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가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6년 여자대학에서 남녀공학으로 변신을 선언하는가 하면, 디자인▪ IT분야에서 산업현장과 밀접한 학과나 연구소를 국내 최초로 잇달아 개설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영컨설팅사로부터 조직 정밀 진단을 받고 있다. 상명대의 이러한 변화 중심에는 서명덕 총장이 있다. 그는 미술 작가로서 장점을 백분 발휘, 독특한 실험정신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대학운영을 하고 있다. 외형적인 규모와 전통을 중시하는 한국사회 풍토에서 특성화와 대학 운영의 투명성, 그리고 ‘최초’라는 과감한 벤처정신을 무기로 상명대를 이끌고 있는 서명덕 총장을 만났다.

 - 남녀 공학으로 바뀐 지 벌써 6년이 됐다. 어떤 변화가 있는가?

“대학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이기 위해 남녀공학으로 바꾸었다. 국제화 시대 남녀평등을 지향하는 세상에서 여자대학으로는 한계가 있다. 선진국에서도 여자대학은 찾기 쉽지 않다. 우리 대학이 남녀 공학으로 바뀐 뒤 여러 변화가 있었다. 수업분위기가 매우 좋아졌다. 캠퍼스에는 활기가 넘친다. 일반인들은 여자대학이 더 여성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남녀가 같이 있을 때 더 여성다워지는 것 같다. 학교도 더 깨끗해졌다. 현재 남학생 신입생 비율이 40%에 머물고 있지만, 성공적이다”

- 요즘 대학가는 등록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문을 들어오면서 보니 등록금 관련 플래카드 하나 찾아 볼 수 없던데...

“우리 대학은 지난 수 년 동안 등록금 문제가 없었다. 아마도 이것은 대학의 예결산을 ‘관▪항▪목’까지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는 이를 학생들이 이해할 때 까지 수차례 설명한다. 또 등록금 인상만큼 그 혜택을 장학금 형태로 학생들에게 돌려준다. 많지 않지만 재단 전입금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재단의 수익용 부동산을 팔거나 건물을 지어 임대료를 재단전입금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학재단이 그렇듯 우리대학 역시 학생등록금 의존율이 높다. 이는 개별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 최근 경영컨설턴트사로부터 조직진단을 받고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 경영이라는 말이 대학이 추구 가치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곳이 상아탑이며, 절대가치를 두는 곳이 대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의 대학이 ‘경영 마인드’를 도입하고 있다. 이제 대학에서도 이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경영컨설턴트는 우리 대학의 시스템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이다. 교수 직원 학생 등 대학이 가지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베스트를 해야만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다. 4월 말까지 5개 경영진단이 끝나면, 상명대 실정에 맞는 ‘안’이 나올 것이다. 구조조정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이 자리를 빌려 절대로 안 그렇다는 것을 밝힌다. 앞으로 대학의 기구는 늘어나므로 사람이 더 필요하다”

-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유행어가 되다시피 한 CEO형 총장 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영과 대학의 경영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기업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 창출인데 반해 대학 경영은 인재양성이다. 기업 경영의 결과는 명료하다. 그러나 대학 경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절대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 대학은 무한경쟁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총장도 경영학 서적을 탐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요즘 ‘누가 내 치즈를 옮겨놓았을까?’를 읽고 있는데, 사람들은 변화에 대해 기본적으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나는 변화를 발전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 총장은 조직체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담당한 사람이다”

- 총장께서는 미술작가이기도 하다. 상명대만의 문화는 어떤 것이라고 보는가?

“구성원이 서로를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대학보다 애교심이 매우 높은 것은 바로 이런 문화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지. 나는 총장으로서 이것을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 대학간 경쟁시대에서 상명대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무엇인가? “상명대 특성화 전략 축은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예술디자인이며, 또 하나는 정보통신계열이다. 85년 세운 천안캠퍼스는 특성화 전략으로 지었다. 우리대학에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독특한 연구소와 전공이 적잖다. 지난 95년 무대디자인 전공을 도입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무대기술, 무대미술, 무대의상, 조명, 극장 설계 등 공연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동숭동에는 첨단시설과 쾌적한 교육환경을 갖춘 디자인 대학원을 건립했다. ‘디자인대학’이라는 명칭도 국내 최초로 사용했다. ‘어떻게 외래어를 대학명칭으로 사용하는가. 라는 염려도 있었지만, 지금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상용어가 되고 있지 않은가. 실내응용디자인학과도 상명대가 처음으로 만들었다. 영향력에 비해 천대받던 만화를 처음으로 4년제 대학과정으로 수용한 것도 상명대다. 예체능계인 사진전공의 경우 기능보다 창의적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실기시험을 없앴다. 정보통신계열에서는 소프트웨어 학부 소프트웨어전공을 국내 최초로 출범시켰다. 소프트웨어학부 실습실에 전용 초고속 인터넷 전용회선을 설치하고 PC도 최신 기종으로 전무 교체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또 학생들이 지속적이고 폭넓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대학원과 연계한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대학의 기능중 하나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다. 더구나 상명대는 수도 서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

“말씀한 데로 상명대는 대학민국 수도 서울 한 복판에 있다. 그런 만큼 상명대는 지역사회에서의 역할도 중요시하고 있다. 종로구 청과 자매결연 하고 종로구청 담벼락 꾸미기 작업을 하기도 했다. 지난 3.1절에는 우리 대학 교수 학생이 참가한 가운데 시민들과 그림 그리기행사를 가졌다. 정보통신학과 교수들은 현재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천안캠퍼스에서는 여름방학동안 ‘열린 예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1주일 동안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가르치는 강좌이다. 또 이 지역 미술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달간 재교육을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도 순화교육차원에서 교도소를 방문해 연극을 공연하고 있으며, 매달 한 번씩 소년소녀 가장 돕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상명대는 특차전형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교육에서 소외된 이웃을 배려하고 있다”

-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

“미국 캐나다 구미 호주 일본 대만 등의 대학과 자매결연 하고, 이들 대학에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어학연수 시키고 있다. 이때 학교에서는 학생 1인당 1백만 원을 지원한다. 상명대는 특히 러시아와의 학술문화 교류 면에서는 단연최고라 자부한다. 97년 설립한 ‘러시아 교육아카데미’는 러시아 교육부가 인정한 국내 유일의 러시아어 전문 어학과정이다”

- 최근 부산에서 열린 연세대 포럼에서 기여 입학제 논의가 다시 거론됐다. 총장께서는 기여 입학제를 어떻게 보는가?

“기여 입학제는 국민정서상 위화감을 조성하므로 정부가 허용치 않을 것이다. 나도 우리 사회 정서를 볼 때 이르다고 생각한다. 대학입장에서 본다면, 사실 기여 입학제 시행할 경우 여건이 좋아지는 학교는 한정돼 있다고 본다. 기부금이 소위 명문대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에 있는 대학은 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므로 대학사회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굳이 시행한다면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기부금을 전국 총장모임인 대교협이나 교육부에 내고 이 곳에서 전체 대학에 분배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 대학당국자로서 정부에 바라는 사항이 있다면?

“점차 자율화 기조로 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학에 대한 정부의 상당한 제제가 상존한다. 모든 권한을 대학에 위임해야 한다.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대학에 대한 지원을 늘려 달라는 것이다. 특히 전국 1백 90여개 대학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가 안 생기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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