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서울청원고등학교 교사

▲ 배상기 교사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4년제 대학에 가는 것이 목표다. 특히 서울의 명문대에 입학한다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부모와 가문, 그리고 학교와 동문들의 자랑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렇게 명문대를 가서도 제대로 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차라리 그 길이 아닌 다른 길로 방향을 틀어서 미리 준비했다면 더 나은 인생의 행로를 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언론에서도 언제나 4년제 대학이 주인공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거둔 학생들이 희망하고 진학하는 대학이 대부분 4년제 명문대학이고, 그 대학을 나온 많은 사람들이 이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두가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니기에, 그렇지 않은 학생들의 시선을 좀 더 현실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문대학은 아주 좋은 대안이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4년제 대학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곳이 전문대학이라고 생각한다. 입학하는 학생들의 성적도 4년제 입학생에 비해 우수하지 않기에 사회에 진출해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학에 따라서는 4년제 대학의 성적 이상의 우수한 인재가 모이기도 하고,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새롭게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배우기 위해 전문대학으로 다시 입학하는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꼭 4년제 대학에 진학해야만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의 하나로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이 있다고 말한다. 어떤 고등교육기관을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이 가진 소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또한 자신이 얼마나 학창 생활을 하고 사회에 나올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에 따라 결정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전문대학에는 4년제 대학에 없는 전공도 많다. 그리고 실제적인 삶의 기초가 되는 지식과 실무를 가르치는 곳이 많다. 이 때문에 짧은 기간에 마치고 새로운 선택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같은 전공이라고 해도 기간이 짧아 오히려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친구 한 분이 있다. 그는 지금 변리사로서 수원 영통지구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그분은 중ㆍ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했고, 학비가 없어서 장학금을 주는 전문대학에 진학했다. 지금 서대문에 있는 M전문대학이다. 이곳에서 2년간 장학금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결과 학점이 좋았을 뿐 아니라 전공에 대한 지식을 많이 공부했다.

그로 인해 서울의 유명한 H 공과대학에 편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다. H대에 편입해서도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 이미 전문대학에서 배운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변리사 시험공부를 하는데, 이미 전문대학에서 배운 과목과 같은 과목이고, 자신은 전문대학에서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기에 변리사 시험공부가 어렵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한 번에 변리사 시험에 합격했고, 더 공부하고 싶어 KAIST에 다시 진학해 학사와 석사 과정을 공부했다. 특허청에서 근무한 후 이제는 자신의 법무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이분은 당당하게 자신의 실명을 거론해도 좋다고 할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조금도 부끄럽지 않다고 한다. 그는 전문대학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현재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분은 자녀들을 특성화 고등학교나 전문대학에 보내기도 한다. 구태여 일반고를 보내어 4년제 대학을 보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고 했다. 물론 자녀들의 희망을 존중해 결정하지만, 일반고ㆍ특성화고를 구별하지 않고, 4년제와 전문대학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들이 전문대학에 가는 것은 4년제보다 못해서라고 단정해서는 안 되고, 4년제 대학 출신보다 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오히려 실무적인 부문에서는 전문대에서 공부한 사람이 나은 경우도 있고, 4년제 대학에 없는 학과는 4년제 대학 이상의 능력을 가진 경우도 많다. 전문대학에 가면 실제적인 기능을 배우고, 2년이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다른 새로운 길을 충분히 모색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갖고 있던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버리자. 전문대학은 공부 못하는 사람이 가는 대학이란 시각에서 벗어나, 짧은 시간 내에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양성하는 곳, 그리고 다른 기회를 찾아서 도약할 수 있는 준비를 할 고등교육기관이란 시각으로 바라보자.

고등학교를 졸업한 보통의 한국 학생들이 진학하는 고등교육기관에서 4년제 대학만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 전문대학도 학생들의 진로 선택에서 중요한 고등교육기관이다. 일반 고등학교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다른 것을 더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사회로 나와서 자기의 일을 갖고 싶은 사람, 실제 능력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훌륭한 고등교육기관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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