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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대학이미래를만든다
[심층대담] 엔디컷 우송대 총장 "10년간 이룬 성과의 원천은 학생 최우선하는 인식"베트남전에서 한국과 인연, 현재 유일한 외국인 총장으로
구무서 기자  |  kms@un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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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04  15: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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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송대 국제화에 앞장서…56개국서 찾아오는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 성과
“삶과 죽음 가르는건 타인 의견 청취, 다른 생각 들었던 총장으로 기억되길”

   

[한국대학신문 구무서 기자]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 대학들은 국제화를 기치로 내걸고 외국인 교수, 외국인 유학생들을 앞다퉈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 총장만은 여전히 한국인 일색이다. 일부 대학에서 잠시 외국인 총장을 선임한 적은 있지만 잠시 머물다 갔을 뿐 오랫동안 학교에 머물며 대학 행정 전반을 장기적으로 이끈 사례는 없다. 이에 비해 미국인인 존 엔디컷(John E. Endicott) 총장은 무려 10년째 우송대에서 총장직을 수행하며 대학의 발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푸른 눈동자로 바라본 한국의 대학과 고등교육계는 어떤 모습일까. 2월 26일 우송대에서 엔디컷 총장을 만났다.

우리나라에는 국립대 사립대, 일반대, 전문대, 특수목적대 등 다양한 종류와 많은 수의 대학이 있다. 이 중 4년제 대학들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 수는 203개다. 203명의 총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203명의 총장 가운데 외국인 총장은 엔디컷 총장 1명이다. 국내 최초 외국인 총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의 데이비드 N. 스미스 총장이 약 4년, KAIST의 로버트 러플린 총장이 약 2년간 재직했었지만 지금은 모두 물러났고 그 이후에는 외국인 총장 선임이 소원하다. 엔디컷 총장은 2009년부터 약 10년째 우송대를 이끌고 있다. 엔디컷 총장은 “처음에 우송대에 왔을 때 1년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다”며 “대학 전반에 걸쳐 서로를 이해해주고 팀워크가 단단했기 때문에 현재까지 이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 전쟁터에서 시작된 인연, 대학 총장으로 결실 맺다

한국과 엔디컷 총장의 인연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ROTC 출신인 엔디컷 총장은 당시 공군 장교로 베트남전에 참전했고 이때 파병됐던 한국군을 통해 한국을 처음 접했다. 엔디컷 총장은 “그 당시 한국군 1개 사단이 나트랑이라는 지역에 있었는데 지역안정화를 너무나 잘해서 항상 감사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5비행단 소속으로 한국을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에 주둔하며 지역 정서를 체득했던 엔디컷 총장은 전역 후 조지아공대에서 21년간 교수를 지냈다. 그리고 한국과의 직접적인 인연이 시작됐다.

“국제전략기술정책센터 소장을 맡았을 때 군이나 정부 정보기관 중견 간부들에게 지역 정치학과 관련 프로그램을 강의하는 코스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러시아ㆍ일본ㆍ중국은 있는데 한국 코스가 없었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에 협조를 요청해 3개의 한국 코스를 열었는데 이 코스에 정보기관 관계자뿐만 아니라 조지아 공대 일반 학생들까지 수강신청 할 만큼 호응이 좋았다. 워낙 반응이 좋으니까 정규과정으로 편입됐고 지역의 한인 교포들에게도 많은 성원을 받았다.”

한국어 코스가 정규과정으로 편성이 되자 애틀랜타 지역 한국 교포들은 재정적으로 기여를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 교포들과 관계를 맺은 엔디컷 총장은 이 지역의 한미상공회 회장까지 역임하게 됐고 현대·기아차로부터 약 5조원의 투자도 유도해냈다.

한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해왔던 엔디컷 총장은 2006년 조지아 공대와 서강대의 협력 프로그램을 구축하기 위해 방한했고 이것이 우송대로 온 계기가 됐다. 당시 우송대의 의뢰를 받은 스카우터가 엔디컷 총장이 한국에 있을 때 연락해 총장직을 제안한 것이다.

