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2명은 기숙사, 7명은 원룸 전전…월세 오르고 기숙사는 건립은 번번이 무산

전문가들, 청년복지 차원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 촉구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반지하에서 한 달에 35만원 내고 살고 있어요. 좋은 곳은 월세가 65만원까지 나가서 몇 년간은 사람답게 사는 것을 포기하기로 했어요. 기숙사 신청도 했지만, 경쟁률이 높아서 떨어졌어요.”(서울 광진구 소재 대학 김씨)

새 학기가 되면 대학생들의 방 구하기 대란이 벌어진다. 한두 해 일이 아닌,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월세가 저렴하고 시설이 갖춰진 기숙사는 인근 주민들 반대로 번번이 무산되고, 학생들은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로 향한다. 이에 정부와 대학이 나서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청년 복지’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정책와 연계하거나 세제 경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사진=다방데이터분석센터)

■ 혼자 사는 청년 42% 주거빈곤…기숙사 건립은 요원= 청년층의 주거 안정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대학알리미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21%에 그쳤다. 대학이 밀집한 수도권은 이보다도 낮은 16.1%였다. 기숙사에 당첨되지 못한 대학생들은 원룸으로 향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가구 72.5%는 월세 형태에 집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주거실태가 대학생들을 주거빈곤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혼자 사는 청년 2명 중 1명은 주거빈곤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1인가구 중 42.4%가 주거빈곤가구로, 전체 평균 27.1%에 비해 훨씬 높았다.

특히 서울 지역 시세가 갈수록 올라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욱 빠듯해지고 있다. 부동산 O2O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가 33㎡ 이하 원룸의 2017년 평균 보증금은 1378만원, 월세는 49만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9.0%, 2.5% 상승한 수치다.

정부는 열악한 청년 주거 문제를 해결하고자 △청년임대주택 △행복(연합)기숙사 △나라키움 대학생 주택 등의 사업을 실시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 임대료 하락을 우려한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지연돼서다. 실제 서울시는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했으나, 지난해 집행하기로 한 예산 250억원을 한 푼도 쓰지 못했다.

■ 연간 10조원 도시재생 뉴딜 활용해야= 전문가들은 단순히 대학가 주거문제가 아닌 ‘청년 복지’ 차원에서 정부와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일자리 창출형 청년창업 지원 뉴딜사업 가상도 예시(사진=국토교통부)

우선 정부정책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으로 ‘도시재생 뉴딜사업’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는 제안이 나온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이란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향후 5년간 연평균 재정 2조원, 기금 4조9000억원의 공적재원 및 연간 3조원 이상 공기업 투자를 유도해 재생지역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국비 지원을 확대(연평균 1500억→ 8000억원)하고 지방비(연평균 5000억원)와 각 부처 사업을 연계해(연평균 7000억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에 선정되기 위한 지자체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지자체 반대로 기숙사 건립 및 부지확보가 쉽지 않다면, 도시재생 뉴딜과 연계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 이유다.

노승범 한양대 교수(건축)는 “기숙사 건립이 절박한 상황임에도 반대 민원으로 쉽지 않았다”며 “청년주거 해법이 역세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도시재생 뉴딜과 연계해서 푸는 것이 실효성 있다. 청년층이 유입되면 지역 상권도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사업 선정 시 지역별로 ‘특색 있는 사업’을 발굴해 차별화된 사업으로 발전시키고 국정과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유도할 예정이라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예시로 ‘일자리 창출형 청년창업 지원 뉴딜사업 모델’로 지역 대학과 연계해 시설을 조성할 것을 제시했다. 창업 공간을 위해 거점시설을 조성하고, 청년 임대주택 등을 공급해 일자리 창출뿐 아니라 청년의 주거안정, 대학교 인근 골목상권 활성화 등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갑성 연세대 교수(도시공학)는 “창업 특화사업을 통해 청년 밀집지역에 주거 클러스터를 신설할 수 있다”며 “여기에 기숙사를 운영해 학부생 및 대학원생들이 거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학생이 100% 부담하는 세제조항 개편 필요성도= 세제지원으로 기숙사비를 인하해 학생들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기숙사가 부담하는 세금은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등이 있다.

특히 부가가치세의 경우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에 따라 부가가치세 면세가 적용됐으나 일몰적용돼 2015년 이후 과세되고 있다. 문제는 과세사업장이 학생들에게 기숙사비를 부담하게 해 공사비를 환급받는 구조라는 점이다. 부가가치세 부과분이 100% 학생들에게 전가됨으로써 재정적 부담이 가중된다. 또 실시협약 체결시기, 기숙사 형태 등에 따라 과세부담이 차별적으로 적용돼 학생들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한세환 신우회계법인 회계사는 “조특법을 개정해 부가가치세 면세를 적용해야 한다. 2015년 이후 실시협약을 체결한 과세사업장에도 면세사업장으로 전환되도록 소급적용해 기숙사비를 인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준형 명지대 교수도 “정부에서 학생의 주거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공기숙사를 공급하면서 면세 조항을 해지한 이유를 알고 싶다”며 “수요자 지원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대학이 주도하고 지자체 및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해 장기적 차원에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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