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자기장에 반응하는 세균에서 얻은 아이디어
2년간 노력 끝 자기장 반응하는 펩티드 합성 성공

▲ 이희승 KAIST 교수(왼쪽)가 연구진과 함께 자기장에 반응하는 유기화합물 ''를 살펴보는 모습.(사진=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대학신문 김정현 기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희승 교수(화학)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수여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3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희승 교수는 유기화합물로만 구성된 펩티드(Peptide, 아미노산 중합체)로 자기 나침반을 개발했다. 나침반의 속성을 금속이 아닌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합체로 구현한 것이다.

아이디어는 체내 박테리아가 갖는 소기관 ‘마그네토솜(Magnetosome)’에서 나왔다. 얇은 막에 둘러싸인 이 소기관 속에는 산화철이 들어 있어 자기장에 반응한다. 마그네토좀을 갖는 박테리아는 생존에 알맞은 산소 농도를 찾으려 할 때 이 특성을 이용한다. 북반구에 있을 때 북쪽으로 향하고, 남반구에 있을 때는 반대로 움직인다.

연구진은 마그네토솜을 모사하기 위해 2년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펩티드를 만들었다. 마침내 자기장에 반응하는 펩티드 ‘폴덱쳐(foldecture)’를 찾아낸 것이다. 이희승 교수는 “졸업생인 1저자 권선범 박사가 지치지 않고 잘 해준 덕분이다. 새벽에 결과를 찾아냈을 때 희열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연구진의 유기화합물 폴덱쳐는 MRI의 자기장보다 약한 미세 자기장에서도 정렬했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의 자기장에도 반응하는 물질인 셈이다. 수용액 상에서 자기장을 가해 회전 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희승 교수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자기장을 외부자극으로 이용한 분자기계 개발의 새로운 설계원리를 제시함으로써 신개념의 생체친화적 분자기계 개발 등 다양한 응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합성화학, 나노소재 학계는 자기력을 이용해 외부에서 물체를 회전시키거나 전진시키는 ‘분자기계’를 구현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6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주제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은 생체 물질이 아닌 금속으로만 자기장에 반응하는 물질을 구현할 수 있었다. 과기정통부는 연구진의 ‘폴덱쳐’가 생체에 유해하지 않은 분자기계를 만들 계기를 열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는 연구자는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000만원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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