엔디컷 총장은 고민에 빠졌다. 아내 때문이었다. 일본인인 아내는 공군 장교인 남편 때문에 한평생 전 세계를 떠돌아다녀야 했다. 한국과 일본의 미묘한 관계도 신경이 쓰였다. 엔디컷 총장은 “아내에게 의사를 물어봤더니 ‘I can do it’이라고 답하더라. 아내가 흔쾌히 결정해준 덕분에 우송대로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양과는 다를 수 있는 한국의 문화도 같은 아시아권인 일본인 아내 덕분에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

 
   
 

■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이 가장 큰 업적…56개국에서 유학생 찾아와”

우송대에 부임한 엔디컷 총장은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을 맡았다. 다국적 기업의 차세대 CEO 양성을 교육 목표로 하는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특성화를 모색하던 우송대의 핵심 전략이었다. 엔디컷 총장은 “총장으로 오고 난 후 우송대를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경쟁력이 있는 대학으로 성장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시작이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의 구축이었다”고 설명했다.

엔디컷 총장은 조지아 공대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복수학위제를 체결하고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기회를 제공했다. 혁신적인 교수평가 시스템, 과감한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도 엔디컷 총장이 일으킨 혁신과 변화의 바람이었다.

100% 영어 수업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상이다. 솔브릿지국제경영대학은 교수와 학생 중 외국인 비율이 70%, 한국인 비율이 30%다. 외국인 학생들은 3년간 한국어를 반드시 공부해야 하고 한국인 학생은 중국어나 일본어 둘 중 하나를 공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모국어 △영어 △제2외국어 등 3개 언어를 반드시 습득하게 된다.

그 결과 29명이었던 유학생 수가 현재는 56개국 1150명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2014년에는 전 세계 5%의 대학만이 받을 수 있다는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인증을 획득했다. 엔디컷 총장은 “10년에 걸쳐 거둔 성과의 원천은 교직원들의 노력과 학생을 최우선시하는 인식이 대학 전반에 박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적 화두인 인구 감소와 4차 산업혁명은 우송대와 엔디컷 총장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각 대학들은 생존을 위해 앞다퉈 특성화 전략을 꾀하고 있고 이는 우송대 역시 마찬가지다.

엔디컷 총장 임기 동안 우송대는 간호학과를 신설하고 협약을 통해 주한미군 121병원에 우송대를 졸업한 간호사들을 위한 인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전통적 강점을 갖고 있던 철도물류대학은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철도 업계의 유수한 인재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있다. 외식조리 관련 학과들은 폴 보퀴즈와 같은 프랑스의 명문 조리대학과 공동학위를 위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엔디컷국제대학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전략 중 하나다. 엔디컷 총장의 이름을 딴 엔디컷국제대학은 학생들에게 국제 비즈니스와 Aㆍ드론ㆍ빅데이터 등 전문적 기술 교육을 받을 수 있다.

■ “미국 교육체계가 최고라고 생각지 않아…한미 교육체계 적절히 배합한 해결책 나오길”

미국에서 나고 자라 미국의 고등교육을 접하고 대학에서 강의까지 했던 엔디컷 총장. 한국과 미국에서 대학을 모두 접했던 그의 눈에는 양국의 교육체계가 어떻게 보일까.

