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경 경남정보대학 교수(관광외국어계열)

한바탕 눈치싸움을 끝내고 제각각 나름의 선택을 통해 대학이라는 관문에 들어서는 신입생들의 발랄함이 봄소식과 함께 캠퍼스를 수놓고 있다.

이들 중 누구는 뿌듯한 성취감으로, 누구는 친구보다 더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해 약간의 패배의식 혹은 좌절감을 가진 이도 섞여 있을 것이다.

정녕 우리는 더 좋은 교육을 받기 위해 좋은 대학을 가길 원하는가? 아니면 그 대학의 이름에 나를 맡김으로써 그 이름의 덕을 보려 하는 것인가?

학연과 지연, 혈연으로 똘똘 뭉친 우리 사회에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것이지만, 우리는 너무 기존의 명성에 우리 스스로를 맡김에 지나치게 익숙해 있다. 아니 그것이 사회를 잘 살아가는 한 방편이 됐다.

하다못해 우리는 유명 브랜드 아파트단지에 거주하고 있다든지, 어떤 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 등으로도 자신을 포장하기에 이르렀다.

어떤 학생이 아무리 주관을 가지고 자기 길을 스스로 개척하고자 지방대, 혹은 전문대에 간다 해도 그 학생을 보는 일반적인 눈은 개별적이지 않고 사회통념적으로 판단해 버리게 된다.

이런 문화는 부모로부터 자식들에게 또 그 후손들에게 전해져 왔으며, 지금도 우리는 약간의 변화 기미가 보인다 할지라도 여전히 자신있게 자기의 길을 가기보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선택에 익숙해 있다.

특히 전문대를 입학하는 학생들은 이런 시선에서 낙오자가 돼 재학기간 내내 자신의 전문대 재학 사실을 숨길 뿐 아니라 부모도 기가 죽어 지내고, 졸업 후에도 학력 세탁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교육을 맡은 우리가 이들에게 해야 할 일은 어떤 교과목 교육보다, 어떤 시스템보다 이들의 마음을 토닥여주고, 격려하며, 그 마음속의 패배의식을 밀어내고 자신감과 사랑으로 나도 무엇인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시선을 떨구고, 고개 숙인 모습으로 이른바 지잡대, 전문대 교문을 들어선 신입생들에게 중국 당나라 때 시인 유우석(劉禹錫)의 '누실명(陋室銘)'이라는 시에 나오는 한 구절을 들려주고 싶다.

산이 높지 않아도 신선이 있으면 이름난 산이요(山不在高 有仙則名)
물이 깊지 않아도 용이 있으면 신령한 물이다(水不在深 有龍則靈)

어찌됐든 이제 학교생활은 시작됐다. 자신이 신선이 되기보다 산의 높음만 찾고, 스스로 용이 되기보다 물의 깊음만 찾는 안일한 생각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어디서든지 자신이 속한 곳에서 스스로 주인공이 돼 자신이 속한 곳을 명산과 명수로 만들겠다는 진정한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주인정신으로 살아가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이렇게 한다면 자신의 가정과 학교, 나아가 직장이 한 사람으로 인해 명산이 되고 명수가 되는 영광스러운 날이 올 것이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친구, 새로운 전공으로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생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 눈치문화의 희생양이 아니라 자부심을 가지고 사회의 통념을 과감히 탈피해 자신이 속한 집단의 주인으로, 굳건한 사회의 일원으로 우뚝 서게 되는 날이 모두에게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