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CORE 사업 수기 공모전 수상작 발표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깊고 너른 중세철학을 공부하는 데 대한 두려움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두려움이 있었다. 학부 과정에서는 부모님의 지원, 아르바이트,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었지만, 상위 과정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기대하기 어려웠다. 경제적 문제에 대한 두려움은 대학원 진학 결심을 흔드는 가장 큰 방해물이었다. CORE석사로 선발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데 전념하는 일이 내게 의무로 주어진다는 것이 더없이 기뻤다.” (홍은진·최우수상)

대학 인문역량 강화(CORE) 사업 참여 학생들의 수기에는 인문학을 지망한 학생들의 경제적 고민이 묻어났다. CORE 사업을 통해 해외 취업에 성공하거나, 경제적 취약 지역에 교육활동을 기획한 경험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은 27일 CORE 사업 참여수기 공모전 수상작과 결과를 발표했다. 수상자는 총 31명이다. 최우수상은 서울대 학부생인 홍은진씨(윤리교육·철학 복수전공)가 수상했다. 우수상은 9명, 장려상은 19명에게 돌아갔다.

CORE 사업은 대학의 인문학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첫 정부 재정지원사업이다. 인문학 보호, 육성과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교육프로그램 개발, 진로선택 기회 확대를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인문학의 진흥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19개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세철학 연구자라는 꿈의 파종’ 제하의 수기를 작성한 홍은진씨는 학업지원금을 통해 중세철학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찾고 경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는 학내에 설치된 연계전공인 고전문헌학 과정을 이수하면서 라틴어 과정을 이수하고, 고전철학을 변용한 중세철학 탐구에 나서기로 한 계기를 풀어냈다.

베이징 해외현장 교육을 다녀오고, 두 차례의 CORE 학술대회에 참석해 예비 연구자들의 논의를 접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CORE 학술대회에 정식으로 참여, 연구자들과 지적 교류를 해나가고 싶다는 꿈을 싹틔웠다.

▲ CORE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사업 덕택에 연구자를 지망하게 됐으며, 취업에 보탬이 됐다는 수기를 작성했다. CORE 사업이 인문학 발전에 보탬이 됐다는 평가다. 사진은 지난 2016년 서울대 CORE사업단이 주최한 학부생 학업지원금 수여식 현장.(사진=한국연구재단·서울대)

우수상을 받은 동아대 대학원생 정진리씨(문예창작학)는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중학교에 자유학기제 강사로 출강하기도 했다. 그가 기획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문학', '부산, 근대와 만나다' 등의 강의는 동아대가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을 수상하는데 발판이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기억은 열악했던 중학교의 환경이다. 공장들과 방치된 기계, 산채만한 트럭을 피하면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위해 문학을 가르치고, 행복을 고민했다.

역시 우수상을 받은 전북대 동문 한승훈씨(일본학과)는 ‘문송하지 않아도 좋다’는 제목을 달았다. CORE 사업단 인문융합모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도쿄 소재 IT 기업에 취업했기 때문이다. CORE 사업을 통해 이수한 각종 인문학 교육과정이 보탬이 됐다고 그는 술회한다.

이번 공모전은 지난달 15일부터 31일까지 CORE 사업단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150만원, 우수상에는 100만원, 장려상은 50만원의 상금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사업 수기는 CORE 사업 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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