“미국의 체계가 더 우수하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곳에 오지 않았다. 미국의 교육체계가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과 미국의 체계를 적절히 배합한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다만 대학들의 공통된 난제인 재정난과 자율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엔디컷 총장은 “현실적인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더 많은 수업료를 부과할 수 있게끔 허락하는 등록금 운영체계 개편이나 등록금을 전적으로 대학의 재량에 맡기는 방식이 일부 대학에는 가용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교수 중 3분의1 정도는 어떤 종류든 교육부에 하는 보고와 연관돼 있고 이게 대학의 효율성에 큰 걸림돌이다. 지난번 구조개혁평가는 안타깝게도 대부분 A등급이 서울에 위치한 대학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들은 과거의 교육부 기조와는 다르고 지금은 변화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적극적인 큰 변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SAT와 입학사정관제 등 미국과 비슷한 제도로 운영 중인 우리나라 대입제도와 관련해서는 “현재의 경쟁체제를 선호하지만 경쟁의 요소가 성적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클럽활동, 교외활동도 고려했으면 한다. 나는 학생의 평가에 있어서 토론과 음악, 스포츠를 주목하는 편이다. 팀 스포츠의 경험은 학생의 학습능력 못지않은 잠재력의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북한은 핵무기 보유 스탠스 안 바꿔…김여정 방남은 시간벌기 용”

엔디컷 총장은 동북아 정세를 연구해왔던 석학이자 비핵화 운동을 했던 운동가이며 한반도 전문가였다. 핵무기 완전 제거를 목표로 하는 ‘LNWFZ-NEA 운동’을 해왔으며 2005년과 200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다.

엔디컷 총장이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62년이었다. 당시 쿠바 미사일 사태가 발생했는데 엔디컷 총장은 핵전략본부 벙커에서 대위로 근무했다. 어느 날 3성 장군이 “작전 개시 20분 전이니 가족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라”고 권유했다. 엔디컷 총장은 “그 순간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상황을 사실대로 얘기할 수 없어서 아내에게 점심 메뉴가 뭐냐고만 물어봤다”고 회상했다. 실제 작전이 이뤄지지 않아 극단적 상황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비핵화에 강력한 신념을 갖게 된 사건이었다.

엔디컷 총장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1993년에 북한이 비핵화 협의를 무시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고 핵무기를 만들면서 상황이 악화일로가 됐다. 북한이 신뢰를 잃어 상호이해가 이뤄지지 못해 정말 안타깝다. 북한은 아직도 핵무기에 대한 자국의 스탠스를 바꾸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방남한 것은 단순히 시간벌기용이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평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좋게 보고 있다. 앞으로 평화 기류가 이어지길 기도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한 협상가다. 강력한 개성을 갖고 있어서 신선한 결과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한국 나이로 83세의 고령인 엔디컷 총장은 임기상 만료가 오는 8월이다. 10년간 우송대를 이끌어왔던 총장으로서 대학 구성원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마지막으로 물었다.

“베트남에 있을 때 자신만의 방식에 집착하다가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을 봤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수라장에서도 성공과 실패, 삶과 죽음을 갈라놓는 것은 타인의 생각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에 있다. 자신의 생각은 접어두고 타인의 의견을 먼저 들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 존 엔디컷 총장은…

1936 미국 오하이오주 출생. 오하이오주립대를 졸업하고 오마하대에서 역사학 석사를 했다. 하버드대, 터프츠대 공동 운영 과정 프레쳐스쿨에서 외교학 석사 및 국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1958년부터 1986년까지 미공군 장교로 부임했으며 미공군사관학교 부 정치학과장, 미국방대학 부학장, UN 보안 위원회 미공군 부 대표, 예편 후 국립 전략 연구원 소장 등을 역임했다. 전역 후 조지아공대에서 국제전략기술정책센터 소장 겸 샘넌 국제대학원 교수로 몸 담았으며 동북아비핵지대화 사무국의장, 한미남동부상공회의소의장, 미·일 극동아시아 비핵화지대 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2005년과 2009년에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2007년 우송대 솔브릿지국제대학 교수로 부임했으며 2009년 총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우송대를 이끌고 있다. 저서로는 『동아시아의 정치』, 『미국의 국방정책』, 『지역 보안의 안건들』, 『미국의 외교 정책 : 역사』, 『과정과 정책』 등이 있다.

<대담 = 이인원 회장 / 정리 = 구무서 기자 / 사진 = 한명섭 사진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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