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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기고
[수요논단] 개국승가(開國承家) 소인물용(小人勿用)최준영 계명문화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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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3.14  1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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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승가(開國承家)에 소인물용(小人勿用)'이란 문구는 《주역》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나라를 세우고 집안을 계승하기 위해서는 소인배를 쓰지 말라는 뜻이다. 공이 있는 자는 상을 주어 치하하되, 옳고 바른 사람을 가려서 인재를 등용해야 나라가 흥할 것이고 집안 또한 계승·발전한다는 교훈이다. 나라를 다스리고 집안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므로 주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그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우리 역사에서도 사람으로 인한 성공과 실패의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이 사실은 지난 정부에서도 여실히 증명된 바 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였던 대통령이 자신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비선을 활용하다가 국정농단으로 이어진 경우였다. 소인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믿고 중용했던 본인의 잘못을 쉽게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며, 국민들에게 분노를 자아내 결국은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단지 자신의 곁에서 심부름만 해주는 사람이라 믿었던 사람이 국정농단의 주역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 슬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필자와 친한 지인 중 지난 정부에서 모 기관의 기관장을 역임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그는 평소 성품이 좋아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으며, 늘 정의롭고 남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사람이었다. 처음 부임해 구성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의사결정을 해왔으나 어느 날부터 바른말만 하는 사람이 조금씩 밉게 보였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늘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지만,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 번이지 자꾸 들으니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결국 본인의 말에 한마디 대꾸조차 하지 않고 미리 의중을 파악해 알아서 일하는 사람이 좋게 보였다고 했다.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초심을 잊은 채 구성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게 됐으며, 자신의 눈치만 보는 구성원과 조직으로 바뀌어 버렸다. 마침내 그 지인은 매너리즘에 젖어들기 시작했고, 결국 엄청난 내홍을 겪은 뒤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중도하차하고 말았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이 있다. 본인의 생각만을 따르며 일하는 자, 본인과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소인을 등용해 조직을 운영하다가 불행한 사태까지 이르게 된 상황은 교육계의 현실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대학을 운영하는 것 또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해야 함은 정치나 국정운영과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할 것이다. 지금같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교육현장에서 구조개혁이란 칼날 아래 대학구성원들은 긴장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줘야 하지만, 취업과 입시 같은 교육 외적인 여러 업무에 매달리다 보니 교수라는 직업에 자괴감마저 느끼게 된다. 많은 동료들이 늦은 저녁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을 한탄하는 모습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이런 상황을 직시해 성과에 집착한 관리자들을 질책만 할 것이 아니라, 칭찬과 함께 꿈과 희망을 심어주면서 구성원과 소통하며 비전을 제시하면 좋을 것 같다.

오랫동안 전문대학에 헌신하다 퇴직한 이른바 ‘전문대학 1세대’ 교수들은 전문대학 리더십의 인재에 대해 한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평가하고 있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과 달리 모든 구성원들이 합심해 3∼5년 간 열심히 노력하면 많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반면, 구성원들의 무관심 속에 의견이 흩어지고 수수방관하게 되면 금방 추락하게 된다고 한다. 그 이면에는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리더의 마인드에 의해 그 조직이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대학의 특성상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사회에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나기 어렵다. 구성원들은 교육, 학생지도, 진로·취업지도 등에 내몰리게 돼 연구라는 영역에 대한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없는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는 업적평가라는 잣대 속에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어려운 교육환경 속에서도 조직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게끔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다독여가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므로 현 전문대학 리더는 인재를 적재적소에 등용시켜 각 인재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줘야 한다. 아울러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부분을 과감하게 제거하면서 고등직업교육의 본질을 실천할 수 있는 교육행정을 과감히 추진해나갈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하다.

서두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시대 전문대학의 지도자는 '開國承家에 小人勿用'을 실천할 수 있어야 하며, 구성원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앞으로 다가올 어려운 난관을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진정한 리더십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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