와 지원을 위한 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그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