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용 제주한라대학교 교수

2017년은 현장실습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뜨거운 한 해였다. 현장실습에 대한 ‘열정페이’ 논란이 국회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했다. 제주에서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안전사고로 꽃다운 삶을 마감하게 되면서 현장실습에 대한 제도개선의 요구가 빗발쳤다.

고등교육법 제22조에 따라 현장실습은 학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운영되는 실습수업이다. 수업운영과 학점 인정 권한이 단위학교에 있기 때문에 현장실습의 운영과 방식은 개별대학의 학칙과 규정에 따라 이뤄다. 현장실습은 대학을 벗어나 외부 산업체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지고, 일정부분 근로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에 따르는 수당지급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이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전문성을 갖추고 산업체로 나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전교육, 안전사고에 대한 보험가입 등이 필수로 선행돼야 한다. 또한 시행시기가 대부분 졸업학기여서 조기취업인지 현장실습인지 모호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2017년 교육부는 현장실습에 대한 교육적 기능 내실화와 단위대학에서 이뤄지는 현장실습 운영을 체계화하고 표준화 하기 위해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을 전면 개정하고, ‘대학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하는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현장에서는 현장실습에 대한 질적 변화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대학알리미 기준 2016년 전국 137개 전문대학에서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은 8만787명이며, 참여 산업체는 4만218개, 실습비를 수령한 학생은 4만8589명(이수학생의 60.1%)이다. 그러나 현재 현장실습에 대한 대학알리미의 공시는 전문대학 전체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현장실습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 대학정보공시가 국민에 대한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다양한 평가지표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완이 필요하다.

현재 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요건에 해당하는 9종의 현장실습은 정보공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즉, 간호보건계열에서 실시되는 임상실습,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에 따른 유아교육과의 교육실습, ‘사회복지사법 시행규칙’에 따른 사회복지현장실습 등이 모두 제외돼 있다. 정보공시에서 제외되는 현장실습은 대부분 전문대학에서 오랫동안 모범적으로 실시해오고 있는 사례라는 점, 해당학과 중심의 특성화 대학(간호대학 등)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시급히 개선돼야 할 사항이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한 연구에서는 연구진 대부분이 그동안 현장실습연구가 대부분 ‘대학’의 실태를 중심으로 해 올바른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반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대학(94개), 전문대학 교수(688명), 전문대학생(4250명), 산업체(810개 업체)를 아우르는 현장실습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실습학기제(實習學期制)’라는 용어의 정확한 이해 및 공감대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등교육법 제22조 제2항에 ‘학교는 학생의 현장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면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실습학기제를 운영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교육부의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 제2조에는 ‘실습학기제란 학기 단위로 일정기간 연속해 운영되는 현장실습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조사대상 4개 집단 모두 실습학기제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으며, 대학관계자마저도 이 용어를 명확히 이해하고 있지 못했다.

먼저, 현장실습에 대한 대학의 학칙 및 운영체계를 조사했다. 현장실습 및 실습학기제 운영사항을 학칙에 명시한 대학은 89개(94.7%)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실습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있는 대학은 85.7%였으며, 현장실습지원센터는 최소 1명 이상의 전담직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교육부가 ‘대학생 현장실습 운영규정’에서 현장실습을 시행하는 대학의 필수사항으로 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장실습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미스매칭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실습기관을 확보하기 위해 대부분의 교수가 산업체를 직접 방문해 실습기관을 확보하고 있다. 즉, 현장실습의 수요와 공급이 미스매칭되면서 대학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수요ㆍ공급을 연결해주면서 공신력을 갖춘 ‘현장실습지원 웹사이트’ 구축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대학에서 현장실습생 참여학생의 안전을 위해 86.2%가 보험가입을 하고 있다. 현장실습을 위해 지원되는 비용의 재원은 ‘국고와 교비’를 결합한 형태가 가장 많았다. SCK 사업을 수행하는 대학 중 현장실습에 국고를 투입하는 경우는 83%였으며, 주로 학생지원비ㆍ보험료ㆍ산업체 교육담당자에 대한 지원에 주로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관계자들은 대학의 현장실습 성과에 대한 평가방법으로 기관평가인증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0.0%로 나타났으며, 평가 방법으로는 정량과 정성을 혼합해 평가하기를 원하고 있다.

현장실습 참여교원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담당교원은 일반교과목과 동등한 수준의 교육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산업체와의 교육커리큘럼 협의, 산업체 교육담당자 지정, 평가방법에 대한 협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장실습기간 중 담당교수의 순회지도 횟수가 1회라고 응답한 경우가 59.2%로 나타나 이 부분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교원이 충분한 순회지도를 할 수 있도록 행·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장실습에 참여하는 학생들 스스로는 현장실습에 필요한 지식·기술을 충실히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비중이 69.9%였다. 이러한 주장은 음식서비스 분야가 가장 높은 반면, 전기·전자분야가 가장 낮게 나타났다.

참여한 학생 중 산업체로부터 현장실습비(식비, 교통비 등)를 지급받는 경우는 55.7%였다. 이 수치는 2016년 대학정보공시 60.1%보다 다소 낮은 수치다. 현장실습 학생은 실습기관에 일정정도 근로를 제공하게 되는데 이에 대한 수당을 받았는지를 놓고 50.8%가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으며, 받았다고 해도 그 수준에 불만이 있는 경우가 52.3%에 달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학생들은 현장실습이 전공직무 체험과 향후 진로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고 있어 현장실습에 72.7%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체가 대학의 현장실습생에 참여하는 동기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대학과의 산학협력 활성화가 86.6%, 현장실습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경우가 82.3%로 나타났다. 정부에서는 현장실습생을 지원받은 실습기관에 산학협력 마일리지를 부여하고, 마일리지 실적에 따라 정부 R&D 사업 참여 시 가점을 주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산학협력마일리지는 참여 동기 중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에 대한 별도의 교육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는 경우는 52.7%로 낮게 나타났다. 산업체의 현장실습 교육담당자 지정은 73.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으나, 산업체에서 이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경우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실습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현장실습 참여 산업체에 대한 인센티브가 더 확대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실습생이 ‘교육인가 근로인가’에 대해 교원ㆍ재학생ㆍ산업체를 대상으로 공통의 질문을 던졌다. 현장실습은 대학의 정규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학점이 부여되기 때문에 교육적 기능이 담보돼야 한다.

현장실습생은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분법상의 ‘근로자’와는 명백히 구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습과정 중 일정부분 근로를 제공하는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때문에 참여 주체 간 이해가 상충하는 부분이 발생한다.

현장실습이 교육에 가깝다는 인식이 산업체 64.8%, 교원 63.1, 재학생 49.7% 순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것은 근로의 대가로 수당을 지급할 산업체와 수당을 받는 재학생 간 간극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장실습 참여 전에 이에 대한 분명한 기준을 마련하고 산업체ㆍ대학ㆍ재학생이 합의하는 방식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전문대학의 현장실습이 오랜 역사에 비해 너무나 많은 이슈를 내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전문대학의 다른 정책에 비해 매우 낙후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빛의 속도로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산업체 현장실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이 제도는 너무나 중요하다. 고등직업교육의 선진국들이 오늘날처럼 될 수 있었던 것은 산업체와 대학의 간극을 최대한 줄이고, 참여 주체들이 모두 공감하는 현장실습 제도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마련 중인 직업교육 마스터플랜에 ‘국가차원의 현장실습 지원체계’의 큰 그림이 완성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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