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안경 약 90%를 대구서 생산…‘안경테 편중’ 구조 탈피 위한 다방면 산학 협력

안경사 시험 교과목 꽉찬 교육과정은 한계…‘승강기대학’처럼 안경대학 설립 필요성

▲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컬링대표팀의 선전으로 김은정 스킵(오른쪽)과 김선영 세컨드(왼쪽)의 안경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사진은 일본을 격파한 여자 컬링 준결승전의 경기 모습. (사진=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 2월,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낳은 최대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는 여자 컬링대표팀 선수들의 ‘안경’이었다. 김은정·김선영 선수 등 컬링팀의 선전이 계속될수록 컬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짐과 동시에 선수들이 쓰고 나온 안경도 화제를 모았다.

두 선수가 착용한 안경이 ‘국내 안경의 산실’ 대구 소재 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구서 만들어지는 다른 안경도 주문이 늘어나는 등 높은 관심을 실감하게 하고 있다. 동시에 이들 안경 업체와 산학 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서도 반가운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역 특화산업과 산학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학으로서 이번 호재가 반가운 것은 당연하겠지만, 앞으로 안경 산업이 보다 발전하기 위해 안경테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구조 등 개선해야 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초 안경 생산 ‘대구’…세계에서 손꼽히는 ‘안경도시’ = 1946년 대구 북구 침산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안경제조 생산공장이 설립되며 국내 안경의 본격적인 생산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전쟁 피해를 당하지 않은 대구였기 때문에 안경생산업계가 빠르게 정착·성장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또 피난지역인 인접지역 부산에 안경도매상가가 국제시장에 형성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

▲ 1946년 3월 대구 북구 침산동에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의 생산 모습. (사진=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국제적 행사를 비롯해 노령화 인구증가에 따른 안경 착용자 증가, 안경의 패션화 경향 등으로 1980년 초 국내 안경산업은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이와 같은 안경산업의 중심에 대구가 있었다. 지역 특화산업으로서 대구의 안경테 생산량은 국내 안경테 총생산의 88% 이상, 총 수출액의 86%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전문가들은 안경산업이 대구서 최초로 시작됐던 점과 도금업 등 관련 산업이 타 지역에 비해 양호했던 산업 구조적 배경, 육상 교통의 요충지로서의 입지적 여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덕분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 중국의 저가공세와 해외브랜드의 국민 선호로 수입이 증가되는 등 안경테 산업이 위축돼가고 있는 상태지만, 업계는 안경테 산업의 성장전망이 여전히 양호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기존 안경테 중심으로 편중된 산업 구조에서 탈피하고, 연구개발(R&D)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와 현장 밀착형 전문인력 양성 기반을 제대로 마련한다면 더욱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안경테 편중’ 산업구조, 다각화 필요…산학 협력서 기회 온다 = 안경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제조기술뿐 아니라 디자인ㆍ유통 등 여러 분야의 교육을 종합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특히 현장 밀착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거나 직원의 재교육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산학 협력’이라는 카드는 업계와 대학의 입장 모두를 만족시킬 매력적인 카드다.

대경대학교 안경광학과는 지난해 다비치 고객가치경영연구원과 산학협력을 맺었다. 안경광학과에 ‘다비치전공’을 설립해 체계적인 이론부터 현장 실습, 실무교육 등을 통해 현장 실무 맞춤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달에는 다비치전공에 ‘DK-다비치안경 엑스펍 스테이션(ExpUp-Station)’도 설립했다. 교육과정을 통해 직무를 체험(Experience)하고 능력을 향상(Up)시키는 산학 일체형 학내 기업장이라는 의미다. 캠퍼스에 산업체 현장과 동일한 실습 환경을 재현하고, 학생들이 이론수업과 함께 다비치 안경체인의 전문 검안기술 등 실무를 배울 수 있도록 구성됐다.

박승온 대경대학교 안경광학과 학과장은 “‘캠퍼스가 현장이 되는 교육’이라는 대경대학교의 교육환경 투자 가운데 하나”라며 “학생들에게는 학교서부터 실무적인 내용을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졸업과 동시에 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좋은 제도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용길 다비치 고객가치경영연구원 부원장은 “콘택트렌즈 제품의 다양화와 사용자의 증가로 다비치의 전문 검사 시스템을 그대로 구현한 엑스펍 스테이션 설립을 통해 전문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실무 중심 교육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됐다”며 “산학밀착형 우수 인재 양성과 효과적인 교육방법을 위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적 경영 리더, 맞춤형 SNS 홍보전문가 양성을 위한 산학 협력도 활발하다. 청암대학교와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선린대학교 등은 국내 주요 안경 업체들과 소통하며, 앞으로의 시장 변화와 업계가 필요로 하는 인재상을 공유하고 있다.

특히 마케팅 기법과 매장 분석을 통해 수익창출 개발 능력을 길러 기존 판매 위주의 안경사 영업과는 차별화된 전문적 관리능력을 함양해 전문 경영인 육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강동대학교는 올해 다비치안경과 취업 약정을 맺으며 ‘다비치 맞춤 강동대학교 SNS 홍보전공’을 신설했다.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이 커지며, SNS 홍보전문가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산학밀착형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업계 최초로 신설한 학과다.

‘한국승강기대학교’처럼 안경 특성화 대학도 설립돼야 = 현장 밀착형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으로 ‘안경 특성화 대학’ 설립이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경상남도와 거창군이 공동으로 기획한 ‘승강기밸리 사업’의 일환으로 고용노동부와 한국폴리텍대로부터 거창캠퍼스 부지를 무상으로 양여, 지난 2009년 8월 교육부 대학 설립 인가를 받고 2010년 개교한 ‘한국승강기대학교’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승강기 산업에 대한 교육을 중점적으로 하는 대학으로는 한국승강기대학교가 세계 최초다.

▲ 경남 거창에 위치한 한국승강기대학교의 개교 당시의 모습

이는 현재 안경광학과 교육이 실질적인 전문인력 공급원으로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과 맞물리는 대목이다. 전국 대학의 안경광학과 대부분이 안경원 취업·개업을 위한 ‘안경사 국가면허 취득’과 관련된 과목들로만 채워져 있기 때문이다.

서울 소재 대학 안경광학과 A교수는 “산업현장서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지 못하고, 안경사 시험 합격만을 위한 현 교육 시스템은 문제가 있다”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 무대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경쟁력을 갖춘 전문인력 양성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문희 대구경북연구원 경제산업연구실 연구위원 역시 “실무형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학습시스템에 대한 지속적 연구 개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성화된 전문 교육기관을 설립 운영함으로써 안경관련 기업으로 100% 취업 가능한 학습프로그램을 운영해 안경기술 전문 인재를 양성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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