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건 악화 현실로… 실험실습비·강사 수 줄여도 적자예산

[한국대학신문 이연희 기자] 330개 대학이 입학금 축소 및 폐지 계획을 확정했지만 올해는 재정보전이 이뤄지지 않아 대학운영 ‘보릿고개’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국립대와 사립대, 수도권과 지방대 모두 극심한 재정난을 호소하고 있다. 허리띠를 더 조여 경상비를 줄이고, 시설비와 실험실습비, 강사 인건비 등 교육여건과 직결된 지출도 줄여 편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상지역 한 사립대는 20억원대 적자예산을 편성했다. 이 대학 A기획처장은 “입학금은 줄이는데 2014년 대학 특성화 사업 신청 당시 지역대학들이 10%씩 입학정원을 감축하면서 올해 재정타격이 더 커졌다”면서 “일반재정지원도 내년도에 이뤄지니 올해가 보릿고개나 다름없다. 우리 대학은 다행히 법인의 도움으로 인건비를 줄이지는 않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3억~4억원을 더 지출하고 실험실습비는 깎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 한 사립대는 경상비와 인건비를 줄였다. 우선 시설보수 등 경상비를 최대한 긴축 편성했다. 인건비의 경우 기본역량진단 평가에 시간강사 보수수준이 포함되기 때문에 대신 시간강사 수를 줄였고 해당 강의를 전임교원들이 맡도록 했다. 정년퇴임 교수들을 더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줄였다.

이 대학 B 기획팀장은 “우리 대학은 아직 적자 예산은 아니라서 기금을 빼 쓸 정도는 아니지만 올해 특히 대학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다”면서 “여전히 국고지원이 요원하다 보니 상반기 기본역량진단 결과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교직원 인건비 감축은 대학들의 마지막 선택이다. 실제 일부 지역대학들은 지난해부터 교직원 연봉 및 수당 감축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구성원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삭감할 수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

내년도부터 일반재정지원사업이 시작된다지만 대학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교육부와 예산당국,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일반재정지원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대학당 평균 40억~70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올해 대학특성화(CK)사업, 사회수요맞춤형인재양성선도대학(PRIME)사업 등 특수목적사업 평가와 운영에 ‘올인’했던 대학들은 오히려 적은 재정을 지원받게 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사립대 C기획처장은 “사업이 끝났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지원한 교육프로그램을 바로 끊을 수 없지 않나. 일반재정지원이 실제 운영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립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올해 39개 국립대학에 800억원 상당의 재정을 투입하지만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지역거점국립대 D 기획처장은 “쉽지 않은 한 해임은 틀림없다”며 “교육부가 인건비를 줄여 지급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국립대 역시 인건비 압박을 받고 있으며, 입학정원 감축 이후 등록금 수입도 크게 줄어 종합적으로 다 예산을 긴축 편성했다”고 말했다.

D 처장은 “국립대의 경우 입학금을 일괄 폐지하긴 했지만 애초 입학금 규모가 8억원대라서 타격은 크지 않지만 입학자원 및 정원 감축에 따른 등록금 재정은 타격이 크다”면서 “재정수입이 줄면 교육여건은 영향을 받게 돼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해외 전자저널 구독료 인상으로 인해 20억원 가까이 추가 지출이 예상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고지원 여부가 올해 기본역량진단 결과에 달려 있는 만큼 상반기 대학들은 평가에 집중하게 된다. 상위권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한 대학들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구조 때문에 퇴출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재학생들의 교육여건 유지·개선과 고등교육 재정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등교육재정 교부금 법제화, 국고사업비의 대학 자율집행 강화 등 정부가 안정적인 재정 보전방안을 모색해야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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