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당했다" 고발글 속속… 후폭풍 곳곳에 지뢰밭

세종대·명지전문대 교수들 도마 위 ‘불씨 댕겨져’
정부·대학·교수·학생 등 성희롱·성폭력 근절에 힘

서지현 검사가 도화선을 당긴 한국형 미투 운동이 문화예술계를 넘어 전 사회로 퍼져가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의 미투 물결이 심상치 않다. 서울의 주요 대학들 뿐만 아니라 강원, 경남, 충청, 광주 지역과 바다를 넘어 제주에 이르기까지 SNS 및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동참 글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기 때문.

서울예술대학교, 한양대,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전·현직 교수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글이 여럿 올라왔고 세종대, 명지전문대학 등에 이르기까지 서울 지역의 주요 대학에서 관련 고발 글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배우로 활동 중인 교수들의 고발이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익명의 폭로 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대학가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각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대학가에서도 ‘터질 일만 남았다’고 예견한다. 그간 공공연한 비밀로 땅속에 묻혀있던 대학가의 성추행·성폭력 실태가 이번 미투 쓰나미를 맞아 곳곳에서 터질 것이라는 예견이다. 실제로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학과 교수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구체적 사례들이 속속 드러날 전망이다.

경남 지역의 한 대학 예체능계열 학과 졸업생은 수업 중 교수가 배를 주무르고 허벅지에 손을 넣는 등 성추행 수업을 했다고 했다. 제주대 한 학과 재학생들은 실험실 및 술자리에서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명지전문대학 재학생은 한 교수가 학생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의 치골까지 안마시키는 등 성희롱을 일삼았다고 고발했다.

교수들 뿐 아니라 선후배 간의 성추행·성폭행을 알리는 폭로 글도 확산되는 추세다. 서울예술대학교 한 학과의 ‘성폭행 몰카’가 논란이 됐고, 강원대 재학생은 동기들에게 당했던 성추행에 대해 구체적인 글을 올렸다. 세종대 한 학생은 신입생 시절 러브샷 5단계로 남자 선배의 쇄골을 핥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학교 선배들의 행태를 폭로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에서 성폭력 근절 TF팀을 구성키로 했다. 교육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예방 현황을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다. 교수-대학생, 교원 사이 등 학내 고용관계 등에서 나타나는 불합리한 성범죄를 막겠다는 것. 특히 교원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 비위 정도에 상관없이 교단에서 퇴출시킬 방침이다.

교육부는 우선 상반기 중 전국 국·공·사립대를 대상으로 학내 성폭력 신고센터 운영현황 등 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대학생 및 대학원생, 교수들이 신고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별도의 온라인 신고 창구로 신설한다. 하반기부터는 대학의 성폭력 예방교육 실적에 대해 대학정보공시 항목에 반영함으로써 대학의 성희롱 예방 책무성을 강화한다.

대학 교직원들도 바람직한 인식 제고에 동참한다. 서울예대 교수협의회는 26일 ‘미투 운동을 지지합니다’라는 공식 성명을 냈다. 성명을 통해 미투 운동이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한 오래되고 잘못된 적폐들을 드러내고 고쳐나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문제해결을 위한 민주적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총장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학생들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감리교신학대·경희대·동국대·중앙대 총여학생회 및 동덕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이화여대 여성학모임들이 모여 대학여성단위연대를 결성하고 미투운동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냈다. 서울대·연세대·성균관대 등 각 대학 여성주의 동아리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맞춰 대학생 공동행동 미투 연대에 나선다.

한편 각 대학들은 미투 쓰나미에 대응하기 위해 오리엔테이션 등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예방교육 등을 진행했다. 성균관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앞서 ‘바람직한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위한 성균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동국대도 오리엔테이션 이전 인권교육과 함께 인권팔찌를 배포했다. 이와 함께 울산대, 대전대 등 대부분의 대학에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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