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학년도 1학기가 시작됐다. 꽃샘추위 날씨야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봄학기의 그것과 다르지 않지만, 올해는 예술계에서 시작된 미투운동(#MeToo, 나도 고발한다) 이 대학의 폐부를 찌르고 있으니 무겁고 또 참담하기만 하다.

대학 내의 성폭력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00내성폭력 해시태그가 SNS에서 고발운동의 키워드로 사용됐을 당시 #문단내성폭력 #대학내성폭력 해시태그도 심심찮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 등을 내세워 피해자의 입과 언론의 손발을 묶으려 시도했고, 그동안 추가 피해가 발생함은 물론 다시 미투운동으로 돌아왔다.

대학마다 SNS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의 한 전문대학은 특정학과의 모든 교수가 가해자로 지목되는 처참한 일도 발생했다. 수도권의 4년제 대학은 성추행을 저지른 교수가 복귀해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피해를 당한 구성원보다 그가 고발한 가해자의 무고를 더 걱정하는 대학의 안이한 대응은 여전하다. 연세대 인권센터장이 지난 2일 대학 구성원에게 보낸 메일은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대중에 대한 공개사과를 요구하는 문제제기 방식이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내용이다. 

대학 내에는 다양한 권력관계가 존재하고, 그 안에서 성폭력은 수없이 발생해왔다. 그때마다 대학은 가해자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침묵 또는 방기했다. 아직도 미투운동을 일부의 고발과 대학의 이미지 하락 문제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심각성을 다시 깨닫기를 바란다.

무엇이 성폭력인지 모르고, 성폭력을 저질러도 사과할 줄 모르는 인재를 과연 인재라 할 수 있을까. 또 교육연구기관이 성폭력 가해자조차 제대로 엄벌하지 못한다면 과연 지성집단이라 할 수 있겠는가.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피해 사실은 아직도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수면 아래에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이 쌓여있으며, 지금까지 공론화된 성폭력 사실은 일부 피해자들이 본인의 실명을 걸고 용기를 내 고발한 것들이다. 언젠가 가해자의 입장과 심리가 연구대상이 될 날은 오겠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인권 침해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릴 때 이견이란 있을 수 없다.

새 출발의 의미로 과거의 때를 씻어내는 문화는 여러 문화권에서 발견되곤 한다. 성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가해했거나, 방조하고 침묵했는지 성찰하고 통렬하게 반성하자. 성폭력 가해가 재발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고, 가해자 배제 및 피해자 보호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대학은 한 사회의 지식과 지성을 전수하는 상징적인 곳이다. 다른 사람의 권리를 우습게 여기고 짓이기는 치를 위한 자리는 대학에 없다는 것을 단호히 알려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대학들이 미래 학문과 산업수요에 부응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권위주의에서 비롯된 성폭력 사슬을 끊어야 한다. 성폭력 가해자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해 악순환을 끊는 것만이 방법이다. 잘못된 과거의 유산을 끌어안고 있다가는 그대로 주저앉게 된다.

교육부도 이제야 전면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상반기에 전체 대학의 자체 신고센터 운영 현황과 실태를 조사하고, 성교육과 성평등 교양과목을 개설하도록 권장한다고 한다. 미투운동이 벌어지기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대책들이 이제야 정책으로 채택되다니 허탈하기도 하다. 머뭇거리는 동안 발생한 성폭력이 결국 사회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금이야말로 대학 내 성폭력을 영구 추방할 마지막 기회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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