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대 익명의 페이스북에서 고발

"아파도 허락 맡아야 해…가래침 뱉은 폭탄주 마시라고 강요하기도"
“선배 갑질 만연해…기수제로 움직이는 상명하복식 문화 문제”

▲ 홍익대 응원단 단톡방. (사진= 홍익대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한국대학신문 장진희 기자] 대학가 ‘미투(MeToo)'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오랜 폐습 중 하나인 대학 군기문화가 논란이다.

7일 홍익대 익명 페이스북 페이지 ‘홍익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이 대학 응원단 ‘아사달’의 악·폐습을 고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입단한 17학번 수습단원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응원단 선배들의 상명하복식 ‘갑질’ 때문에 음주 강요, 혹한기 기합, 폭언 등을 견뎌야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응원단 내의 엄격한 기수제 때문에 선배에게는 무조건 존댓말을 사용하고 ‘언니,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러야 했다. 이 때문에 50대인 1기 선배에게도 ‘언니,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해야 했다고 전해졌다.

동기끼리는 나이차이가 많든 적든 ‘언니, 오빠’라는 호칭 대신에 무조건 서로의 이름을 불러야 했다. 작성자는 선배들이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에게 “언니라고 해봐. 언니”라며 머리를 쓰다듬는 등 조롱을 하더라도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수습단원들은 선배들의 전체 명단, 기수, 파트 등을 암기할 것을 강요받았다. 이들은 시험에 통과할 때까지 재시험을 봐야했다. 이들은 “예를 들어 ‘000위로 베이스 5명’이라는 문제가 나오면, 000 선배보다 윗 기수인 다섯 분의 기수, 성함을 전부 적어야 했다”며 “한 분이라도 틀리게 적으면 오답으로 인정됐다”고 말했다.

선배들의 가혹행위는 연습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수습단원들은 새벽에도 집합과 기합을 받았고, 영하 18도의 날씨에도 야외에서 훈련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는 한 겨울에 움직일 때 팔이 구부러지는 모양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반팔이나 얇은 긴팔 옷 한 겹만을 입고 운동을 해야 했다. 이들이 무릎 부상 때문에 보호대를 차겠다고 해도 선배들은 “계속 멍이 들어야 익숙해진다”, “무대에서는 보호대를 못 차는데 왜 보호대를 하려고 하냐”며 무리한 연습을 정당화했다. 이들이 올린 게시물에는 계속되는 연습으로 무릎 전체가 멍든 사진도 함께 첨부됐다.

훈련 중에는 물을 마시는 것, 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허락을 받아야 했다. 이들은 “힘이 들어서 중간에 주저앉거나 멈추면 연대책임을 물어 다 같이 셀 수 없이 같은 동작을 반복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일명 ‘고문주’라는, 가래침을 뱉어 제조한 폭탄주를 마시게 한다든지, 술자리에서 집에 못 가게 눈치를 준다든지 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전해졌다.

작성자는 선배들이 여성 단원들의 외모에 대해 “혹성탈출 닮았다”, “000은 예쁜 얼굴이 아니다”, “000 얼굴이 단톡(단체채팅방)에 올라오면 소개 받겠냐” 나라면 안 받아“라는 등 모욕적인 발언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압적인 술자리에서 성관련 문제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사건의 피해자가 아니라 함부로 언급할 수 없었다”며 성폭력 사건도 있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작성자는 “이제 그토록 하고 싶었던 무대에 설수 없게 됐다‘며 ”(선배들이) 썩어빠진 악습의 대물림 속에 물들어 간절한 기대를 악용했다. 더 이상 저희 같은 새내기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홍익대 관계자는 “오전에 이 사건을 접하고 피해 학생들을 불러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라며 “만약 선배들의 갑질 행위가 사실로 밝혀지면 그에 적합한 징계 등의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대학가 미투 폭로가 이어지고 있는데 만약 조사 과정 중에 성 관련 문제가 밝혀진다면, 엄중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학생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학교가 감추고 숨기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교육기관으로서 객관적으로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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