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기술 사업, 태양전지에만 치중했고 특허출원도 없어”

신성철 총장 중도 사퇴, 때 이른 종합평가 영향 미쳤나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지난해 과학기술분야 연구기관 종합평가에서 ‘미흡’을 받았다. DGIST의 주요 연구 사업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며, 총장이 지급 받는 성과연봉과 직원들의 성과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DGIST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6월 과학기술분야 출연연구기관(출연연) 상위평가 결과를 해당 기관에 통보하고 지난달 19일 평가 보고서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이번 평가는 작년 기관장이 임기를 마치거나 중도 퇴임한 기관 12곳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과학기술원 대학들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산하 출연연 25개 기관은 2014년 시행된 현행 임무중심형 평가제도에 따라 각 기관장이 임기 내 달성할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달성도를 평가받는다.

종합평가 결과는 예산과도 연계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하 등급인 ‘매우미흡’을 받은 기관은 연구 사업 예산의 10%가, ‘미흡’은 5%가 삭감된다. 기관장의 성과연봉, 직원들의 능률성과급도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과기정통부는 DGIST가 당초 목표로 제시한 융‧복합 기술 관련 연구 거점 확보 사업이 ‘CZTS 태양전지’ 한 가지 내용으로만 구성돼 있으며, 특허 출원‧등록과 기술료 실적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기관들과의 차별성 요소를 부각시키는 측면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있으나 이에 대한 계획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 DGIST 학교전경.

신성철 총장의 중도 퇴임으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점도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DGIST는 2015년 연임된 신성철 총장이 임기를 2년 남겨둔 작년 2월 KAIST 총장에 선임돼 중도 사퇴하면서 예정됐던 시기보다 일찍 종합 평가를 받았다. 신 총장이 그대로 재임했을 경우, 이 대학은 종합평가 대신 중간평가를 받을 예정이었다.

한 예시로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 출원과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기까지 2년은 너무 짧았다는 설명이다. DGIST의 한 관계자는 “2년 만에 특허와 논문이 나온다는 것은 그것대로 문제가 있지 않나. 연구자들도 2년 만에 결과를 내놓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고서에도 기관장 중도사퇴 등 특이사항이 발생했을 시 평가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사항이 실렸다.

DGIST는 아쉽지만 평가 결과를 감내하겠다는 분위기다. 기관의 특성화 요소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은 만큼, 대구광역시와 인근 대구테크노폴리스의 산업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인근 중소‧중견기업들과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최명신 DGIST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총장의 사퇴는 불행한 일이지만 평가 결과는 DGIST의 책임이지 핑계 삼을 일은 아니라 생각한다. 상응하는 제재에 대해서는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이번 평가 결과를 내부적으로 창조적 긴장감을 조성하고, 현임 총장의 목표와 방향성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상위평가 결과 현행 평가제도 시행 이래 처음으로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가 최하위 평가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았다. 수리연도 전 소장인 박형주 현 아주대 총장이 기관장 임기를 1년여 남긴 작년 7월 사임하면서 평가 일정이 앞당겨졌다. 이 기관은 빅데이터 분야 논문 성과와 산업수학 연구동향 보고서 실적이 저조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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