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새 학기 시작을 앞둔 대학가 실험실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7일 오후 10시 30분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자연과학동 화학과 실험실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실험 중이던 대학원생 1명이 손과 팔, 얼굴, 가슴에 유리 파편이 튀는 부상을 당했다. 피해 학생은 사고 즉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KAIST 안전팀에 따르면, 피해 학생은 사전에 대학에서 지급받은 실험복과 장갑,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실험을 하고 있었다.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10일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사고는 학생이 유리 플라스크 바닥의 잔류물을 스푼으로 긁어내는 과정에서 화학물질 ‘카보닐 디아자이드’ 가루가 폭발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물질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폭발해 취급에 주의를 요한다. 대학 측은 해당 물질을 다른 물질로 대체하도록 조치했다.

KAIST 측은 지난달 22일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오는 5월 초까지 과기정통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KAIST 안전팀 관계자는 “학과 특성에 맞게 실험복을 입지 않거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을 시 대학원생에게 벌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벌점 누적에 따라 조교장학금(TA), 연구장학금(RA) 제한 등의 제재조치를 가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지난달 5일 안전사고가 발생한 KAIST 자연과학관.(사진=김정현 기자)

보관 기한이 지난 화학물질을 깜박하고 방치해 두다 화학물질이 누출된 사고도 일어났다.

지난달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110동에 위치한 한 실험실에서 질산 용액이 누출되는 사고가 일어났다. UNIST 안전팀의 조사 결과, 보관 기한을 4년 반 넘긴 용기 바닥에 금이 가면서 시약이 일부 샌 것으로 파악됐다. 질산 용액은 공기 중에 누출되면 광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노란빛의 질소산화물(NOx) 연기로 바뀐다.

다행히 사고 현장에 있던 연구원들이 방독면 등 보호 장구를 착용하고 초동조치를 수행하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진의 신고를 받은 소방당국이 출동해 상황을 마무리했다.

배진모 UNIST 안전팀장은 “연구진이 안전팀이 교육한 매뉴얼대로 잘 조치해 큰 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며 “대학원생들이 졸업하면서 사용하던 약품을 두고 가는 경우가 있다. 매년 3, 9월에 기한이 지난 약품을 수거해 왔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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