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L. 잉그럼 지음 / 김지원 옮김《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미생물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흔히들 연구자가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무언가를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꼼지락거리는 것들을 떠올릴 것이다. 일반적인 시야에선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세상에서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처럼 여길 것이다.

하지만 미생물이야말로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없다. 미생물은 우리 몸 속에도 있고 우리가 먹는 음식에도, 침대나 화장실 등 생활공간에도 있다.

이렇게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미생물을 들여다보면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것도 더 재밌어진다.

책은 소가 되새김질 하는 이유, 바다 생선에게서 비린내가 나는 이유, 방귀의 원리와 성분, 스트레스를 받을 때 배가 아픈 이유 등을 설명하며 미생물의 생활과 역할을 알려준다,

미생물이 우리 삶에 자리 잡은 건 무려 수십억 년 전부터다. 따라서 고대식물이나 동물, 10만년 전에 나타난 현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진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는 미생물이 1km 걷는 동안 1cm 걸었을 뿐이고 미생물의 살아온 시간 중 2.5초만 함께했을 정도다.

한편 책은 미생물이 오랜 진화의 역사를 가졌다 해서 이를 이롭다 또는 해롭다 정의하지는 않는다. 그저 미생물이 발견되는 곳을 찾아다니고 관찰하면서 이들이 가르쳐주는 지구의 신비를 이해해나갈 뿐이다.

저자는 미생물이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하며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항생제 페니실린과 인류에 영향을 미친 질병도 소개한다. 알렉산더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견한 후 인류는 세균으로부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미생물은 페니실린을 피해 또 다른 미생물로 진화하며 새로운 질병을 만들어냈다.

1520년 2천 만명이었던 멕시코 인구를 160만명으로 줄인 천연두, 1951년 프랑스의 맥각중독증은 물론 사스와 신종플루, 에이즈 등 신종 바이러스들도 미생물이 결합하고 진화한 결과다.

아이러니한 것은 나쁜 미생물을 극복할 수 있는 백신도 미생물에게서 찾을 수 있는 것인데, 저자는 이 같은 백신과 미생물의 끝없는 전쟁과 함께 최후의 생존자들은 과연 무엇이 될 것인지를 소개하며 책을 마친다. (이케이북 / 1만9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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