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입학식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교육기관의 중요한 행사 중 하나다. 입학식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이며, 그 사람들과 함께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인류학자 A 판 주네프(Arnold Van Gennep)는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상태, 장소, 지위, 신분, 연령 등을 거치면서 치르는 갖가지 의례나 의식을 ‘통과의례(rite of passage)’라고 칭하며, 그 통과의례로 입학식과 졸업식이 있다고 했다.

인생의 중요한 통과의례 중 하나인 대학 입학식이 최근 몇 년 전부터 빨라지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3월 2일 입학식을 대부분 치르지만, 대학은 자율이기 때문에 어느 때나 할 수 있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 대학의 때 이른 입학식에는 보이지 않는 숨겨진 꼼수 셈법이 있다.

매년 신입생 중 합격등록 후 포기자에 대한 추가합격자 충원 종료일은 2월 27일 또는 28일이다. 마지막 날까지 지원자는 본인이 원하는 대학의 합격 통보를 기다리기 때문에 때 이른 입학식으로 인한 보이지 않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입학식이라는 빠른 ‘통과의례’를 치른 학생의 경우, 입학식 이후 다른 대학의 충원합격 통지를 받고도 입학식을 했으니 다른 대학으로 갈 수 없게 만드는 족쇄 역할을 만든다.

반대로 입학식 이후 충원 합격해 신입생이 된 학생의 경우, 입학식이라는 ‘통과의례’를 함께 하지못한 생각과 충원합격자라는 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으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만든다.

심한 경우, 대학에서는 입학식을 치렀기 때문에 충원 종료일 이전 다른 대학에 충원합격을 했어도 신입생이기 때문에 자퇴를 해야 한다든지, 아니면 2중 합격자이기 때문에 다른 대학으로 이동 시 입시지원 위반자로 될 수 있다며 학생들의 대학선택 권리를 막고 있기까지도 한다.

입학식을 통해 대학은 학생에게 입학 허가를 함으로써, 우리 대학 학생이라는 소속감을 준다. 하지만 통과의례를 치르지 못한 학생들이 겪는 마음, 한 편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허전함은 과연 누구의 죄이며,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상처는 과연 누가 치유해줘야 하는가?

대학은 학생들에게 바르고 올바른 길을 안내해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출발점인 입학식부터 학생을 대학의 숨겨진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들이 입학자원 감소에 따른 대학의 자구책으로 나타난 계책이지만, 때 이른 입학식이라는 대학 꼼수로 학생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대학선택 권리까지 막으면서까지 대학의 실리를 챙기는 대학으로 전락하지는 말아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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