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영 연세대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심리학4)

▲ 정아영 연세대 장애인권위원회 위원장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신입생이 모인 강단 안으로 전동 휠체어가 ‘위잉’ 소리를 내며 들어온다. 강단에 선 이의 발제가 이어진 뒤 호기심 어렸던 눈동자는 이내 공감 서린 표정으로 바뀐다.

휠체어에 앉은 이는 정아영(심리학4)씨. 연세대 인권위원회 위원장이자 연세대 학생이면서 뇌병변 장애 1급을 가진 장애인이다. ‘배제의 경험’에 대해 담담하게 말하는 정아영씨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녀의 활동영역과 의지만큼은 누구보다 역동적이다.

올해만 해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장애이해교육은 열 세 차례나 열렸다. 1년에 두 번은 직접 문화제를 개최한다. 연세대 내 장애인권동아리 게르니카와 함께 정리한 ‘장애 비하 표현 정리’도 꾸준히 페이스북에 업데이트 중이다. 특히 이 장애 비하 표현은 ‘좋아요’ 570명, ‘공유’는 634회나 이뤄지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정아영씨가 가장 뿌듯함을 느꼈던 순간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이후의 반응에 대해 물었다. “반응이 매우 좋아요. 애초에 이런 교육을 시작하게 된 배경도 학생들이 장애인권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에서 비롯했죠. 나중에 신입 위원을 모집할 때 학생들이 장애인권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들어왔다고 해요.” 장애인권위원회가 맺은 작은 결실이다.

늘 뿌듯하고 유쾌한 경험만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장애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부족하듯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표현들은 장애를 가진 이들에겐 날카로운 비수가 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장애 학생들에겐 접근조차 거부당하는 사례로 기억되기도 한다.

“익명의 커뮤니티에 보면 욕설들이 많이 올라와요. 그 중엔 비하하는 표현이 많은데 그 표현에는 장애인을 지칭하는 언어가 많죠. 이 때문에 국어사전을 검색하고, 장애 관련 책도 보고, 내부적으로 장애 학생들의 사례를 듣고 비하 표현을 정리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장애 비하 표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도 정씨는 위안을 삼고 있다.

정씨에게도 다른 장애인 학생에게도 비장애인은 고민해본 적조차 없는 경험들이 많다. 축제 현장에서 스피커 소리에 위협을 느끼거나, 강의실이 멀어 수강을 포기하거나, 어두운 호프집의 조명 때문에 뒤풀이 가기를 꺼렸던 경우는 없지 않은가.

“제 경우는 이동권에 가장 큰 제약을 느끼거든요. 시간표상 학교 강의실이 멀리 있으면 연강을 듣기가 쉽지 않아요. 학교 문화에서도 제약이 많죠.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는 행사의 음향이 너무 시끄러워서 청각에 위협을 느껴요. 시각장애 학생들은 뒤풀이 자리가 너무 어두워서 참석을 어려워하죠. 모든 부분에서 개인이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해요.”

그나마 학교는 이들에겐 안전한 공간이다. 정문을 넘어가면 보이는 신촌 대로변 곳곳은 위험 요소가 자리한다. 미완의 점자 블록, 울툴불퉁한 보도, 너무 낮은 바리게이트 등 때문에 외출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밖에서 식사를 하고 싶어도 휠체어가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장애인 대입자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7년 113명에 그쳤던 대학 입학자 수는 대학알리미 2017년 기준으로 4600여명에 달한다. 연세대에는 70여명의 장애인들이 입학해 있다. 학생 수의 증가만큼 학내 인프라와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아영씨가 가장 바라는 점도 이런 부분이다. “학교마다 장애지원센터가 있는데 운영 방식이 좀 더 내실화 되면 좋겠어요. 인력 부족은 물론이고 이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도 있거든요. 장애인 편의 보장법은 있지만 센터에는 장애인을 전혀 만나보지 못한 사람도 있어요. 이건 우리 대학만이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인 시스템의 문제라고 봐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사회 소수자의 인권이 개선될수록 개개인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는 사실을. “장애인의 편의가 개선되면 모든 사람들의 상황이 더 나아져요. 이는 장애인에만 국한된 건 아니죠. 우리 사화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잖아요. 누구나 한 번씩은 집단에서 배제된 경험을 해 본적 있을 거예요. 소수자성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죠.”

정아영씨의 바람처럼 ‘그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로 여겨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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