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과학교육을 맡고 있는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학기가 끝날 때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대학 모델'을 선보이겠다며 각자 내달리고 있다. 예측불허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려면 인재를 키우는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과기정통부는 4대 과학기술원 4차인재위원회를 만들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추진하는 4년 무학과 트랙과 같은 교육과정을 서로 공유해 9월까지 과기특성화대 ‘혁신모델’을 구축하겠다고 한다. 교육부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는 교육과정을 마련한 '4차 산업혁명 혁신선도대학' 10곳을 4월까지 뽑을 계획이다.

그러나 대학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대학가에 확산시키기 어려운 모델을 만들어서 무엇을 하겠냐는 것이다. 4차인재위의 경우 과학기술원들끼리도 여건에 따라 입장과 관점이 제각각이다. KAIST의 4년 무학과 트랙을 추진하는 김종득 명예교수도 “전공의 벽을 허물어뜨리는 것이 핵심이라, 학과 간 장벽이 분명한 타 대학에 적용할 수 있는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한다.

교육부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여건이 나은 10곳을 ‘모델’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지만 대학들이 뒤따르기는 쉽지 않다. 사업을 추진하는 산학협력단의 빈부격차는 심각하다. 지난해 300억원 가까이 교비회계로 전출한 곳이 있는 반면, 141곳(41%)은 한 푼도 내지 못했다. 연구과제를 관리하는 데만 급급한 이들에게 교육과정과 환경, 인프라를 혁신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무리다.

융합교육이라는 알맹이는 있다고, 어찌됐든 대비는 필요하다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확산은 커녕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성과라면 그 결과물이 '혁명'에 어울리는 변화라고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지금도 '잘 나가는' 대학들을 모델 삼아 다른 이들이 따라오게 하겠다는 태도에서는 기존의 사고방식이 엿보인다.

공학 정원을 늘리겠다며 대학들에게 학사구조조정을 강요했던 지난 정부의 실책은 교육기관의 자율성 훼손에만 그치지 않는다. 과학기술에게 기득권 이미지를 덧씌웠고 학문간의 갈등을 부추겼다. '엘리트 집단'을 기르기 위한 것이니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한국의 과학교육 정책이 낳은 비극이다. 그 결과가 종사자를 제외한 시민들에게 '별나라 외계어' 취급을 받는 우리 과학이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과학기술경쟁력 국제 지표에서도 자명하게 나타난다.

신기술을 선도하는 선진국의 기반에는 시민들이 과학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있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교육을 통해 모든 시민들이 뼛속부터 느끼고 실천하는 나라는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도 강할 수밖에 없다. 지금의 과학교육 정책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비전을 담고 있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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